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이 사기 혐의로 긴급체포 되면서 어젯밤부터 그의 이름이 실시간검색어 상위권을 지키고 있습니다. 모든 범죄는 뿌리뽑혀야 마땅할 일이지만, 사기라는 죄는 범인이 피해자를 속이는 그 방법의 치밀함 때문에 묘한 흥미(?)가 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범죄 영화 중에 '사기영화'가 가장 강력한 박진감을 요하고,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씨네플레이는 '사기'를 소재로 한, 재미로 똘똘 뭉친 영화 다섯 편을 모아봤습니다.
<스팅>
(The Sting, 1973)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작품으로 '사기영화' 소개를
시작하는 걸 부정하는 이는
아마 없을 겁니다.
바로 <스팅>입니다.
1930년대 중반 시카고,
좀도둑 후커(로버트 레드포드)는 동료 루서와
행인을 습격해 거금을 탈취합니다.
하지만 돈은 뉴욕의 갱 로네건 일가의 것.
루서가 결국 로네건 일당들에게 살해당하고
후커는 루서의 지인 곤돌프(폴 뉴먼)를 방문,
거물급 사기꾼인 곤돌프는 후커와 함께
로네건에 대한 복수를 계획합니다.
<스팅>이 사기/반전(反轉)영화의 시초로
불리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이 영화는 무지하게 재미있습니다.
129분의 러닝타임 동안
단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빽빽하게 채워진 시나리오가 일품이죠.
전작 <내일을 향해 쏴라>(1969)에 이어
쫙쫙 붙는 케미를 자랑하는
로버트 레드포드와 폴 뉴먼의 연기도 좋습니다.
550만 달러가 투입된 <스팅>은
무려 1억6천만 달러를 벌여 들이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197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 부문에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비롯한
7개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주제곡인 스콧 조플린의
1902년(!) 피아노곡
‘The Entertainer'가
빌보드 차트 3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름만 들어선 영 낯설다고요?
한번 들어보세요!
곧장 "아~" 감탄사가 나올 겁니다.
<스팅> 바로 보기
<오션스 일레븐>
(Ocean's Eleven, 2001)
<오션스 일레븐>은
1960년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원작의 요소들을 피해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나마 비슷한 점이라면
주인공 대니 오션을 구심으로
11명의 멤버가 모였고,
그들을 연기한 멤버들이
그 당시 이름을 날리던
톱스타로 이루어졌다는 것.
1960년 <오션스 일레븐>에
프랭크 시나트라, 딘 마틴,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가 있었다면.
2001년 <오션스 일레븐>엔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줄리아 로버츠 등이 있습니다.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은
출감한 지 하루도 안 돼
사상 최대 규모의
카지노 털이를 계획합니다.
카드 달인, 소매치기, 폭파 전문가,
중국인 곡예사, 은퇴한 사기꾼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을 끌어 모으죠.
헤비급 복싱 경기가 열릴 범행일,
라스베가스 카지노 금고엔
무려 1억5천만 달러가 보관됩니다.
<오션스 일레븐>은
멤버 열한 명의 활약상을
골고루 보여줍니다.
특정 인물이 치우치지 않고
적절히 인물을 안배하죠.
그래서 재빠른 장면 전환이
영화 내내 등장합니다.
다음 숏이 화면을 밀고
들어오는 '와이프 효과',
두 화면을 나란히 보여주는
'분할화면' 등을 적극 활용해
캐릭터를 두루 챙기면서
극의 흡입력까지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습니다.
무조건 빠르기만 하다면 매력 없죠.
장면 전환이 경쾌한 리듬을 형성했다면,
완급 조절은 촬영으로써 해결했습니다.
직접 촬영까지 맡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갖가지 촬영기법을 이용해
인물들의 심리를 단박에 보여주죠.
역대급 배우들이 활약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데,
현란한 기교까지 더해지다니!
진수성찬 그 자체입니다.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오션스> 시리즈는 이후
2004년 <오션스 트웰브>,
2007년 <오션스 13>
두 속편으로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최근엔 여성판 리부트 <오션스 8>가
제작된다는 소식도 들렸죠.
산드라 블록, 케이트 블란쳇,
헬레나 본햄 카터, 앤 해서웨이,
리아나 등이 출연한다네요.
와우!
<오션스 일레븐> 바로 보기
<캐치 미 이프 유 캔>
(Catch Me If You Can, 2002)
명실공히 90년대 최고의 배우로 손꼽혔던
톰 행크스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이어
다시 한번 <캐치 미 이프 유 캔>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작업했습니다.
그의 이름값만으로 배가 부를 지경에
한창 물 오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까지
합세했으니 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저 높이까지 치솟았죠.
결과는, 그 기대치를 뛰어넘었습니다.
140분의 러닝타임이 쏜살같이 지나가죠.
어려서부터 남을 속이는 데에
재주가 있음을 깨닫게 된
프랭크(레오나으로 디카프리오).
그는 고등학교 때 가출해서
본격적으로 사기꾼의 길을 걷습니다.
기자를 사칭, 항공사의 허점을
알아낸 그는 조종사로 위장해
무임승차는 물론 회사 수표를 위조해
140만 달러를 가로챕니다.
FBI 최고의 요원 칼(톰 행크스)이
그를 가로막지만
프랭크는 매번 유유히
현장에서 빠져나옵니다.
17살 짜리한테 졌다는 사실에
좌절하면서도 칼은 그를 체포하길
포기하지 않습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대배우 톰 행크스 앞에서
전혀 작아 보이지 않습니다.
