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을 겪었던 부산국제영화제이지만, 올해도 79개국에서 찾아온 324편의 작품들은 하나하나 흥미롭다. 그중에서 영미권이나 중국, 일본 등 자주 접할 수 있는 국가의 작품들 이외에, 다양한 문화권에서 찾아온 작품들이 많다. 아마도 이번 부산영화제가 아니면 스크린에서 만나기가 힘들 작품들을 엄선해서 추천해 드린다. 


붉은 남근  (부탄/네팔)

아직 전통적인 가치가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부탄의 한 마을. 10대 소녀 상가이의 아버지는 남근상을 만드는 장인이다. 남근을 숭배하는 이 마을은 1년에 한 번 대규모 축제가 벌어지고 그때마다 붉은 가면을 쓴 남자들의 무리와 아버지가 만든 남근상이 마을을 뒤덮는다. 남근으로 상징되는 가부장제의 폭력 속에 살았던 상가이의 분노가 어느 순간 극단으로 치닫는다. 부탄/네팔 지역의 영화 중에 이렇게 가부장제의 폐해를 정면으로 다른 작품들이 있었는데, 다른 대표작으로는 <졸라>가 있었다. 노인에게 팔려간 소녀가 노인이 죽자 마을 사람들에게 순장을 강요당하는 내용이었다.

10월 10일 19:00 CGV센텀시티 1관
10월 11일 17:00 CGV센텀시티 3관
붉은 남근

감독 타쉬 겔트쉔

출연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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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스며드는 겨울 (남아프리카 공화국)

극심한 흑백 갈등을 겪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백인들의 폭압적인 인종차별 정권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영웅이 있었다. 돈 케페는 지주들의 저택을 습격해서 흑인들에게 생필품을 나눠주는 남아프리카의 로빈 후드였다. 그는 결국 1952년 교수형을 선고받고 만다. 할리우드 어드벤쳐물이 부럽지 않은 스케일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자밀 X.T. 쿠베카 감독의 신작인데, 그동안 <오브 굿 리포트>(Of Good Report, 2013), <어 스몰 타운 콜드 디센트>(A Small Town Called Descent, 2010) 등 꾸준히 각국의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인정한 명감독이다.

10월 10일 19:00 메가박스 해운대(장산) 3관
피부에 스며드는 겨울

감독 자밀 X.T. 쿠베카

출연 캔디즈 맥크루, 피터 쿠스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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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보스니아/터키/슬로베니아)

1995년 보스니아는 기나긴 내전이 끝났지만, 경기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4년엔 절망적인 실업률에 분노한 국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었다. <운수 좋은날>은 이렇게 불안하고 우울한 사회 분위기 속에 양심을 지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르민은 장애가 있는 아들과 임신한 아내를 부양해야 하지만,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그는 어렵게 찾아온 면접 기회 대신, 자신이 목격한 교통사고를 진술하러 가는 양심가이다. 인간세상이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이런 선행 뒤에 우연찮은 기회로 아르민은 일자리를 얻는다. 그러나 역시 행복은 얼마가지 않았고 회사내 비리를 내부고발했다는 이유로 아르민은 다시 실직자가 된다.

10월 10일 20:00 CGV센텀시티 4관
10월 12일 14:00 CGV센텀시티 3관
운수 좋은 날

감독 마틴 터크

출연 알렉산더 섹선, 세나드 알리호디직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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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드히미타의 비밀 (스리랑카)

한밤중, 감독은 대학시절 동기였던 아산드히미타의 전화를 받는다. 그녀는 자신이 세 명의 여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흥미를 느낀 감독은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놀라운 사실들을 접하게 된다.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아소카 한다가마의 작품이며,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의 정신을 기리고자 지난해 신설한 지석상 후보이기도 하다.

10월 10일 14:00 메가박스 해운대(장산) 1관
10월 12일 19:00 메가박스 해운대(장산) 3관
아산드히미타의 비밀

감독 아소카 한다가마

출연 쉬얌 페르난도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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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동무 (에스토니아)

에스토니아는 세계사 시간에 배워서 입에 익은 발트 3 중 하나다. 또한 1차 세계대전 때 독립했다가 소련에게 점령당했고 이후에 다시 독립한 국가다. <나의 작은 동무>는 이렇게 복잡한 에스토니아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스포츠 영웅인 아빠와 에스토니아 독립운동을 펼치는 엄마 사이에 렐로라는 사랑스러운 딸이 있다. 소련 점령군은 엄마를 체포하는 것도 모자라, 부부의 이혼을 강요한다. 작품은 렐로 퉁갈의 자전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서슬퍼런 분위기 속에서 따듯한 감성을 잃지 않는 드라마다.

10월 10일 16:30 CGV센텀시티 4관
10월 12일 13:00 CGV센텀시티 4관
나의 작은 동무

감독 무니카 시멧츠

출연 탐벳 투이스크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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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인내 (우즈베키스탄)

에스토니아 뿐만아니라, 소련 접경지역의 많은 나라가 현대사에서 아픔을 겪었다. <고요한 인내>는 전체주의 국가 소련의 폭력을 직접 행했던 한 장교의 양심에 대한 영화다. 퇴역한 군인 사이둘리는 쓸쓸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암선고를 받았지만 자식들은 그를 찾지 않고 있으며, 몸만큼이나 쇠락해진 정신은 세상을 떠난 전우의 망령에 괴로워 한다. 그는 죽기 전에 자신을 둘러싼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분투한다.

10월 10일 10:00 메가박스 해운대(장산) 7관
고요한 인내

감독 라쉬드 말리코프

출연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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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멕시코)

<헤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그래비티> 로 유명한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작 <로마>. 오랜만에 멕시코로 돌아가 1970년대의 한 가정부의 삶을 흑백으로 담은 작품이다. 워낙 유명감독의 작품인데다가 이미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까지 받은 걸작이지만, 넷플릭스에서 제작되어 이번 부산영화제 상영이 아니면 국내 극장에서 만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한편, 이렇게 전통적인 배급 및 상영 방법을 따르지 않는 넷플릭스의 작품들은 칸영화제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부산영화제는 <로마>를 포함해서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 J. J. 제이크의 <바람의 노래> 등의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한다.

10월 12일 19:30 CGV센텀시티 스타리움관
로마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마리나 데 타비라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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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