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제기한 의혹으로 국내가 발칵 뒤집혔다. 해당 방영분(1130)“<아수라>라는 영화, 지금 벌어지는 일 하고 너무 똑같아요라는 정치권 관계자의 전언으로 포문을 열었다. 권력과 조직의 커넥션. 갱스터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야기가 현실이라고? 기막힌 우연의 일치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로 인해 영화 <아수라>가 다시 화제의 중심에 놓였다.


<그것이 알고싶다> 요약
파타야 살인사건

장장 한 시간에 걸쳐 <그것이 알고싶다>는 성남 일대 조직폭력배와 공조한 공권력과 정치권이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의혹은 지난 2015 11 21일 파타야에서 한국인 한 명이 사체로 발견된 사건으로 시작됐다. 파타야 살인사건 용의자의 기소장에는 살인 죄목이 빠져 있었으며 검찰 측에서도 유달리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용의자는 성남 국제마피아파의 일원이었다.

지난 7월 21일,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화면
코마트레이드

한편, 조직의 선배이자 핵심 인물인 이씨는 IT기업 코마트레이드를 설립해 성남시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는데. 석연찮은 지점이 많은 이 회사엔 실체 없이 월급만 받아 가는 유령들이 있었고 그중엔 현직 경찰도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은수미 성남시장, 이재명 경기지사와 긴밀해 보이는 관계, 특혜 정황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영된 21일 이후, 네티즌들 사이에선 여전히 ‘합리적 의심이다 VS 음모론이다’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은 24일, 해당 의혹에 대해 “오류투성이”라고 전면 부인에 나서 프로그램에 반론권 청구 등의 대응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영화 <아수라>
<아수라> 포스터
개봉 직후

이 논란에 힘입어 <아수라>는 재관람 러시를 불러왔다. 개봉 당시 <아수라>는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제작비 120억 원을 투자한 <아수라> 260만 명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손익분기점인 360만 명 돌파에 실패했다.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등 내로라하는 국내 톱배우들의 출연 소식에 기대가 쏠렸고, 범죄 액션극은 한국영화 시장에서 타율이 높은 장르였다. 베일을 벗은 <아수라>는 일부의 호평과 다수의 악평을 듣고 말았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그 자체였던 영화의 거침없는 상상력을 관객들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일부 평론가들의 지지를 받기는 했지만 과하다’ ‘지겹다는 반응에 대중적으로는 외면받았던 비운의 작품. 일각에서는 <아수라>의 열혈 팬덤인 '아수리언'의 활약도 이어졌다. 이들은 N차 관람과 굿즈 제작은 물론 안남시청 홈페이지까지 제작했다.

<아수라>
역주행

그랬던 <아수라>가 이 시점에서 재평가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엔 과하게 받아들여졌던 설정이 비단 영화 속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게 돼버린 것. <그것이 알고싶다>의 의혹 제기 이후 각종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에 아수라가 등극했고, 사람들은 <아수라>에 만점의 별점을 매기며 급기야 영화가 VOD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상황이 빚어졌다. 관객들은 재평가 시급. 명작을 뒤늦게 알아봐서 죄송하다’ ‘소름 돋는 현실 판박이’ ‘다큐멘터리 잘 봤습니다 감독님등의 코멘트를 남겨, 성지순례까지 이어지는 양상이다.


<그알>과 <아수라>의 접점은
<아수라>

<아수라> <그것이 알고싶다>의 접점이 도대체 뭐길래 이 같은 반응이 나오는지를 정리해봤다. 가장 먼저 조직폭력집단과 암암리에 결탁한 권력이라는 테마의 유사성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현실이라면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타락한 지옥도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소재는 범죄 영화에 흔히 등장하던 내용이기도 했다. 관객들은 <아수라>의 배경이 가상의 도시인 안남으로 설정돼 있다는 점을 수상히 여겼다. <그것이 알고싶다>가 제기한 의혹의 중심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있고, 안남과 성남은 발음이 유사하다는 것.

<아수라>

영화 속 안남시는 분당, 일산, 판교처럼 서울 외곽에 위치한 신도시로 설정됐다. 게다가 유려한 언변으로 시민들의 열띤 지지를 받아온 이재명과 <아수라>에서 안남시장 역할을 맡은 황정민의 캐릭터가 유사하다는 접근이다. 영화에서 황정민은 안남을 제2의 분당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한다. 그뿐만 아니라 안남시장의 수족이 돼 온갖 비리 현장을 처리하는 캐릭터 은실장이 은수미 의원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아수라>

, 관객들은 극중 장례식장의 근조 리본에서 경원대학교라고 쓰인 키워드를 발견해 냈다. 성남에 위치한 가천대학교의 전신이 바로 경원대학교인데, 이재명은 시장 재임 시절 가천대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그는 가천대학교 행정대학원에 논문을 제출했으나 표절 문제로 학위를 박탈당했다. 어느 강연회에서 가천대를 향해, “어디 이름도 잘 모르는 대학 학위를 내가 필요로 하겠냐”고 폄하해 논란이 됐고 사과했다. 이외에도 민주연합’ ‘인권연구소등 이재명 경기지사와 직접 연관된 단어들이 눈에 띄면서 이와 같은 해석을 낳았다.


김성수 감독은 예언가?
<아수라> 엔딩 크레딧

한편, <아수라>의 엔딩 크레딧에도 이목이 쏠린다. 크레딧에 담긴 감독의 메시지가 의미심장하다는 것이다. “영화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회사 단체 및 그 밖의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라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힌다” 상술한 문구마저 재조명되고 있다.

<감기>

<아수라>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이전에도 시대 상황과 맞물린 역주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의 2013년 작 <감기>는 호흡기로 감염되는 사상 최악의 바이러스가 발병한 대한민국을 무대로, 국가 재난 사태에 이르게 한 감기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투를 그린 영화다. <감기>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소름 끼치는 예견이라는 반응으로 재차 화제가 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연출 이광훈, 임기현, 장경주, 이큰별, 박지은, 박경식, 김병길

출연 김상중

방송 1992, SBS

상세보기
아수라

감독 김성수

출연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개봉 2016 대한민국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심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