마지막 주, 그리로 이어지는 연휴의 힘은 강력했다! 4월 30일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할리우드산, 한국산, 일본산 등 출신(?)도 다양하고 장르도 다양하니 극장가를 돌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서두를 길게 가져갈 것도 없다. 4월 30일 개봉하는 영화 중 가장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4편을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기대 포인트를 짚어본다.

추아영 - <해피엔드>
<해피엔드>는 다큐멘터리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네오 소라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유년 시절의 경험과 애호하는 작품을 엮어 세상의 균열과 함께 우정의 균열을 마주하게 된 두 소년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해피엔드>는 에드워드 양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과 차이밍량의 <청소년 나타> 등의 대만 뉴웨이브 영화, 소마이 신지 감독의 <태풍 클럽>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의 빛을 상징물로 활용하는 점이나 프레임 구도를 유사하게 가져온다. 또 제러미 벤담의 판옵티콘을 가상의 디스토피아 사회 속에 녹여내며 전체주의를 비판한 작가 조지 오웰식의 상상력을 동원한다. 영화 속 두 소년의 시린 우정과 성장은 영화의 제목이 ‘해피 엔딩’이 아닌 ‘해피엔드’여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전달한다.

성찬얼- <썬더볼츠*>
믿고 보는 브랜드에서 의심의 대상으로. ‘옛날이 좋았지’라는 말이 절로 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있다. 2024년에 작품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등 정비를 끝낸 MCU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드라마 <데어데블: 본 어게인>과 <전부 애거사 짓이야> 등 최근 공개작을 보면 그래도 본전은 챙기고 있다. 이전처럼 확신의 영역까진 아니지만 기대는 걸어볼 만하다. 그리고 이 추세를 이어갈 신작은 그런 분위기에 더욱 불을 지필 만하다. 4월 30일 개봉하는 <썬더볼츠*>다.
<썬더볼츠*>는 이른바 결함 있는 캐릭터들의 어벤져스다. 각자 초인이라기엔 살짝 부족한 능력에, 과거 행적을 보면 주변의 수군거림을 피해 갈 수 없다. 언니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의 이름을 이어받은 블랙 위도우, ‘꺼삐딴 러시아’를 꿈꿨지만 국가에 팽 당했던 레드 가디언, 혈청의 부작용을 겪으며 나락 간 전직 캡틴 아메리카 US 에이전트, 양자 세계의 부작용으로 영원히 고통받았던 고스트, 아버지의 손에서 탄생한 인간 병기 태스크마스터. 그리고 스티브 로저스의 영원한 친구이자 세뇌 당한 암살자로 보낸 시간을 속죄하고 있는 윈터 솔져. 이들이 어떻게 합심해 새로운 위험에 맞서는지도 궁금하고, 이들의 능력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주연급 캐릭터가 아닌 조연급 캐릭터들이 뭉친다는 것에 장벽이 있을 수도 있는데, US 에이전트를 제외하면 다른 캐릭터들은 모두 ‘마블 공화국’ 시절 영화들에서 나왔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시리즈를 다 챙겨본 팬에겐 그간 전해지지 않은 이들의 서사를 단 한 편에 압축해서 만나는 것이라 오히려 궁금증을 자극한다.

김지연 - <파과>
<파과>가 가장 기다려지는 이유는 그 무엇보다도 바로 이야기의 힘 때문이다. 원작 소설인 구병모 작가의 「파과」는 ‘살기 위해 죽여 온’ 60대 여성 청부살인업자 ‘조각’의 이야기다. 구병모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타자의 타자, 타자의 제곱”인 ‘여성 노인 킬러’라는 존재를 미디어에서 본 적이 있던가. 그뿐만 아니라 소설 「파과」가 더욱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장르소설이라는 외피 아래에 저물어가는 인생과 상실감에 대한 고뇌와 성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파과>는 민규동 감독의 첫 액션 연출 도전작이지만, 사실은 그가 가장 잘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민규동 감독이 여태껏 그려온 여성 캐릭터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멀게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에서부터 <허스토리>(2018)는 물론이고 SF 영화 <간호중>(2021)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장르는 매번 바뀌었지만 전혀 바뀌지 않았던 건 바로 민 감독의 인간에 대한 관심이었다. 민규동 감독이 연출한 <파과>는 여성 노인 킬러 조각(이혜영)의 액션뿐만 아니라 노년기를 맞이한 인간의 딜레마 등을 깊이 있게 담아내지 않을까.

이진주 -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벚꽃과 함께 마동석이 등장했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범죄도시>가 아니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에서 마동석은 맨 주먹으로 악령을 상대한다. 설정만 보면 웃음이 비집고 나오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진지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악령에 사로잡힌 소녀 은서(정지소)와 그녀를 구하려는 엑소시스트 샤론(서현)이 이야기의 주축이다. 영화는 구마의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가며, 악에 잠식되어 가는 은서와 이를 막으려는 샤론의 싸움을 다양한 장르적 장치를 통해 그려낸다. 영화는 공포와 액션, 오컬트를 오가며 장르적 긴장감을 유지한다. 여기에 마동석은 특유의 액션과 유머를 조율해 긴장을 환기시킨다. 이 묘한 밸런스 덕분에 주먹으로 악령을 상대하는 이질적인 설정이 영화의 세계관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