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올 봄, 배우/가수 활동을 병행하는 도널드 글로버와 자넬 모네이가 새 음악을 발표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글로버는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로, 모네이는 <문라이트>(2016)와 <히든 피겨스>(2017)로 근래 배우로서 훌륭한 영화에 참여해오는 와중이라 더 반가운 행보다. 글로버와 모네이와 함께 영화계에서도 두각을 보이는 힙합, R&B 뮤지션들을 정리했다.

<히든 피겨스>

윌 스미스 Will Smith

<나쁜 녀석들>

윌 스미스는 1986년 힙합 듀오 'DJ 재지 제프 & 더 프레시 프린스'로 데뷔 했다. 래퍼 프레시 프린스가 바로 스미스. 한여름 파티가 어울리는 '건전한' 힙합을 추구하던 듀오는 시작부터 성공을 누렸고, 스미스는 낭비/탈세로 미끄러지는 듯했지만 그를 주인공으로 한 NBC의 시트콤 <더 프레시 프린스 오브 벨 에어>(1990)가 제작돼 크게 히트 하며 다시 승승장구하게 된다. 시트콤이 여섯 시즌이나 만들어던 가운데 영화계 안 스미스의 활동도 차츰 커졌다. 흑인/백인 콤비의 형사물의 컨벤션을 깨고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를 투톱으로 내세운 영화 <나쁜 녀석들>(1995)에 이어 블록버스터 <인디펜던스 데이>(1996), <맨 인 블랙>(1997),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1998)가 연이어 대성공을 거두면서 뮤지션보다 배우로서의 입지가 더 커졌다.

<행복을 찾아서>

출연작마다 성공을 거두던 흥행력이 꺾이던 즈음, 스미스는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를 연기한 <알리>(2001)로 연기력도 인정 받게 됐다. 대표작 <맨 인 블랙>과 <나쁜 녀석들> 속편으로 다시 숨을 고른 후, <Mr. 히치>(2005)와 <행복을 찾아서>(2006)로 친근한 이미지를 어필하고, <나는 전설이다>(2007)와 <행콕>으로 액션스타의 존재감 역시 더욱 단단하게 다졌다. 2000년대 이후 열심히 제작에 관여하다가 2010년대 들어 배우 활동에 집중해 꾸준히 나쁘지 않은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의 데드샷, 디즈니의 실사판 <알라딘>(2019)의 지니 목소리 등 중년을 바라보는 요즘도 꾸준히 대작들에 참여하고 있다.

DJ Jazzy Jeff & The Fresh Prince - Summertime

마크 월버그 Mark Wahlberg

<디파티드>

마크 월버그의 초창기 이미지는 지금과 딴판이었다. 웃옷은 벗어던져 우람한 몸을 자랑하며 무대를 활보하던 래퍼 마키 마크는 데뷔 싱글 'Good Vibrations'부터 큰 사랑을 받았지만, 뮤지션으로서의 커리어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캘빈 클라인의 모델로 아이코닉한 화보를 남기기도 했던 그는 1993년 TV영화 <서브스티튜트>에 출연하며 마키 마크라는 이름을 버리고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바스켓볼 다이어리>(1995)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친구로 나온 그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초기작 <부기 나이트>(1997)의 주인공 더그 디글러 역으로 호평 받으며 자연스럽게 배우로 안착했다.

<테드>

월버그의 2000년대 초반 필모그래피를 보면 재미있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쓰리 킹스>(1999)의 데이빗 O. 러셀, <더 야드>(2000)의 제임스 그레이, <퍼펙트 스톰>(2000)의 이안, <이탈리안 잡>(2003)의 F. 게리 그레이 등 훗날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할리우드 명감독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디파티드>(2004)에선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잭 니콜슨 곁에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으로 아카데미/골든 글로브 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푸근한 아저씨와 다소 신경질적인 전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월버그의 스펙트럼은 수많은 장르들의 러브콜을 받았고, 그는 작년 가장 높은 개런티를 받는 배우로 보도됐다.

