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론(사진: 김새론 인스타그램)

아역 배우 김새론이 어느새 스무 살을 앞둔 10년 차 배우가 됐다. 남달랐던 떡잎으로 관객들의 눈에 든 이래 김새론은 욕심내지 않고 지금 하고 싶은 역할, 할 수 있는 연기에 집중해왔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온 필모그래피엔 아이가 아닌 프로페셔널의 선택이 엿보인다. 실제론 굉장히 밝다는 성격을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언제나 소외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 가져왔던 김새론. <동네사람들> 배우 마동석과는 6년 만의 재회를 하게 된 지금, 그간 김새론이 걸어온 영화 캐릭터를 짚어봤다.

동네사람들

감독 임진순

출연 마동석, 김새론

개봉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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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2009
10살 김새론

사실 김새론의 데뷔작은 <아저씨>가 아닌 <여행자>다. 여행을 떠나는 줄 알았던 진희(김새론)가 아버지로부터 버려져 보육원에 위탁되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진희는 현실을 저항해 보지만 갈 곳 없는 처지에 차츰차츰 이별을 받아들여간다는 이야기다. 서울에서 태어나 9세에 프랑스로 입양된 우니 르콩트 감독의 <여행자>는 감독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녹여낸 데뷔작이었다.

영화는 베를린영화제, 칸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 소개돼 1000 1의 경쟁을 뚫고 진희가 된 아역 김새론의 보석 같은 발견을 알렸다. 김새론은 극중 진희가 처한 상황을 아이다운 연기와 눈빛으로 소화하며 제19회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을 꿰찼다. 성인 연기자들과 당당히 겨룬 10살 아이의 남다른 출발이었다.

여행자

감독 우니 르콩트

출연 김새론, 박도연, 고아성, 박명신

개봉 200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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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2010
11살 김새론

한 편의 영화로 김새론을 단숨에 아역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다. 활동이 뜸했던 배우 원빈의 비장한 액션 연기로도 <아저씨>는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전직 특수요원인 전당포 아저씨 태식(원빈)이 납치된 이웃집 아이 소미(김새론)를 구하러 가는 내용을 담은 <아저씨>에서 김새론의 존재감은 원빈 못지않았다. 극중 스트립 댄서로 일하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소미는 어디에서도 사랑받지 못한 외로운 아이였다. 과거의 아픔을 안고 은둔해 살아가는 아저씨 태식과 소미가 교감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아저씨>는 인도에서 <록키 핸섬>이라는 영화로 리메이크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존 윅>의 각본가가 투입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한편, 김새론은 <아저씨>로 인해 친구들에게 연예인으로만 인식됐던 탓인지 학창시절 따돌림을 겪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아저씨

감독 이정범

출연 원빈, 김새론

개봉 201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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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람
2012
13살 김새론

<아저씨>로 스타덤에 오른 김새론의 차기작은 강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이웃사람>이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통해 명품 조연으로 각인된 김성균이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등장했던 아파트 배경의 일상 스릴러다. 김새론은 이 영화에서 1 2역을 해냈다. 이웃 아저씨 승혁(김성균)으로부터 희생당한 아이 여선, 승혁의 표적이 돼 사람들의 보호를 받는 수연이다.

여선과 수연은 똑같이 생겼어도 성격은 정반대다. 새엄마에게 엄마라고 부르고 싶지만 소심한 성격에 쉽사리 말로 하지 못하는 섬세한 심성을 가진 여선과 달리, 아파트 부녀회장 딸인 수연은 밝고 활달해 어른들에게 예쁨 받던 아이였다. 김새론은 하루에 두 캐릭터로의 변신을 해야 했던 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여선의 새엄마 역할로 호흡을 맞춘 김윤진은 김새론에 대해 너무 프로페셔널하다며 “감정 몰입이 굉장히 빨라 지켜보면서 감탄했다. 질투도 나더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웃사람

