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데 약속도 없고 날씨는 덥고. 나도 모르게 첫사랑 그/그녀가 문득 떠오른다. 서툴기만 했던 그 시절이 부끄럽지만 그래도 그때가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럴 땐 설렘 가득하고 애틋하고 풋풋하고 두근두근 하는 첫사랑 영화를 찾아 보면 어떨까, 추천 리스트가 너무 식상하다고? 우리의 첫사랑 역시 결국 식상할 게 뻔하다. 그러니 뻔한 첫사랑 영화가 더 재밌을 수도. 참고로, <건축학개론>은 없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감독 구파도 출연 가진동, 천옌시 상영시간 107분 제작연도 2011년
대만은 첫사랑 영화 강국이다. 올해 개봉한 <나의 소녀시대> 이전에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있었다.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최고의 모범생 션자이(천옌시)를 좋아한다! 특히 약간은 껄렁한 커징텅(가진동)은 션자이에게 적극적이다. 션자이는 과연 누굴 선택할 것인가! 사실 이런 첫사랑 스토리는 실제로도 흔하다. 남자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그 반에서 제일 예쁘고 공부 잘하는 여자를 좋아하게 되어 있다.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거라 믿는다. 간혹 선쟈이가 ‘어장 관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건 정말 오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모쏠’이거나 아직 중학생일 가능이 높지 않을까. 청춘의 사랑은 서툴기 마련이라 션자이의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바로 보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라이즈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상영시간 100분 제작연도 1995년
미국인과 프랑스인이 사랑에 빠지다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것도 열차에서 우연히 만나서. <비포 선라이즈>는 어쩌면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판타지가 아닐까. 그런데! 사실 링클레이터 감독은 필라델피아의 한 장난감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밤 늦게까지 필라델피아 곳곳을 돌아다니면 흥미로운 대화를 나눴다. 그 경험이 <비포 선라이즈>의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첫사랑의 기억은 그 누구라도, 특히 남자라면 잊기 힘든 법이다. 제시(젊은 에단 호크)가 셀린(젊은 줄리 델피)을 쳐다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참고로 에디터는 키스 하고 싶어 하는 제시의 동작을 눈치챈 셀린의 표정을 담은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아~ 또 보고 싶다! 참, 혹시 20대 초반인데 이제 <비포 선라이즈>를 보게 된다면 속편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은 한꺼번에 보지 말고 영화의 시간처럼 9년 뒤, 18년 뒤에 보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래야 두 사람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비포 선라이즈> 바로 보기

<비포 선라이즈> 뮤직비디오

<클래식>

클래식
감독 곽재용 출연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상영시간 132분 제작연도 2003년
이 영화는 클래식이다. 제목 말고 국내 첫사랑 영화의 ‘고전’(클래식)이라는 말이다. 손예진이 1인 2역을 맡았고 과거에서는 조승우와 현재에서는 조인성과 애틋한 첫사랑을 만들어간다. 30년의 시간 차가 있지만 이들의 첫사랑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억년 전부터 첫사랑은 그런 감정이지 않았을까. 지금 다시 보면 유치할지도 모른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혹 유치하게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재미만큼은 보장한다. 아직 못 본 사람들은 꼭 봐야 할 고전이다.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과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이 OST로 삽입됐다. 이 영화를 계기로 유명해졌다. ▶<클래식> 바로 보기


<가장 따뜻한 색, 블루>

가장 따뜻한 색, 블루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 출연 레아 세이두,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상영시간 179분 제작연도 2013년
첫사랑은 풋풋한 남학생과 여학생의 만남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평범한 고등학생 아델(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의 첫사랑을 다룬 영화다. 상대는 대학생 엠마(레아 세이두)다. 아델은 평범하고 예쁜(!) 고등학생답게 학교에서 인기 있는 남학생과 데이트를 하러 시내에 나갔다가 우연히 엠마를 마주치고 곧바로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격정적인 사랑을 하지만 그 끝은 모든 첫사랑이 대개 그렇듯 비극적이다. 엠마에게 상처 받고 돌아와 침대에서 올면서 초콜릿을 꺼내 우걱우걱하는 아델의 모습은 첫사랑에 상처 받은 청춘의 딱 그 모습이다. 2013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어려운 예술영화 아니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못 믿겠으면 직접 확인해보시길.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바로 보기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메인 예고편'

<싱스트리트>

싱스트리트
감독 존 카니 출연 페리다 윌시-필로, 루시 보인턴, 잭 레이너 상영시간 106분 제작연도 2016년
많은 뮤지션들이 처음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부르게 된 계기는 첫사랑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 아일랜드에 사는 코너(페리다 윌시-필로)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모델이라고 소개하는 라피나(루시 보인턴)에게 반해 급 밴드를 결성한다. 라피나는 급 결성된 밴드 ‘싱 스트리트’의 뮤즈로 모든 뮤직비디오(2편?)에 출연한다. 이 영화의 놀라운 점은 음악영화의 대가 존 카니의 작품이라는 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급 결성한 밴드의 음악이 너무 좋다는 점이다. 더 놀라운 점은 별볼일 없어 보이던 코너가 영화의 러닝타임이 흐를 수로 정말 근사한 뮤지션으로 변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 체험이다. 역시 첫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싱스트리트> 바로 보기

<싱 스트리트> Beautiful Sea 영상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