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많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영화 시장에서 손익 분기점을 넘어 흥행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관객들의 마음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유명 감독들조차 흥행을 보장받을 수도, 예측할 수도 없다. 이 요지경과 같은 영화산업에서 무려 첫 데뷔작으로 대박 난 감독들이 있다. 오늘은 500만 명 이상의 관객 수를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7명의 감독과 그들의 데뷔작을 정리해보았다.

※상업영화 장편 데뷔 기준.


<검은 사제들>

감독 장재현│출연 강동원, 김윤석│ 누적 관객 수 5,442,553 명

2015년 한국 오컬트 영화계에 새로운 획을 그은 장재현 감독의 데뷔작 <검은 사제들>. 뺑소니 사고 이후 이상 증세에 시달리는 한 소녀(박소담)을 구하기 위해 김신부(김윤석)와 새로운 보조사제 최부제(강동원)이 목숨을 건 의식을 행한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구마의식을 소재로 한 영화임에도 관객몰이에 성공, 최종적으로는 손익 분기점인 약 200만 명을 훌쩍 넘은 544만 명을 기록했다. 기존 한국 영화 시장에 오컬트가 생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500만이 갖는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올 것. 올 2월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 이후 약 3년 만에 신작 <사바하>를 선보였다. 전작만큼의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뚝심 있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아가고 있음을 증명하기엔 충분했던 작품. 다음 영화가 기대 되는 감독 중 하나다.

(좌) 강동원 (우) 장재현 감독 / 사진 씨네21


<범죄도시>

감독 강윤성│출연 마동석, 윤계상│ 누적 관객 수 6,880,546

아직 이 영화 아이봤니? 2017년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정통 형사 액션물 <범죄도시>. ‘진실의 방으로’, 마라롱샤, 조선족 말투 등 온갖 유행을 만들어낸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판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6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이 났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해 가리봉동 상가를 장악한 조선족 장첸(윤계상). 영화는 잔혹하고 무자비하기로 소문난 그를 검거하고자 하는 마형사(마동석)의 ‘조폭 소탕 작전’을 보여준다. 형사가 조폭을 잡는다는 흔하디흔한 스토리이지만, 마동석이 주는 타격감과 통쾌함, 화끈한 액션씬, 유쾌함 등이 잘 어우러져 색다른 시너지를 냈다.

47세의 나이에 <범죄도시>로 상업영화계에 화려하게 등장한 강윤성 감독은 이 영화로 2018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차기작 <롱 리브 더 킹> 제작 중에 있으며, <범죄 도시>로 스타덤에 올랐던 배우 진선규와 다시 한 번 더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좌) 강윤성 감독 (우) 마동석 / 사진 씨네21


<검사외전>

감독 이일형│출연 황정민, 강동원│ 누적 관객 수 9,707,158

다혈질 검사 변재욱(황정민)은 취조 중이던 피의자가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살인 누명을 쓰고 15년 형을 선고받는다. 5년 후, 교도소에서 우연히 보게 된 꽃미남 사기꾼 치원(강동원)이 자신이 누명을 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음을 직감하고, 변재욱은 그를 내보내 자신의 혐의를 벗겨 줄 것을 계획한다. <전우치>에 이어 능글맞은 캐릭터로 돌아 온 강동원과 황정민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 앙상블이 빛나는 버디무비. 춤이면 춤-아직 보지 못했다면 강동원의 붐바스틱을 검색해보길-, 애교면 애교 모두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제2의 인생캐릭터를 만든 강동원의 매력에 빠지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볼 것! <군도: 민란의 시대>, <비스티 보이즈>에 조감독, 각색으로 참여하며 내공을 다진 이일형 감독의 데뷔작으로 2016년 흥행 2위에 등극하였다. 천만을 목전에 두고 아쉽게 돌파에 실패해 '아픈 손가락 같은 영화'로 뽑히기도.

이일형 감독 / 사진 씨네21


<변호인>

감독 양우석│출연 송강호, 임시완│ 누적 관객 수 11,374,892

부산에서 돈 잘 버는 변호사였던 송우석(송강호). 어느 날 그에게 7년 전 밥값 신세를 졌던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가 찾아온다. 자신의 아들 진우(임시완)가 억울하게 구치소에 들어가 있다며 재판을 도와달라는 간절한 부탁에 면회만이라도 도와주겠다며 진우를 찾아간 우석은 고문으로 망가진 진우의 모습을 받고 충격을 받는다. 이에 우석은 모두가 회피하려했던 진우의 재판을 맡게 되면서 국가의 충격적인 이면을 마주하게 된다.

