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맨>이 명작인 이유 혹은 <아쿠아맨> 로튼점수 보는 법 등의 제목으로 인터넷에 퍼진 자막 합성 사진의 일부분.

댓글 말고 ‘짤’! 네티즌의 소통은 짤(‘짤림방지’를 짧게 부른 말에서 유래한 사진 이미지를 이르는 말)로 이뤄진다. 보자마자 감정이 느껴지는 짤 하나가 백 마디 말보다 낫기 때문. 그래서 영화 속 장면로 댓글을 남기는 경우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최근엔 주성치 주연의 <당백호점추향>의 한 장면(위 사진)으로 <아쿠아맨>이 왜 명작인지 설명하는 짤이 유행하기도 했다. 어떤 영화들이 네티즌의 심경을 대변하는 짤로 거듭났을까. 몇 가지 장면들을 정리해봤다.


원작 영화 <뱀파이어 키스>(1988)

용도 정신이 아닌 것 같은 말을 들었을 때, 너무 당연한 걸 아니라고 우길 때

영화 짤의 정석. 니콜라스 케이지가 강렬한 눈빛과 이를 드러낸 미소로 무척 기묘한 느낌을 준다. <뱀파이어 키스>에서 자신의 비서를 몰아세우며 해고하겠다는 으름장을 놓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 물음표가 연발된 짤이 주로 사용되는데, 짤의 유쾌한 느낌과 달리 원작에선 삭막한 분위기라 알고 보면 무섭단 생각도 든다. 이 장면에 대한 패러디는 해당 장면의 대사 ‘You Don't Say?’를 검색하면 만날 수 있다.

원본은 이렇다


원작 영화 <페이스오프>(1997)

용도 자조적인 유머, 웃으면 안 될 상황에 대한 유머를 들었을 때

짤부자 니콜라스 케이지, 이번엔 웃는 짤이다. 웃을 듯 말 듯 하다 갑자기 빵 터져버리는 이 장면은 <페이스 오프>에 등장한다. <페이스 오프>는 경찰 숀과 악당 캐스터의 얼굴이 뒤바뀐 상황에서 펼쳐지는 액션 영화다. 이 장면은 숀이 캐스터의 얼굴을 하고 범죄자들과 만난 것. 한 마디로 올곧은 경찰이 사상 최악의 범죄자 소굴에 들어온 것. 정보를 빼내고자 그들과 함께 약을 하고는, 자신의 상황에 자조적인 웃음을 짓는 것이다.


원작 영화 <디파티드>(2006)

용도 천인공노할 뉴스나 선을 넘은 유머를 들었을 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호쾌한 액션영화…가 아닌 누아르 영화 <디파티드>의 장면이다. 극중 코스텔로 패거리에 위장 잠입한 경찰 빌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맥주 잔으로 상대를 후려친다. 화난 걸 참아보려는 빌리의 표정, 한 템포 쉬어가는 리듬감, 맥주 잔이 깨지는 이펙트가 완벽한 조합을 이루며 ‘딥빡’을 강하게 전한다. 때문에 유머랍시고 던진 위험한 발언, 천륜을 저버린 범죄 뉴스를 들었을 때 사용하기 딱이다.

디카프리오답게 오스카로 패러디되기도.


원작 영화 <스파이더맨 2>(2004)

용도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었을 때, 속 시원하게 상황이 풀렸을 때

J.K.시몬스는 <스파이더맨> 3부작에서 J. 조나 제임슨 역으로 역대 최고의 만화 캐릭터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특히 <스파이더맨 2>에서 피터 파커의 제안에 빵 터지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장면. 호탕하게 웃는 연기는 소리로 들으면 효과가 두 배. 쇳소리를 내며 “하하핳핳핳” 박장대소해 듣는 이들도 따라웃게 만든다. 이 짤은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특히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었을 때 쓰면 딱이다. 유튜브 댓글을 빌리자면 “카니예 웨스트가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한다고 했을 때 내 반응”.


