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과>는 예상과 달랐다. 첫째, ‘재미’ 있었기 때문이고, 둘째, 명백한 장르영화였기 때문이다. 구병모의 「파과」는 60대 여성 킬러가 주인공이지만 장르소설이라기보다는 만연체의 내면 묘사에 집중한 작품이기에, 영화 <파과>가 이토록 본격적인 장르영화일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던 터다. 그것도, 꽤나 오락적인 재미를 충족시킬 장르영화일 것이라고는 더더욱 생각지 못했다.
4월 30일, 국내 극장가에서 마동석의 힘(<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과 이혜영의 힘(<파과>)이 맞붙는다. 오는 4월 30일 개봉하는 영화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 ‘신성방역’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파과>는 원작 소설보다 동적으로 변했다. 치밀하고 스타일리시하게 설계된 수많은 액션 신은 장르적 쾌감을 선사하고, 배우들의 호연은 감정의 밀도를 촘촘히 쌓는다. 문어체의 대사와 서사의 공백 등 다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들 역시 오롯이 이혜영과 김성철을 비롯한 배우들의 힘으로 극복해나간다.
지난 24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파과>가 국내 취재진에게 첫 공개된 가운데, 민규동 감독을 비롯한 배우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신시아는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나눈 말을 토대로 <파과>의 관람 포인트를 전한다.

모두가 만류한 60대 여성 킬러의 누아르물

<허스토리>(2018) 등으로 여성 노인의 이야기를 전해온 민규동 감독에게도 영화 <파과>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민규동 감독은 “60대 여성 킬러가 등장하는 액션 누아르는 모두가 만류할 것 같은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오기가 생겼다. 왜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길까, 왜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본 적이 없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했다”라며 <파과>를 연출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민 감독은 <파과>를 “장르적 쾌감과 드라마가 얽힌 독특한 영화”라고 말하면서도 “복수와 화해라는 큰 외피가 있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상실을 겪고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 그리고 나이가 들었어도 자신의 쓸모와 가치를 계속 찾아나가는 삶의 의지를 담은 영화”라고 전했다.
드라마가 담긴 액션들

<파과>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스타일리시한 액션 장면들이다. 특히나 영화 후반부 ‘해피랜드’에서 벌어지는 조각과 투우의 액션 시퀀스는 두 사람의 드라마와 관계성이 녹아든 명장면이다. 민규동 감독은 “(영화의 액션은) 단순히 액션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등의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조각 역의 이혜영은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이후 오랜만에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막상 액션을 시작하니 부상을 많이 입었다. 그런데 나의 본 실력보다 훨씬 능력 있는 여성으로 나왔다”라며 “조각은 ‘늙었다’라는 통념을 깬 전무후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투우 역의 김성철은 “액션을 하는데 감정이 들어가면 템포가 아예 어그러졌다. 그런데, 감독님과 이혜영 선생님과 얘기한 건, 이거는(액션은) 드라마적으로, 감정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는 거였다. 그래서 기술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완벽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이혜영 선생님과 전우애가 생겼다”라며 “‘해피랜드’에서의 마지막 테이크를 찍고 나서 이혜영 선생님과 민규동 감독님이 오열을 하셨다. 셋이서 부둥켜안고 울었다”라며 남달랐던 현장을 회고했다.
애 혹은 증, 조각과 투우의 관계

<파과>에서는 조각과 투우의 묘한 관계와 긴장감이 영화를 지배한다. 투우는 조각을 찾기 위해 킬러가 된 미스터리한 남자로, 20여 년간 ‘조각’을 쫓은 끝에 드디어 ‘신성방역’에서 그와 대면하고, 평생을 걸쳐 완성된 목숨을 건 최후의 대결을 맞이한다. 민규동 감독은 둘의 관계에 대해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로 규정하기 어려운 감정을 주고받는 인물들”, “투우에게는 조각이 자신의 삶을 파괴한 구원자”라고 정의했다.
원작과 달라진 점은 ...

민규동 감독은 <파과>의 시나리오를 무려 136고까지 개발했다. 각색 과정에서 영화는 코미디가 되기도 하고,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추격극이 되기도 하고, 8부작 분량의 시리즈가 되기도 했다. 숱한 고민 끝에 마침내 탄생한 영화의 완성본은 원작의 에센스가 진하게 남되 몇 가지 레이어가 추가된 작품이 되었다. 특히나 조각이 애정을 가지게 되는 ‘강 선생’(연우진)은 원작 소설에서는 페이닥터였지만 영화에서는 수의사가 됐다.

민규동 감독은 “강 선생은 조각과는 다른 종류의 슬픈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래서 조각이 강 선생에게 흔들려야 하고, 또 그 사실이 투우를 흔들면서 삼각형이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며 예측하지 못한 서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강 선생 캐릭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강 선생을 연기한 배우 연우진은 “우리 영화는 액션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인 정서적 교감은 강 선생이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역할을 충실히 잘 이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영화에 잘 녹아든 것 같다”라며 영화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목표는 300만

조각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 신시아는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에 이어 다시 한번 능숙한 액션 연기로 관객을 찾아왔다. 신시아는 “300만 이상의 관객분들이 봐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진심과 최선을 다해서 만든 영화다”라며 희망 스코어를 언급하며 “모두가 다 각자의 크고 작은 상실이 있을 것이다. 그 상실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삶 속에서 <파과>가 작거나 큰 위로,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