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을 불태워라”. 그 캐치프레이즈처럼 팬들의 열정은 여전히 식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재개봉이 새로운 이변을 써 내려갈지 궁금해진다. 5월 10일 재개봉하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2021년 1월 개봉해 2백만 관객을 돌파했다. 당시 애니메이션, 그것도 TV판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이 흥행에 성공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그런데 <귀멸의 칼날>이 그 영예를 안은 것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저력이었다. 4K 리마스터링을 마치고 다시 극장에 돌아온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이번엔 렌고쿠 역 성우 히노 사토시까지 한국땅을 밟으며 ‘마음을 불태울’ 예정이다. 재개봉을 맞이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과 <귀멸의 칼날> 관련 TMI를 다뤄본다.
인생은 고토게처럼, 장편 하나로 은퇴까지

<귀멸의 칼날>을 말하면 동명 원작 만화를 그린 고토게 코요하루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요즘 일본 만화계의 트렌드는 ‘짧고 굵게’로 요약할 수 있다. 과거 명작을 그렸지만 인기에, 편집부의 힘에 어쩔 수 없이 장기 연재를 했던 과거 사례들과 장기 연재로 결국 건강을 잃은 선배 작가들의 선례를 보아서인지 근래 데뷔한 작가들은 대체로 딱 정한 만큼 연재하고 대신 그것의 미디어믹스를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활동한다. 또 사생활 침해를 막고자 본명, 얼굴, 신상 정보를 전부 숨기는 작가들도 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흐름의 대표적 인물이 고토게 코요하루다.
2013년 단편으로 데뷔한 고토게는 2016년 「귀멸의 칼날」을 연재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제작사 유포터블(ufotable)의 손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돼 2019년 방영한다. 이 애니메이션으로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그럼에도 고토게는 작품을 억지로 더 늘리지 않고 2020년 완결을 짓는다. 그리고 그 뒤로 ‘본가에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내고 현재까지 별도의 작품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본명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휴식기를 가졌기에 사실상 은퇴라는 반응이 있는 것도 사실. 은퇴라기엔 그래도 <귀멸의 칼날> 관련 상품은 여전히 검수에 참여하고 있단다. 어쨌든 고토게 코요하루는 이렇게 ‘짧고 굵게’ 만화계에 획을 그은 작가로 기억되고 있다.
17번의 우마이가 만든 결과

매체 불문 유명한 작품이 생기면 나름의 유행어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귀멸의 칼날> 본편이 ‘벽력일섬’(헤키레키잇센)이라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우마이!’(맛있다!)일 것이다. 이 일상적인 감탄사가 유행어처럼 번진 건 작중 가장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염주 렌고쿠 쿄주로의 호쾌한 성격과 성우 히노 사토시의 연기 덕분이다. 주인공 탄지로 일행이 열차에 타 렌고쿠를 처음 마주칠 때, 수많은 도시락을 까먹으며 ‘우마이!’를 외치는 렌고쿠의 모습은 한 번 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다. 렌고쿠 쿄주로는 이 영화에서 총 17번의 우마이를 외쳤으니, 히노 사토시는 아마도 그보다 더 많은 우마이를 외쳤을 것이다. 아마도 이번 내한에서도 수많은 ‘우마이 요청’을 받게 되지 않을런지.
수치가 낮아도 1등은 1등
앞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국내 흥행을 언급했는데, 총 218만 명을 동원해 국내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중 5위에 해당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지브리 스튜디오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 빼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490만 명), <신차원! 짱구는 못말려 더 무비: 초능력 대결전 ~날아라 수제김밥~>(94만 명)과 함께 유삼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극장판 흥행작이다. 가장 흥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리메이크에 가깝다고 친다면 1위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그래서 개봉 당시 이 흥행력에 ‘흥행열차’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한국만 열광한 것처럼 보이지만,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2020년 최고 흥행작이다. 2020년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조치로 전 세계 극장이 정지 상태였다고는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도, 중국 영화도 넘어선 성과였다. 최종 박스오피스 성적은 5억 달러. 10억 달러 돌파 영화가 하나씩은 나오는 여느 해에 비하면 분명 극장의 성과가 적은 연도였으나 그래도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건 분명한 성과다. 실제로 이 성과에 힘입어 제작사 유포터블은 오리지널 에피소드를 추가 제작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7부작 TV판으로 재편집한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2021년 10월에 공개했다.
북미 개봉 관련한 TMI가 있는데, 바로 부제이다. 북미 개봉명은 <Demon Slayer: Kimetsu no Yaiba - The Movie: Mugen Train>. <귀멸의 칼날> 일본어 발음과 영제를 넣은 건 당연한데, 무한열차는 특이하게도 무한의 일본식 발음 ‘무겐’과 열차를 뜻하는 ‘트레인’을 결합했다. 이는 ‘무한열차’를 직역한 ’인피니티 트레인’(Infinity Train)을 사용하기엔 해당 제목의 미국 애니메이션이 있었기 때문.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일본어 발음과 영어 단어를 혼용한 ‘무겐 트레인’으로 제목을 지었다. 또 일본에서 12세 관람가, 한국에서 15세 관람가로 개봉한 것과 달리 북미에서 청소년 관람불가에 해당하는 R등급으로 개봉했다. 유혈과 폭력 묘사 때문이라고.
마지막으로 진짜 중요한 TMI를 덧붙인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5월 10일 토요일에 개봉한다. 보통 수, 목요일에 영화가 개봉하는데 토요일을 재개봉일로 선택한 것. 그 이유는 5월 10일이 렌고쿠 쿄쥬로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