Marky Mark & The Funky Bunch - Good Vibrations (Peters Popshow)

아이스 큐브 Ice Cube

<우리 동네 이발소에 무슨 일이>

2015년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이라는 힙합 전기영화가 제작됐다. 전설적인 힙합 그룹 N.W.A의 흥망성쇠를 담은 영화였다. N.W.A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던 아이스 큐브는 일찌감치 팀을 탈퇴해 솔로 앨범을 발표한 뒤, 흑인들의 삶을 그리는 데에 매진해온 존 싱글턴 감독의 데뷔작 <보이즈 앤 더 후드>(1991)의 주인공 더그 보이로 발탁되면서 엔터테이너의 저변을 확장했다. 첫 영화부터 주연을 꿰찬 아이스 큐브는 줄곧 영화 전면에 나섰고 1990년대 중반엔 <프라이데이>(1995), <아나콘다>(1997) 등 연기에 열중했다.

<라이드 어롱>

<프라이데이>부터 프로듀서로도 이름을 올기 시작한 아이스 큐브는 제작사 '큐브 비전'을 세워 2000년 <넥스트 프라이데이>를 발표하며 연기와 제작을 겸하는 영화 커리어를 다졌다. 뭐니뭐니해도 그를 영화인으로서 정착시킨 작품은 <우리 동네 이발소엔 무슨 일이> 시리즈다. 래퍼 시절부터 각인됐던 거센 이미지를 거둔 채 사람 좋은 동네 이발사를 연기한 영화는, 제작비의 6배에 달하는 흥행을 기록해 (퀸 라티파 주연의 번외편 <뷰티 샵>까지) 총 4편의 시리즈가 제작되는 동력을 마련했다. 직접 제작한 작품들 외에도 <트리플 엑스: 넥스트 레벨>(2005), <21 점프 스트리트>(2012) 등에도 출연한 그는 2014년 <우리 동네 이발소엔 무슨 일이> 시리즈의 팀 스토리 감독이 연출하고, 케빈 하트와 콤비를 이룬 경찰 코미디 <라이드 어롱>(2014)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면서 성공 가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Ice Cube - Who's The Mack

퀸 라티파 Queen Latifah

<시카고>

'흑인'과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동시에 끌어안은 명반 <All Hail the Queen>(1989)을 발표한 퀸 라티파는 데뷔 4년 만에 폭스TV의 시트콤 <리빙 싱글>로 처음 주연을 맡았다. 음악과 연기를 병행하며 흑인 여성 아티스트의 아이콘으로 군림한 퀸 라티파는 백인/남성 위주의 영화계에서 꼭 필요한 존재로 영향력을 넓혔다. 대표작은 뮤지컬 영화 <시카고>(2003).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가 갇힌 여자 교도소의 권력자 '마마' 역을 맡아 뛰어난 노래 솜씨까지 선보여 아카데미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 시상식의 조연상 후보로 올랐다.

<라이프 서포트>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공백을 두며 앨범도 발표하고 있는 퀸 라티파는 드라마,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왕'의 면모를 선보였다. 프로듀서로도 참여한 <라이트 서포트>(2007)에서 HIV를 앓는 애나 월레스를 연기해 골든글로브 주연상을 받았고, 전설적인 블루스 보컬리스트 베시 스미스의 삶을 영화로 옮긴 <베시>(2015)로 에미와 골든글로브 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Queen Latifah - Ladies First (feat. Monie Love)

커먼 Common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
<존 윅: 리로드>

1992년 데뷔해 수많은 프로듀서들과 함께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선보인 래퍼 커먼. 그의 영화 데뷔는 여타 뮤지션들에 비해 늦은 편이다. 여러 코미디 시리즈에 간간이 카메오로 출연한 그는 데뷔 15년 만인 2007년 화려한 캐스팅의 두 영화 <스모킹 에이스>, <아메리칸 갱스터>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래퍼로서 지성적인 면모를 보여줬던 그는 <원티드>(2008),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2009) 등에서 액션이 주가 되는 캐릭터를 맡았다. 1960년대 중반 흑인 인권운동의 현장을 재현한 <셀마>(2014) 속 운동가 제임스 베벨을 연기한 그는 존 레전드와 함께 한 영화 주제곡 'Glory'를 발표했고, 이 곡은 아카데미/골든 글로브 주제가상을 받았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속 몬스터 T 역에 이어, 키아누 리브스의 액션영화 <존 윅 2>엔 메인 빌런 카시안으로 나왔다. 2018년 한 해에만 7개의 신작이 발표된다니, 그의 행보가 범상치 않다.