양우석 감독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으로 데뷔와 동시에 ‘천만 관객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웹툰 작가가 본업이었던 그는 감독이 된 계기로 “(<변호인>을) 웹툰으로 만들려 했는데 영화 제작을 제안 받았다. 그런데 감독, 배우 섭외가 쉽지 않았다. 결국 오기가 생겨 직접 연출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고 고백했다. 양우석 감독은 <변호인>으로 2014년 대종상 등 다양한 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이후 차기작 <강철비>로 445만 명을 기록하며 2연타 흥행에 성공하였다.

(좌) 양우석 감독 (우) 송강호 / 사진 씨네21


<숨바꼭질>

감독 허정│출연 손현주, 문정희│ 누적 관객 수 5,604,104

성공한 사업가 성수(손현주)는 어느 날 형의 실종 소식을 듣고 형이 살았던 아파트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집집마다 새겨진 이상한 암호 ‘□1○1△2’를 발견하는데, 이를 수상히 여긴 성수는 곧 암호가 집에 사는 사람의 성별과 수를 뜻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거기에 유일한 힌트가 될 것 같았던 형을 안다는 여자 주희(문정희)는 ‘그 사람한테 제 딸 좀 그만 훔쳐보라고 하세요’ 라며 도리어 그에게 화를 낸다. 결국 의문만 얻은 채 집으로 돌아 온 성수. 그런데 자신의 집 초인종 옆에도 익숙한 암호가 그려져 있다.

현실 밀착형 공포 스릴러로 560만 관객을 모은 허정 감독의 영화 <숨바꼭질>. 실제 초인종 괴담 사건을 소재로 만든 이 영화는 우리 집에 낯선 사람이 숨어 살고 있다는 섬뜩한 전제로 일명 ‘내 집 스릴러’의 지평을 열었다. 탄탄한 각본과 스릴 넘치는 전개로 ‘웰메이드 스릴러의 탄생’이라는 큰 호평을 받았으며, 입소문을 타 많은 대중들에게 선택을 받았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현재 미국에서 <하이드 앤 식>이라는 리메이크작이 제작중에 있다.

허정 감독 / 사진 씨네21


<추격자>

감독 나홍진│출연 김윤석, 하정우│ 누적 관객 수 5,071,619

‘4885, 너지?’. 한국 스릴러 영화의 선두에 서있는 나홍진 감독 또한 데뷔작 <추격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감독이다. 희대의 연쇄살인마 유영철을 모티브로 만든 이 영화는 전직 형사, 현 출장 안마소 주인 중호(김윤석)가 연쇄살인범 영민(하정우)를 잡기까지의 추격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섬뜩한 사이코패스 영민 역을 맡았던 하정우가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작품이자 현재까지도 평단의 큰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두 배우의 팽팽한 연기력과 러닝타임 내내 몰아붙이는 듯한 스릴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후 나홍진 감독은 <곡성>으로 680만 관객을 동원하며 스릴러 장르의 귀재로 자리매김하였다.

(좌) 나홍진 감독 (우) 하정우 / 사진 씨네21


<과속스캔들>

감독 강형철│출연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 누적 관객 수 8,245,523

찬란했던 학창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며 745만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던 <써니>의 강형철 감독. 그는 이미 데뷔작 <과속스캔들>을 통해 820만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인기 감독이다. 잘나가는 인기스타 남현수(차태현)에게 어느 날 갑자기 딸이라며 찾아 온 황정남(박보영). 심지어 정남에게는 아들 황기동(왕석현)까지 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생긴 딸과 손자라니. 그렇게 마음에 들지도 않는 동거를 시작하고, 전혀 맞지 않았던 세 사람은 점차 서로를 이해해가기 시작하며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난다.

코미디, 드라마 장르에 두각을 보이는 강형철 감독은 <과속스캔들>에 이어 <써니>와 <타짜2>로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연출한 <스윙키즈>가 140만 관객에 그치며 큰 아쉬움을 자아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충무로 흥행보증수표인 강형철 감독. 앞으로 그가 그려낼 참신하고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무엇일지, 그의 다음 영화가 궁금해진다.

강형철 감독 / 사진 씨네21


씨네플레이 문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