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라미 말렉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되어 나타난 배우. 라미 말렉은 우리 눈에 익숙한 할리우드 스타는 아니었다. 제작 초기 프레디 머큐리 역에 낙점됐던 사샤 바론 코헨은 프레디의 섹슈얼리티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우면서 퀸 멤버들과 갈등을 빚어 하차했고, 차기 후보였던 벤 위쇼도 <007> 시리즈 촬영 문제로 합류하지 못했다.

(왼쪽부터) 프레디 머큐리,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라미 말렉

라미 말렉이 결국 주연을 꿰찼다. ‘과연 그가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따랐다. 그러나 라미 말렉은 영화가 후반부로 향할수록 싱크로율을 점차 끌어올려가는 연기를 보여주며 우려를 보기 좋게 뒤집었다. 퀸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 질주는 배우 라미 말렉에게 그 공을 넘겨도 좋지 않을까. <보헤미안 랩소디>를 기점으로 더욱 바빠질 배우 라미 말렉의 이모저모와 그간 밟아온 커리어를 정리해봤다.


이집트계 미국인, 쌍둥이 형제

둘 중 어느 쪽이 라미 말렉인지는 퀴즈다.

라미 말렉은 이집트인 부모님 사이에 태어난 이집트계 미국인이다. 압도적인 다리 길이를 자랑하던 프레디 머큐리를 대신하기엔 적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라미 말렉이 최종 발탁된 건 인도계 영국인이었던 프레디 머큐리에게서 느껴지는 이국적 외모를 표현할 잠재력을 그에게서 찾은 까닭이지 않을까. 캘리포니아에서 나고 자란 라미 말렉에게는 4분 늦게 태어난 쌍둥이 동생 사미 말렉이 있다. 일란성 쌍둥이답게 정말 똑같은 외모. 고등학교 동문인 커스틴 던스트는 학창시절 라미 말렉과 사미 말렉 형제가 가장 이성에게 관심이 많던 학생이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조연으로 다져온 탄탄한 기본기

<박물관이 살아있다!> 라미 말렉 (맨 우측)

라미 말렉은 단숨에 주연을 꿰찬 배우가 아니었다. <보헤미안 랩소디>로 그를 처음 알게 된 관객들도 상당할 텐데.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연으로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온 라미 말렉은 <박물관이 살아있다!>로 영화에 데뷔를 했다. 그가 맡은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아크멘라 역은 박물관의 물건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마법을 가진 캐릭터. 아크멘라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2>,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로 이어지는 시리즈에 꾸준히 등장해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 후 라미 말렉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속편인 <브레이킹 던> 시리즈에 벤자민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TV 드라마 <퍼시픽> 라미 말렉

이어서 라미 말렉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형제격으로 불리는 미니시리즈 <퍼시픽>에서 비중 있는 조연 스내푸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를 눈여겨본 <퍼시픽>의 제작자 톰 행크스는 이후 감독 주연을 겸한 영화 <래리 크라운>에서 그를 직접 캐스팅하기도 했다. <퍼시픽>은 2010년 에미상 2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최우수 미니시리즈상을 포함한 8개 부문 수상의 쾌거를 이룬 드라마로 라미 말렉의 필모그래피를 섭렵하고픈 사람이라면(혹은 밀리터리 덕후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 중 하나다.


<미스터 로봇>으로 남우주연상까지

<미스터 로봇> 라미 말렉

본격적으로 라미 말렉이 팬층을 형성하게 된 계기는 드라마 <미스터 로봇>이다. 2017년 시즌 3를 종영한 뒤 2019년 다음 시즌을 기약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라미 말렉에게 제68회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유의미한 작품이다. 낮에는 사이버 보안 기술자, 밤에는 해커로 활동하는 남자의 이중생활을 담은 <미스터 로봇>은 우울증과 마약중독, 대인기피, 해리성 인격장애 등의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남자의 심리 묘사와 꼼꼼한 IT업계의 고증을 통해 수작 드라마의 반열에 올라섰다. 주인공 해커 엘리엇 앨더슨을 연기한 배우가 바로 라미 말렉. 배경음악, 촬영기법 등 다방면에 공을 들인 연출로 화제가 된 <미스터 로봇>은 라미 말렉의 출연작 가운데서도 단연 1순위에 두어야 마땅한 작품일 것이다.


주연 활약한 작품들

<버스터 마 하트> 라미 말렉

라미 말렉은 첫 주연 영화 <버스터 마 하트>에서도 쉽지 않은 연기 도전을 해냈다. 꿈을 꾸듯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전개로 나아가는 <버스터 마 하트>는 성서에 나오는 ‘요나의 이야기’(복음을 전파하라는 신의 말을 거역해 고래 뱃속에 갇혀 버린 요나)를 끌어온 작품이다. 쉽게 잡히지 않는 비범한 전개를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영화지만 라미 말렉의 연기 변신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왼쪽부터) <빠삐용>에 출연한 라미 말렉과 찰리 허냄.

<버스터 마 하트> 이후 라미 말렉의 주연작은 탈주영화의 고전 <빠삐용> 리메이크다. <퍼시픽 림>, <크림슨 피크>, <잃어버린 도시 Z> 등의 대표작에서 활약한 배우 찰리 허냄과 라미 말렉이 공동 주연으로 출연했다. 또 <프리즈너스>의 각본가였던 아론 구지코우스키가 각본을 맡아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외신에 따르면 리메이크 <빠삐용>은 원작 <빠삐용>과 차별점이 그다지 보이지 않아 밋밋하다는 아쉬운 평이다. 북미에서 2018년 8월 개봉해 200만 달러 이상의 성적을 거뒀고, 국내 개봉 소식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


게임 <언틸 던>의 라미 말렉

그 밖에 이색적인 행보도 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라미 말렉은 익숙한 얼굴일 수 있다. 서바이벌 호러 콘솔 게임인 <언틸 던>(Until Dawn)에서 조슈아 워싱턴을 연기했던 라미 말렉. 게임의 중요한 키를 쥔 인물 조슈아가 된 라미 말렉은 광기 어린 연기를 발휘하며 게임에 극적인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씨네플레이 심미성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