감독 김휘

출연 김윤진, 마동석, 천호진, 김성균, 김새론, 임하룡, 장영남, 도지한

개봉 201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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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2012
13살 김새론

<이웃사람>과 같은 해 개봉을 했지만 작은 영화라 관심이 적었던 <바비>는 김새론의 필모그래피에서 좀 더 주목받아야 마땅할 영화다. <아버지는 개다>, <엄마는 창녀다> 등 파격적인 주제와 날카로운 화법으로 불편함을 그려내는 데도 서슴지 않았던 감독 이상우의 작품. 이전까지의 작품과는 사뭇 달리 누그러진 시선으로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특유의 날선 화법만큼은 여전하다. 지적 장애인 아버지 망우(조용석)에게는 어린 두 딸 순영(김새론)과 순자(김아론)가 있다. 눈치챘겠지만 김새론과 김아론은 실제 자매 배우로 영화에 함께 출연했다.

순영과 순자의 실질적인 보호자는 삼촌 망택(이천희)인데, 거의 폭력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아이들을 방치하는 편에 가깝다. 입 하나라도 줄이고 돈을 갖겠다며 순영을 미국으로 입양 보내려 하는데, 좀 더 영악한 성격의 동생 순자가 이 기회를 뺏는다. 그러나 순자가 택한 아메리칸 드림의 뒤에는 잔혹한 음모가 있었다. 김새론, 김아론 자매는 <바비>의 단선적이고도 투박한 서사에 진정성을 부여하는 연기력으로 정직하고도 투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김새론의 가장 천진한 얼굴을 담았던 숨은 진주 같은 영화.

바비

감독 이상우

출연 이천희, 김새론, 김아론, 캣 테보

개봉 201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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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야
2014
15살 김새론

부지런히 이어지는 필모에 버금가게 외모도 연기도 성장해가는 김새론.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에서 김새론이 맡은 도희는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와 할머니(김진구)에게 학대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14살 소녀다. 늘 김새론이 맡아온 배역은 양지가 아닌 음지에서 고통받는 아이였고, 이번에도 어김없다. 도희가 살고 있는 외딴 마을에 파출소장 영남(배두나)이 좌천돼 나타난다. 폭력에 방치된 도희에게 처음으로 따뜻한 손길을 건넨 영남에게 도희는 강한 애착을 느낀다. 그러나 영남이 동성애를 이유로 좌천됐단 사실을 알게 된 용하가 도희와 영남의 관계를 위험에 빠뜨린다.

67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도희야>는 가정폭력, 불법체류, 동성애 등 사회적 이슈를 보듬으며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구원을 필요로 하는 약자인 동시에 무서운 구석도 가졌던 도희는 김새론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캐릭터다.

도희야

감독 정주리

출연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

개봉 201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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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2015
16살 김새론

2부작 TV 시리즈로 제작된 <눈길>2017년에 극장 버전으로 개봉을 했다. 일제강점기가 낳은 비극의 한 토막,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받았던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부잣집 총명한 막내딸 영애(김새론)는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가난한 집안의 딸 종분(김향기)은 이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일본군이 들이닥쳐 끌려가게 된 종분이 기차에서 목격한 것은 다름 아닌 영애였다. 둘은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끔찍한 현실을 겪는다.

같은 해 개봉한 위안부 소재 영화 <귀향>과 자주 비교되는 이 영화는 성 노예가 된 잔혹한 비극을 고통스럽게 재현한 <귀향>과는 다르게 완곡한 접근으로 박수를 받았던 작품이다. 폭력의 전시 없이 오롯이 두 소녀의 이야기만을 통해 잊어서는 안 될 비극을 관객들의 마음에 새겨 넣은 <눈길>은 김새론과 김향기라는 두 배우를 각인시킨 또 하나의 영화였다.

눈길

감독 이나정

출연 김영옥, 김향기, 김새론, 조수향

개봉 201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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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심미성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