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2일, 케빈 파이기는 이슬람계 히어로 ‘미즈 마블’(Ms. Marvel)이 영화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이하 MCU)에 합류할 것으로 논의되는 캐릭터 중 아마도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캐릭터는 미즈 마블일지도 모른다.


당돌한 무슬림 소녀 카말라 칸

미즈 마블은 원래 캐롤 댄버스가 ‘캡틴 마블’로 불리기 이전에 쓰던 이름이다. 카밀라 칸이라는 소녀가 이름을 이어받았는데, 신체의 전부 혹은 일부의 크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주먹을 크게 만들어서 휘두른다거나 몸을 작게 만들어 피하는 식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이런 능력보다도 출신성분이 더 흥미롭다.

카말라 칸은 마블 최초의 무슬림 캐릭터로 파키스탄에서 이민 온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엄격한 이슬람 교리를 강조했지만, 자유분방한 기질의 카말라는 가족들과 자주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카말라가 학업에 열중해서 의사가 되길 바라며, 어머니는 그녀가 혼전 임신이라도 할까 봐 단속하기 바쁘다.

하루는 카말라가 식탁에서 파티에 가겠다고 말했다가 아버지에게 또 혼이 나고 만다. 화가 난 카말라는 밤에 몰래 빠져나왔는데 우연히 인휴먼즈로 각성하게 하는 테리젠 미스트에 노출된다. 잠시 정신을 잃은 카말라는 평소 팬픽을 쓸 정도로 동경하던 캡틴 마블을 꿈속에서 만난 후, 능력을 얻는다. 말하자면, 이슬람의 가부장적인 문화에 반기를 드는 과정에서 초능력을 얻게 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능력에 혼란스러워할 때는 또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온 인류를 구하는 것’이라는 ‘코란’의 구절로 마음을 다잡는다.

카말라는 이슬람은 다양한 이민자들이 모인 뉴저지에 살고 있다. 카말라가 다니고 있는 ‘맥네어 아카데미 고등학교’ 역시 뉴저지에 실제로 존재하는 학교다. 코믹스에는 SNS, 스마트폰, 게임, 팬픽 등 지금 10대의 문화를 대표하는 요소가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이런 설정들 때문에 카말라/미즈 마블은 이슬람, 다인종, 청소년, 여성 등 현존하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다양성과 히어로 영화들

이처럼 미즈 마블은 히어로물이기 이전에 복합적인 배경을 가진 한 소녀가 어느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 매력적인 캐릭터는 최근 새롭게 등장한 마블 히어로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2015년 휴고상 베스트 그래픽 스토리를 수상했다. 이외에도 조 슈스터 어워드, 아이스너 어워드 등 다양한 출판계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거나 수상하면서 인기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블랙팬서>에서 슈리(레티티아 라이트) 공주와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장군의 활약 이후, MCU에서도 다양성을 고려한 작품들이 더 활발하게 준비되고 있다. 가깝게는 캡틴 마블(브리 라슨)과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솔로 영화가 있겠다. 케빈 파이기는 최근 “앞으로 좀 더 많은 여성 감독이 MCU를 맡게 될 것”이라고 공표했다. 마블을 인수한 디즈니 역시 ‘드림 빅, 프린세스’(Dream Big, Princess)라는 캠페인을 통해, ‘왕자의 손길을 기다리던 수동적인 백인 공주’라는 스테레오 타입을 벗어던지고 있다. 요즘 디즈니의 작품들은 다양한 인종의 소녀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적극적이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히어로 영화들의 미래를 읽을 수 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은퇴가 자주 언급되고 있는데, 코믹스에서는 이미 흑인 소녀 리리 윌리암스가 ‘아이언 하트’라는 이름으로 아이언맨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소니는 히스패닉계 흑인 소년 마일스 모랄레스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인 투 더 스파이더버스>의 트레일러를 발표했다. <엑스맨> 프랜차이즈의 <엑스맨: 뉴 뮤턴트>를 포함해서 드라마 <런어웨이즈>, <클록 앤 대거> 등 청소년 히어로가 주인공인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공식화된 적은 없지만, 여성 캐릭터들로만 구성된 ‘어벤져스’ 같은 작품에 대한 논의도 끊이지 않는다. 캡틴 마블, 블랙 위도우, 스칼렛 위치 등이 모인 여성 히어로팀 ‘A-포스’의 실사화도 언젠간 볼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의 히어로 영화들의 힘은 ‘다양성’에서 올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겠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