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산주>는 산자이의 전기영화다. 아직 살아 있는 인물을 다룬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심지어 산자이는 방탕한 생활, 범죄 전력 등 논란을 빚고 있는 인물이다.
산자이는 데뷔작 <문나 형님, 의대에 가다>에 출연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그게 영화를 찍은 이유는 아니다. 산자이는 1992년 뭄바이테러 사건 이후 테러리스트로 지목된 후 2016년까지 보석 석방과 재수감을 반복했다. 그와 만나 긴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그의 인생이 곧 드라마라고 느 꼈다. 미화의 의도는 결코 없었다. 산자이가 체포된 후 증명된 범죄 사실은 그가 총을 소지했다는 것 하나뿐이다. 그의 집에서 폭발물을 발견했다는 거나 범죄단체에 연루됐다는 사실 모두 언론이 만들어낸 가짜뉴스였다. 실제 경찰은 그런 사건을 수사한 적도 없다. 그런 진실을 알리는 한편으론 의심과 증오를 부추기는 언론을 비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기존 영화에서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인물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데 반해 <산주>는 최대한 거리를 두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건 픽션이 아니니까. 있는 그대로 사건을 다뤄야 한다는 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강점이자 어려운 점인 것 같다. 솔직히 이제 다시는 전기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 내가 보고 느낀 바를 가능한 건조하게 다루고자 했다. 흥미로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자이를 사랑하는 사람들 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런 모순된 반응, 뭄바이의 현실까지 담아내는 게 이 영화의 몫이었다.
<문나 형님, 의대에 가다>에서는 의료 체계, <세 얼간이>에서는 교육,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2014)에서는 종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사회 비판과 풍자가 영화의 목적은 아니다. 내가 이끌리는 건 언제나 캐릭터다. 거기서 출발한 탄탄한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사회를 반영하기 마련 이다. 생소한 분야에 관해 이야기 할 땐 오랜 공부가 필요하다. 대개 한 작품을 준비하는 데 최소한 2,3년은 걸리는 것 같다. 차기작 아이디어는 몇 가지 있는데 <세 얼간이> 속편도 그중 하나다. 올해 부산에서 데뷔작과 신작이 함께 상영되는 고마운 경험을 통해 적지 않은 영감을 얻었다. 충분히 숙성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지만 나를 위해서라도 부디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