원작 영화 <어벤져스>(2012)

용도 별거 아닌 걸로 싸우는 상황일 때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마블 영화 중 진지한 축에 속하는 작품이다. 히어로들이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의 편으로 갈려져 싸우는 내용이니까. 하지만 짤은 사소한 걸로 대립각을 세우는 코믹한 분위기를 전한다. 국내에는 ‘부먹‘ 대 ‘찍먹’, 해외에는 <스타워즈> 대 <스타트렉> 같은 식으로 패러디됐다. 콜라 대 펩시, 짜장면 대 짬뽕, 삼겹살 대 목살 등등. 재밌는 건 정작 짤 속 장면은 <어벤져스>에 나온다는 사실.

록음악(메가데스 대 메탈리카), 셜록홈즈(로다주 대 베네딕트 컴버배치), 인터넷 브라우저(크롬 대 파이어폭스), SF(<스타워즈> 대 <스타트렉>) 등 패러디 범주도 다양하다.


원작 영화 <쥬라기 공원>(1993)

용도 인상적인 것, 사고 싶은 것을 봤을 때

이 장면은 <쥬라기 공원>에서 알란 그랜트 박사(샘 닐)가 처음으로 살아있는 공룡을 만났을 때다. 샘 닐의 다급한 손놀림에서 평생 화석으로 공룡을 연구한 그랜트 박사의 마음이 느껴질 정도. 신기한 것을 보았을 때 자주 사용되지만, 사고 싶은 것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새로운 사진을 봤을 때도 사용된다.


원작 영화 <천년을 흐르는 사랑>(2006)

용도 신기한 것을 보거나 경이로운 소식을 접했을 때

영화보다 짤이 더 유명한 영화 <천년을 흐르는 사랑>. 환희로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휴 잭맨의 모습은 영화에서 등장하는 16세기 스페인, 21세기 미국, 26세기의 행성 중 26세기 장면이다. 장발에 턱수염을 그득히 기른 그의 얼굴은 흡사 예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환하게 빛나는 얼굴과 배경, 그리고 휴 잭맨의 표정이 시너지를 내며 기쁨에 가득한 에너지를 전한다. 종교적인 영화의 한 장면이라 그런지 성스러운 이미지도 느껴진다.


원작 영화 <시민 케인>(1941)

용도 의견에 격하게 동의할 때

명작은 짤도 명작이다. 위 짤은 위대한 영화로 거론되는 <시민 케인>의 한 장면이다. 찰스 포스터 케인(오손 웰즈)은 수잔 알렉산더(도로시 코민고어)를 오페라 가수로 데뷔시키지만, 주변의 반응을 보고 실패했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판단 착오를 절감하면서 손뼉을 치는 장면. 그래서 그의 얼굴엔 분노에 가까운 비장함마저 서려있다. 그래서 진짜 즐거운 것보다 다소 비장한 상황에, 그런 의견에 동의할 때 사용된다. 이를 악문 표정 때문에 울음을 참으면서 박수치는 용도로도 쓸 수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아쉬운 분들을 위해 몇몇 짤을 더 준비했다. 간략하게 작품과 배우만 소개해도 장면에서 언제 쓰면 좋을지 바로 느껴질 것이다.

<장고:분노의 추적자> 속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노짤.

영국드라마 <닥터후>의 데이비드 테넌트. 비탄짤.

천만 영화 <인터스텔라>의 매튜 매커너히. 오열짤.

<루시>의 최민식. 당연히 해당 장면에 저런 대사는 없다. 비트코인이 주목받으면서 유행한 ‘가즈아’(‘가자’를 늘린 말)가 정말 잘어울린다.

<쥬만지>의 로빈 윌리엄스. 의외로 <죽은 시인의 사회>로 헷갈리기도.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없으면 아쉬울 만큼 유명한 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