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습니다. 네이버에 ‘가을 영화’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봤습니다. 멜로영화만 주르륵 나왔습니다. 왜 가을에 멜로영화인지 모르겠지만 검색 결과 가운데 다섯 편을 선정해봤습니다. 어쨌든 가을은 사랑의 계절인가 봅니다. 애인 있으면 예쁜 사랑 하시고, 없으면 좋은 인연을 만드시고, 다 귀찮으면 에디터처럼 집에서 멜로영화 VOD나 봅시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감독 롭 라이너 출연 빌리 크리스탈, 멕 라이언 상영시간 96분 제작연도 1989년
고백부터 하고 시작해야겠습니다. 사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다시 떠올렸을 때 식당에서 샐리(멕 라이언)가 해리(빌리 크리스탈) 앞에서 거짓 오르가슴 연기를 하는 장면만 생각났습니다. 이 영화를 가을 영화에 꼽은 이유는 솔직히 저 사진 한 장 덕분이었습니다. 에디터처럼 이 영화를 봤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이번 주말 다시 한번 보는 게 좋겠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냐는 주제로 쉴 새 없이 수다를 떠는 두 주인공을 보는 재미는 확실히 보장합니다. 롭 라이너 감독의 연출에도 불만 없고 노라 에프론의 각본도 좋습니다. 뉴욕의 가을을 다룬 영화는 많지만 이번주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입니다. ▶네이버님, 이 영화의 VOD 서비스 좀.

첨밀밀
감독 진가신 출연 여명, 장만옥 상영시간 118분 제작연도 1996년
<첨밀밀>은 1997년 3월에 개봉한 영화지만 가을에 보면 좋을 영화입니다. 너무 오래전 영화라 재미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바로 당신이 보면 눈물 펑펑 흘리면서 이른바 ‘인생영화’의 리스트에 올라갈 영화이기도 합니다. 진짜 아련합니다. 대륙에서 홍콩으로 소군(여명)과 이교(장만옥)가 갓 도착한 1986년부터 1996년까지 10년의 시간을 담아낸 이 영화는 등려군의 노래가 없이는 불가능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등려군은 1970~90년대 타이완, 일본, 홍콩에서 활동한 가수입니다. 영화가 끝나면 눈물을 훔치며 <첨밀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첨밀밀> 바로보기

시월애
감독 이현승 출연 이정재, 전지현 상영시간 94분 제작연도 2000년
<시월애>는 아름답습니다. 서정적인 풍광이 인상적입니다. 한국 멜로영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단역 전문 성우 은주(전지현)는 바닷가의 집 일마레(Il Mare)를 떠나면서 우편함에 다음 주인에게 편지를 남깁니다. 그런데 그 편지를 받아본 사람은 은주보다 먼저 이 집에 살았던 건축가 성현(이정재)이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시간이 얽힌 편지가 오가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유치할 것 같죠? 그래도 볼 만합니다. <시월애>는 예쁜 영화니까요. 전지현도 이정재도 아름답습니다. 영화는 제주 우도, 서해 석모도에서 촬영됐다고 합니다. 이건 비밀인데 이 영화가 추천영화에 포함된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제목 때문입니다. 앗, 아직 9월이네. ▶<시월애> 바로보기

비포 선셋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상영시간 79분 제작연도 2004년
<비포 선셋>은 8월에 재개봉했었죠. 정말 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극장에서 보고 이번 주말에 집에서 한번 더 봐야 합니다. 그렇게 하더라도 전혀 돈이 아깝지 않을 거니까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3부작은 언제 봐도 좋은 영화입니다. <비포 선셋>은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입니다. 9년 전 비엔나의 추억을 간직했던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이 파리에서 다시 만납니다. 아마도 계절은 가을이었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파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9년 전 그때처럼 또 떠들어댑니다. 수다. 수다. 수다. 끊임없는 이야기의 끝에는 노래가 있습니다. 비행기 시간이 다가오는 제시가 과연 줄리의 노래를 듣고 공항으로 갔을까요. 아, 영화가 끝나고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지만 다음 이야기를 보기 위해서는 또 9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비포 선라이즈> 안 본 친구들은 꼭 먼저 보세요. ▶<비포 선셋> 바로보기

만추
감독 김태용 출연 현빈, 탕웨이 상영시간 115분 제작연도 2010년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김태용 감독은 이제 영화 안 찍어도 될 것 같아요. 그에게는 <만추>가 있으니까. 이 영화 덕분에 아내도 얻고 얼마 전에는 딸도 얻었으니까. 이건… 영화 얘기가 아니네요. 영화 얘기를 해봅시다. <만추>는 이만희 감독의 1966년 영화를 김태용 감독이 리메이크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탕웨이를 캐스팅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시애틀의 풍광도 탕웨이를 위해 준비된 소품이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현빈의 연기는? 글쎄. 중요한 건 탕웨이입니다. 헝클어진 머리에 저 베이지색 코트를 입은 탕웨이를 2시간 동안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자신있습니다. 흠… 이것도 영화 얘기가 아니네요. 진짜 영화 얘기. 여운으로 가득한 <만추>의 엔딩도 2시간 볼 수 있어요. <만추>는 제목 때문에 이 추천 리스트에 오른 게 아닙니다! ‘가을영화’로 적어도 100년 동안 소환될 영화입니다. ▶<만추> 바로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