톰 행크스가 연기한 칼이
상대적으로 프랭크보다는
덜 드라마틱한 인물이라는
사실도 한몫 했겠죠.
그렇다고 디카프리오의 성과가
무색해지는 건 아닙니다.
그는 영화 속 주인공이자 실존인물인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세 치 혀만큼이나
능수능란하게 관객을 쥐락펴락 합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재미는
당시에도 아직 꽃돌이었던
디카프리오의 미모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가 언제는 안 잘생겼냐고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그가 더 돋보이는 건
주인공 프랭크의 사기 행각에 맞춰
디카프리오가 매번 새로운 코스프레를
선보인다는 점입니다.
항공기 기장, 의사, 변호사 등 신분을 위조한
프랭크의 행보가
디카프리오의 다양한 코스츔으로 나타납니다.
심지어 촌뜨기 고등학생 복장에도
저리도 번쩍번쩍 빛나다니...이 영화를 보고 나선 한동안 거울은 보지 마세요
<캐치 미 이프 유 캔> 바로 보기
<범죄의 재구성>
(2003)
우리나라는
사기영화의 불모지라 할 만합니다.
완성도라는 기준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거의 손에 꼽을 만하죠.
그래서 <범죄의 재구성>이
처음 발표되던 당시
그 반응이 대단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잘 만든 케이퍼 무비를
가졌단 사실에 환호했죠.
사기 전과로 출소한 지
한 달도 안된 최창혁(박신양)은
한국은행 사기극을 계획합니다.
여기에 사기꾼의 대부 김선생,
'이빨'로는 적수가 없는 얼매,
위조기술자 휘발류 등이 합세하죠.
은근 <오션스 일레븐>과
비슷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무리는 서로를 믿지 못합니다.
그래서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죠.
<범죄의 재구성>이 이룬
성과의 팔할은
최동훈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에 달렸습니다.
멤버들이 서로를 믿지 못해
속고 속이는 상황이
복잡하게 거듭되는 가운데
이야기는 신통하게도
부드럽게 결말로 향해갑니다.
사기영화의 에너지는
탄탄한 시나리오가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모범 사례죠.
최창혁과 그 일당들의
무기는 행동이 아닌
바로 화려한 언변입니다.
상대방에게 속사포 같이
계획을 이야기 해서 현혹시킨 후
미리 마련한 빈틈으로
유유히 빠져나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게
'대사'였습니다.
"너 다시 취직해라
손 끊었잖아요?
나 수술해서 다시 붙였다."
"어려울 때 어려운 일
하시느라 어려우시겠어요."
"내가 청진기 대보니까
딱 진단이 나와.
시츄에이션이 좋아."
"나 수술 당했어.
거의 뇌수술 정도야.
중상이야."
같은 대사가 줄지어 등장하는
<범죄의 재구성>은 가히
명대사의 향연이라 할 만합니다.
최동훈 감독은 대사 집필에
어려움을 겪던 당시,
주변에서 들리는
모든 대화에 기울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제작자 차승재의 소개로
도박 고수들이 한판
벌이는 현장에 가서
그들이 하는 멘트를
일일이 취재했다고 합니다.
쫀득쫀득한 대사가
달리 만들어진 게 아니었던 셈.
최동훈 감독은 이 데뷔작으로
단숨에 그 실력을 인정 받고
<타짜>(2006), <전우치>(2009)
등의 작품을 연이어 히트 시킵니다.
<오션스 일레븐>의 한국판처럼
보이는 <도둑들>(2012)은
129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
(Now You See Me, 2013)
8명의 주요 캐릭터가
등장하긴 하지만
흥행을 확실히 보장하는
톱스타 배우가 부재했던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은
중형 규모인 7500만 불로 제작돼
전세계적으로 5배에 달하는
흥행 수익을 올렸습니다.
<나우 유 씨 미>의 변별점은
한국어 제목이 친절히 일러주는
'마술'과 '사기'의 조합에 있었죠.
불과 1년 전만 해도
무명이었던 4명의 마술사가
누군가의 초대장에 의해
'포 호스맨'이라는 마술팀을 결성합니다.
그로부터 1년 후 그들은
라스베가스 마술쇼에서
3초 만에 파리 은행의 비자금을 털어
관객들에게 뿌리는 쇼를 성공시킵니다.
하지만 포 호스맨은
무대 뒤편에서 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큰 작전을 계획합니다.
그리고 그 뒤를 FBI요원과 인터폴 형사가
바짝 뒤쫓습니다.
사실 <나우 유 씨 미>는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작품입니다.
지지하는 쪽이 주로
라스베가스를 배경으로 하는
화려하는 쇼와 사기의 묘미가
어우러지는 데에 만족을 드러낸다면,
부정적인 의견은
영화 속 마술이 초능력에 가깝다며
조롱하는 식이죠.
영화에 대한 찬반은
각자의 몫일 테지만,
확실히 <나우 유 씨 미>의 마술은
현실적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더군다나 그 마술의 비밀도
공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나우 유 씨 미>는
마술을 ‘속임수’가 아닌
‘환상’이라고 믿는 이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거대한 마술쇼를 관람한다는
마음으로 보는 이들에겐
더 없이 즐거운 감상을 제공합니다.
여느 사기영화과 달리
복잡하게 이야기를
꼬아놓지도 않았습니다.
복잡한 이야기에 뛰어들어
결국 자신의 지능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짜릿한 자괴감을
원하는 '도전자'보단
그저 이 화려한 한탕을 즐기겠다는
느슨한 '구경꾼'에게
더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어느 쪽에게든
<나우 유 씨 미>가 선사하는
반전의 묘미는 짜릿합니다.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 바로 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