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가 휠체어를 밀어주지 않으면 아무 곳도 가지 못하는 세하(신하균), 세하가 이것저것 챙겨주지 못하면 5살 아이에 불과한 동구(이광수). <나의 특별한 형제>는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특별한 형제의 이야기를 담았다. 형제보다 더 형제 같은 이들의 끈끈함이 평단과 관객의 마음을 훈훈히 데우고 있는 중. 온갖 히어로가 점령한 극장가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인 <나의 특별한 형제>, 영화와 함께 보면 더 재미있을 촬영 비하인드를 정리해봤다.
1.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십여 년을 한 몸처럼 살아온 지체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 씨의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복지원에서 생활하던 시절, 두 사람은 ‘강력 접착제’란 별명을 지녔을 정도로 늘 붙어 다녔다고. 2002년엔 광주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최승규 씨를 위해 박종렬 씨가 4년 동안 함께 등하교 하며 책장을 넘겨주는 등 도움을 줬고, 최승규 씨가 학교를 졸업하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화제를 모았다. 그렇다면 영화에 실화는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까? 육상효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반부의 캐릭터만 실제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극 중 벌어지는 사건들은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2. 실화 주인공들 역시 영화에 만족을 표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일 수밖에 없는 영화다. 목 아래론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세하의 경우 신체적인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표정과 대사만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던 상황. 육상효 감독은 영화 개봉 후 인터뷰를 통해 “반드시 연기를 잘하고 딕션이 좋은 배우 여야 했는데, 그런 점에서 신하균이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목을 돌릴 때 어깨가 돌아간다거나, 감정이 고조될 때 숨을 들이마시느라 저절로 가슴이 들썩이는 등 자연스러운 움직임마저 절제해야 했던 신하균. 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연기가 걱정”됐지만, “시사회 때 실화 바탕이 돼주신 분들이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해주셔서 감사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3. 이광수는 4개월 넘게 수영 연습에 매진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이광수가 연기한 동구는 뛰어난 수영 실력을 지닌 캐릭터다. “어렸을 때 수영을 배웠으나 성인이 된 뒤 수영할 기회가 없었다”던 이광수는 동구를 연기하기 위해 4개월이 넘도록 수영 연습에 매진했다. 수영과 함께 근육을 키우기 위한 다른 운동도 병행했다고. “세하의 손과 발이 되어줘야 하는 인물이니 생활 근육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육상효 감독의 말에 따라 운동을 하며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4. 이솜은 영화를 촬영하며 물 공포증을 극복했다.
동구의 수영 코치, 미현을 연기한 이솜 역시 이광수와 함께 촬영 전 수영 특훈을 받았다. 놀라운 사실이 있다면 이솜이 물 공포증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 이솜은 특훈을 받았던 4개월 동안 촬영이 없는 날에도 수영장에 출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이솜은 “연습을 하면서 물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5. 낯을 많이 가리는 세 사람을 가깝게 만들어 준 것은?
신하균, 이광수, 이솜의 공통점은? 세 사람 모두 낯을 가리는 성격이다. 세 사람을 가깝게 만들어준 건 다름 아닌 술자리. 신하균은 “첫 대본 리딩 당시, 이솜 씨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크게 들렸다. 덕분에 많이 웃고 리딩이 끝난 후 술자리를 가지며 친해졌다”며 배우들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세 사람은 촬영장이 아닌 곳에서도 자주 뭉쳤다. 촬영이 끝난 후 산책 차 공원에 가는 길 지하철에 탑승해 주목을 받기도. '복고' '올블랙'으로 드레스 코드를 맞춰 사석에서 촬영한 사진 역시 팬들 사이 화제를 모았다.
6. 식욕 자극하던 영화 속 라면, 알고 보면 정말 맛이 없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보고 나면 라면을 찾을 수밖에 없는 영화다. 입맛을 다시는 세하를 앞에 두고 “뜨거워”를 외치며 라면을 제 입으로 가져가 후루룩 한입에 마셔버리던 동구, 그를 연기한 이광수의 역대급 먹방 연기를 만날 수 있는 작품. 이광수는 후에 “이 장면에서 먹은 라면이 정말 맛없었다”고 토로했다. “소품팀 스탭이 생애 라면을 처음 끓여봤다고 말해 그 사실을 믿지 않았지만, 먹어보니 정말 생애 처음 끓인 라면 같았다”고 입을 연 그는 “라면을 한 번에 먹어야 했기 때문에 냄비에 차가운 물을 부었고, 김을 연출하기 위해선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 과정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불은 라면을 누구보다 맛있게 먹은 이광수의 연기가 빛나는 장면이다.
7. 이솜은 촬영 내내 한 벌의 청바지를 돌려 입었다.
극중 취준생 미현을 연기한 이솜은 영화 속에서 주로 남방에 청바지, 운동화를 신은 수수한 차림으로 등장한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진행된 <나의 특별한 형제> 츄잉챗에서 이솜은 극 중 미현의 패션에 대해 묻는 질문에 “거의 한 벌의 청바지를 입고 촬영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영화의 스틸 이미지 속 미현의 청바지는 모두 같은 디자인. 모아보니 운동화 역시 같은 디자인이다.
8. 3년 동안의 시나리오 작업을 거쳤다.
실화를 모티브로 했기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 <나의 특별한 형제>는 오랜 시간, 여러 작가의 노고가 뭉쳐 탄생한 작품이다. <화려한 휴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쓴 나현 작가, 2012년 롯데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작 <관능의 법칙>을 쓴 이수아 작가, 명필름랩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한 정일 작가까지, 육상효 감독을 포함해 4명의 작가가 머리를 맞댄 끝에 모두를 만족시킨 완벽한 각본이 나올 수 있었다. 각자 쓴 부분을 육상효 감독이 취합한 후 하나하나 고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9. 카페에서 동구의 립싱크 장면은 애드리브다.
<나의 특별한 형제>의 예고편에서도 볼 수 있는 장면. 계산대보다 낮은 위치, 휠체어에 앉은 세하가 속사포로 주문을 하고, 종업원과 얼굴을 맞댄 동구가 립싱크로 세하의 주문을 읊는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살아가는 이들의 팀워크가 빛난 장면. 이 장면은 배우들의 애드리브로 탄생했다. 원래 시나리오엔 세하의 대사뿐이었다고. 극의 재미를 두 배로 부풀린 배우들의 팀워크도 함께 빛난 장면이다.
10. 베트남에서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맞먹는 파워를 자랑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국내 개봉 전 베트남 호찌민에서 프리미어 행사를 개최했다. 육상효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의 특별한 형제> 프리미어 형사에 대해 언급하며, “현지에서는 하노이국제영화제만큼 큰 행사였다고 하더라. 거기도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인기가 상당한데, 우리 행사로 상영관을 비웠으니 엄청난 투자를 한 거다”라고 밝혔다. 베트남에서 이광수의 인기를 “ ‘로다주’가 아니라 ‘이다주’였다”는 말로 설명하며 현장의 열기를 전하기도. ‘아시아 프린스’란 별명을 지닌 이광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11. 배우들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삽입된 OST를 직접 불렀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흘러나오는 곡, 신하균, 이광수, 이솜이 직접 부른 ‘Happy!’다. 4인조 밴드 MOCCA(모카)의 ‘Happy!’를 번안한 곡. 세 배우의 음색은 영화를 보고난 후 포근해진 마음을 몽글몽글 부풀게 만든다. 영화에서 확인하지 못했다면 아래 뮤직비디오로 확인해보시길. 하균신의 귀여운 댄스도 만날 수 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