Common - Come Close (feat. Mary J. Blige)

T.I

<아메리칸 갱스터>
<앤트맨>

T.I는 유명 힙합/R&B 뮤직비디오 감독 크리스 로빈슨의 첫 영화 <ATL>(2006)의 주인공 라샤드 역으로 배우로 데뷔 했다. <ATL> 착수 4년 전, T.I의 첫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바 있는 로빈슨은 당시 그의 카리스마에 매료됐고, 자기 첫 영화 연출작에 그를 기용했다. 그리고 이듬해 덴젤 워싱턴, 추이텔 에지오포, 쿠바 구딩 주니어 등 내로라 하는 흑인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아메리칸 갱스터>에 커먼, RZA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후 영화와TV 드라마에 드문드문 조연으로 참여해온 그는 마블의 <앤트맨>(2015) 속 스콧 랭(폴 러드)의 일당 중 하나로 출연하며 다시 영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앤트맨과 와스프>, <ATL 2>가 올해 개봉 예정이다.

T.I. - Go Get It

타이리스 깁슨 Tyrese Gibson

<분노의 질주 2>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고교시절 코카콜라 광고에 출연하며 연예계에 입문한 타이리스. 게스, 타미 힐피거 등의 모델로 활동하던 그는 1998년 가수로 데뷔하며 세기말의 R&B 기대주로 떠올랐다. 스눕 독과 함께 존 싱글턴의 영화 <베이비 보이>(2001)에 주연으로 발탁된 데 이어 싱글턴이 연출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 2편에서 브라이언 오코너(폴 워커)의 친구 로만 피어스 역을 맡았다. 이후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2011)부터 다시 시리즈에 등장해 상대적으로 작은 역으로 밀리긴 했지만, 최근작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2017)까지 출연하며 고정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한편, 2007년엔 <트랜스포머>에 애국심 투철한 공군 로버트 엡스 역으로 참여하기 시작해 3편까지 꾸준히 등장했다. 이번 기획에서 '흥행'으로만 따지면 타이리스의 커리어가 단연 최고인 셈.

Tyrese - How You Gonna Act Like That

루다크리스 Ludacris

<크래쉬>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

<분노의 질주> 조연 하면 루다크리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타이리스와 마찬가지로, <분노의 질주 2>로 시리즈에 합류해 <언리미티드>에 다시 등장해 연이어 시리즈에 참여하고 있다. 타이리스의 로만과 루다크리스의 테즈는 <분노의 질주>의 솜씨 좋은 기술자이자 만담 콤비로서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의 배우 활동은 2005년에 크게 두드러졌다. 잘 만든 힙합영화로 정평난 <허슬 앤 플로우>에서 멤피스의 유명 래퍼 스키니 블랙, 오스카 작품상에 빛나는 <크래쉬>에서 자동차 도둑 앤쏘니 역으로 나왔다. 두 영화 모두 테렌스 하워드가 출연한 작품이기도. <맥스 페인>(2008), <친구와 연인 사이>(2011) 등 음악/배우 활동을 병행하고 있지만, <분노의 질주> 속 테즈 파커만큼 눈에 띄지 캐릭터는 아직 못 만났다.

Ludacris - Money Maker (feat. Pharrell)

메리 J. 블라이지 Mary J. Blige

<머드바운드>

현존하는 최고의 R&B 디바로 손꼽히는 메리 J. 블라이지는 제이미 폭스의 시트콤 <더 제이미 폭스 쇼> 중 한 에피소드에 출연하며 처음 연기를 시도했다. 이후 간간이 TV와 스크린에서 '배우' 메리 J. 블라이지를 만날 수 있긴 했지만, 연기 활동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2017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힌 <머드바운드>는 그 아쉬움을 완전히 씻어준 작품이었다. 흑인 여성감독 디 리스가 연출한 시대극에서 블라이지는 앞을 볼 수 없는 가정부 역할을 맡아 온갖 역경에도 사랑을 잊지 않는 어머니의 표상을 보여줬다. 뛰어난 연기와 주제가 'Mighty River'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제의 조연상/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꼼짝없이 메리 J. 블라이지의 새 '영화'를 기다릴 수밖에.

Mary J. Blige - Family Affair

씨네플레이 문동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