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주는 스펙터클의 요소를 미장센과 일치시키다
앨리를 연기하는 레이디 가가의 음색은 분명히 아름답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 영화는 기대 이상의 감상을 주지는 않는다. 특히 후반부에 이르러 팝스타로 변신한 앨리의 모습은 익히 알고 있던 그녀의 레퍼토리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만일 누군가 이 작품을 무미건조하고 평범한 리메이크라고 평한다면, 이건 그 지점의 실패로부터 출발한 것인지도 모른다. 반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라쿤 목소리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더욱더, 브래들리 쿠퍼라는 재능 있는 배우가 자신을 채찍질하는 강도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는 다재다능한 배우였지만, 적어도 ‘가장 매력적인 남자배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 속 그의 모습은 반전을 준다. 목소리는 한 옥타브 더 낮아졌고, 짙은 수염과 얼굴의 주름 탓인지 캐릭터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풍성해졌다. 흡사 클라크 게이블이나 대니얼 크레이그가 연상될 정도다. 이와 비교해 여주인공 앨리의 캐릭터는 어느 정도 소모되는 측면이 있다. 영화는 주인공의 상향적 성공이 아닌, 남자주인공 중심의 ‘하강의 카타르시스’에 초점을 맞춘다. 주인공이 유발하지 않은 우연적 시련으로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둘의 사랑이 싹트기 이전에 이미 내부적으로 문제점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고의적이지 않은 과실이 이들 커플을 불행하게 만든다. 종달새처럼 지저귀던 그녀와의 일상은 순식간에 암흑이 되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의 마음에는 연민과 슬픔이 생긴다. 눈앞에 벌어지는 사건의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는 누구도 없을 것이라고, 비극적인 플래시포워드는 말하고 있다. 실제로 드랙퀸 클럽에서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영화는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의 또 다른 버전처럼 스스로를 무겁게 드러낸다. 한마디로 <스타 이즈 본>은 이전 버전의 영화들이 가진 ‘할리우드 드림’의 요소를 재탕하지 않는 영화다. 이 점은 다만 물리적으로 활용될 뿐, 영화의 감상은 오히려 이와 반대되는 지점으로 나아간다.
결말에 이르러서도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팝의 아이콘으로 성장하게 된 여주인공, 그녀와 대비되어 제자리에서 맴도는 남자주인공의 이야기가 예상대로 비극적 상황을 맞는다. 단조로운 모노코드의 이야기와 필연적인 아픔들, 이는 역설적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를 아는 시네필들도, 또는 그저 짐작하는 일반 관객에게도) 모두가 짐작하는 하강의 드라마가 ‘어떻게’ 생겨날지에 대한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수순의 비극을 향한 기대치가, 파국을 예상하지 못하는 인물들의 당혹스러움과 엇갈려 감정의 클라이맥스를 형성하는 것이다. 언뜻 무미건조할 수 있는 영화의 멜로드라마는 이렇듯 결말에 이르러 중반부의 지지부진함을 걷어낸다. 특히 잭슨이 사라진 뒤 앨리가 울부짖는 마지막 콘서트 장면에서, 잭슨을 통해 드러나는 신파적 감상의 회상으로 영화는 비장미를 갖추게 된다. 너무도 익숙한 흐트러진 낭만주의가, 또다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