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여행>

영화가 탄생한지 어느새 100년이 훌쩍 넘었다. 단순한 영상만이 아니라 (1902년 <달나라 여행>으로 대표되는) 이야기를 갖춘 영화도 100년이 넘었다. 그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영화사에서 가장 위대한 연도는 언제였을까 궁금해졌다. 19X0년대 기준으로 한 해씩 소개해본다. 해당 내용은 영화를 다루는 해외 매체들의 기사들을 참고해 종합했다.


1939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감독 빅터 플레밍

출연 클라크 게이블, 비비안 리, 레슬리 하워드,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개봉 1939 미국

상세보기
<오즈의 마법사>
오즈의 마법사

감독 빅터 플레밍

출연 주디 갈랜드, 프랭크 모건, 레이 볼거, 버트 라르, 잭 헤일리, 빌리 버크

개봉 1939 미국

상세보기

어떤 글을 읽어도, 1939년은 ‘위대한 연도’로 반드시 언급된다. 할리우드 클래식의 쌍두마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오즈의 마법사>가 탄생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지금도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전 세계 흥행 1위를 지킨 걸작이고, <오즈의 마법사>는 주디 갈랜드라는 명배우와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라는 명곡, 그리고 흑백과 컬러를 사용한 획기적인 영상을 선보였다.
    
또 서부극의 거장 존 포드 감독과 미국 그 자체인 배우 존 웨인의 <역마차>도 같은 해 공개됐다. 코미디와 드라마를 오가는 프랭크 카프라 감독은 <스미스씨 워싱톤을 가다> 를 내놨고, 장 르누아르는 지금도 극찬 받는 <게임의 규칙>을 공개했다. 이 밖에도 <러브 어페어>, <새벽>, <노틀담의 꼽추>, 로렌스 올리비에가 주연한 <폭풍의 언덕>, 하워드 혹스 감독의 <천사만이 날개를 가졌다> 등이 1939년을 빛냈다.

<게임의 규칙>
<역마차> / <스미스씨 워싱톤을 가다>

1946년

<명탐정 필립> / <멋진 인생>

2차 세계대전이 인류를 혼란에 빠뜨렸지만, 종전 직후 1946년엔 좋은 영화가 대거 등장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말타의 매>와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가 주연을 맡고 하워드 혹스가 연출한 <명탐정 필립>(원제 빅 슬립),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최고작이라 칭송받는 <멋진 인생>,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연출하고 19회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우리 생애 최고의 해>가 있다.
   

<검은 수선화> / <미녀와 야수>
<구두닦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오명>, 리타 헤이워드 주연의 대표작 <길다>도 1946년 작이다. 영국에선 <검은 수선화>, 프랑스에선 장 콕토 감독의 <미녀와 야수>, 이탈리아에선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구두닦이> 등이 나왔다.


1959년

<벤허> / <뜨거운 것이 좋아>

제목을 알 법한 영화면 언급해도 줄이 넘어간다. <벤허>, <뜨거운 것이 좋아>,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400번의 구타>, <리오 브라보> 등등. <벤허>는 ‘할리우드 영화’ 하면 떠오르는 대규모 스펙터클의 이미지를 세운 기념비적 영화고, <뜨거운 것이 좋아>는 최고의 인기를 누린 배우 마릴린 먼로의 대표작이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 <400번의 구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히치콕 감독의 수많은 작품 중에도 항상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인정받고 있고, <400번의 구타>는 전설적인 콤비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과 장 피에르 레오의 시작을 알렸다. 알랭 레네 감독의 <히로시마 내 사랑>, 고바야시 마사키 감독의 <인간의 조건>, 끌로드 샤브롤 감독의 <사촌들>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영화들이다.


1960년

1960년대부터는 어떤 연도가 가장 위대했는지 의견이 갈리는 편이다. 대체로 1960년이나 1962년을 뽑는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앵무새 죽이기>, 타르코프스키의 초기작 <이반의 어린 시절>이 있는 1962년도 훌륭하지만, 1960년의 말도 안 되는 다양성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1960은 특히 유럽의 작품들이 빛났으니까.
   

먼저 영원한 누벨바그의 수장 장 뤽 고다르의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가 첫 공개됐다. 이에 질세라 프랑수와 트뤼포는 <피아니스트를 쏴라>를 개봉했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이 13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정사>가 심사위원대상을 받아 이태리 시네마의 격을 알렸다. 일본의 오즈 야스지로는 <가을 햇살>을, 한국의 김기영은 <하녀>로 길이 남을 걸작에 이름을 올렸다.
   

<가을 햇살> / <하녀>
<싸이코>

물론, 할리우드에서도 오래 남을 영화가 탄생했다. 히치콕은 그의 스타일을 온전히 응집한 <싸이코>로 장르의 범주를 넘어서는 영향력을 선사했다. 빌리 와일더 감독은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로 여전히 건재한 실력을 과시했다.


1975년

당시 사람들은 정말 행복했을지 몰라도, 고르는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시대다. 1970년대는 수작들이 두루두루 나왔다. 참고한 자료에서는 각각 1971년, 1973년, 1974년, 1975년, 1977년, 1979년을 언급한다. 한마디로 눈 감고 찍어도 평균 이상일 정도다. 그래서 단순히 작품만 보는 걸 넘어 할리우드의 판도를 바꾼 영화가 포함된 해를 고르기로 했다. 1975년이다.
   

단 한 편의 영화가 미국에서만 2억 달러를 벌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는 엄청난 수익을 거두면서 할리우드 최초 ‘블록버스터’(블록버스터는 1억 달러 이상을 돌파한 영화란 뜻이었다. 이후 흥행을 위해 대자본을 들여 제작하는 영화를 이르게 됐다)가 됐다. 블록버스터의 등장과 미국 변두리 극장에서 <록키 호러 픽쳐쇼>를 통해 형성된 대규모 컬트 문화가 1975년의 풍경이었다.
   

두 작품뿐이겠는가. 로버트 알트만의 <내쉬빌>, 스탠리 큐브릭의 <베리 린든>, 시드니 루멧의 <뜨거운 오후>, 우디 앨런의 <사랑과 죽음>, 밀로스 포먼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등 다양한 영화들이 지금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할리우드의 걸작들을 만나고 싶다면 1979년을 정리해봐도 좋다. <에일리언>, <지옥의 묵시록>,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등이 나왔다.


1982년

사실 예술로서 영화를 접근한다면, 1982년이 최고의 해는 아니다. 하지만 산업적인 면에선 가장 화려했던 해인데, 수많은 장르 걸작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블레이드 러너>는 당시엔 실패한 작품이었으나 훗날 디스토피아 SF의 원형으로 재평가 받았다. 스필버그는 <E.T.>로 가족 영화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냈다.
   
캐릭터 이름이 아예 고유명사가 된 <람보>도 1982년에 시작됐다.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도, 가상현실을 극대화한 <트론>도, 세계 3대 SF <스타트렉>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 <스타 트랙 2 - 칸의 분노>도 이때 나왔다. 지극히 장르적이긴 하지만, 분명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연도임은 틀림없다.

<블레이드 러너> / <람보>
<트론>

1994년

1999년도 언급되지만, 1994년이 1990년대의 주인공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펄프 픽션>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 영화의 새로운 사조를 예고했다. 프랭크 다라본트의 <쇼생크 탈출>은 극장 상영에선 실패했지만, 2차 매체의 힘으로 재평가를 받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은 애니메이션을 향한 ‘유아용’이란 시선이 얼마나 편협한 것인지 입증했다. <포레스트 검프>는 미국의 아이덴티티를 자체적으로 재정립하는 시간을 줬다.

<펄프 픽션>
<라이언 킹>
<중경삼림>

걸출한 감독들이 두각을 드러낸 해이기도 하다. 뤽 베송은 <레옹>을(이 영화를 향한 비판은 잠시 접어두자), 왕가위는 <중경삼림>을,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는 <세 가지 색: 레드>를 연출했다. 한 영화 기자는 짐 캐리의 대표작 <에이스 벤츄라>, <마스크>, <덤 앤 더머>가 나온 것만으로도 1994년이 최고의 해라고 첨언했다.


2001년

<멀홀랜드 드라이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년에 무슨 영화가 있었는데? 묻는다면 BBC가 선정한 21세기 영화 1위의 <멀홀랜드 드라이브>, 미야자키 하야오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최전성기를 찍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영화 사상 최고의 삼부작에 등극한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등이 2001년에 나왔다.
   

<웨이킹 라이프>

또 프랑스에선 장-피에르 주네가 <아멜리에>로 독창적인 영상미를 선사했고, 미카엘 하케네는 <피아니스트>로 다시 한 번 충격을 안겨줬다.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웨이킹 라이프>로 자신의 시각을 공고히 했고, <도니 다코>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형성된 컬트문화는 영화가 가진 다양한 가능성을 가늠케 했다. 


2010년대는 아직 진행형이므로 단정 지을 수 없다. 시리즈 영화, 프랜차이즈 영화가 많아져서 당분간은 2011년이 2010년대의 대표 해가 될 듯하다. 2011년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멜랑콜리아>, <토리노의 말>, <트리 오브 라이프>, <아티스트>, <드라이브>, <미드나잇 인 파리> <르 아브르>, <리스본의 미스터리>, <사랑을 카피하다> 등이 공개됐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