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기 전부터 <기생충>을 화제의 영화로 만든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최우식이다. 백수 가족의 아들 기우 역을 맡은 그는 제작보고회에서 “<기생충>으로 더 큰 역할로 나아가니까…”라는 발언으로 ‘분량 요정’에 등극했다. 기자회견에선 귀여운 매력이 뿜뿜하나 영화에서는 새로운 캐릭터 연기를 보여주며 또 한 번 도약한 최우식. 그의 캐릭터와 사사로운 이야기를 모았다.


데뷔는 드라마, 출세는 영화

(왼쪽부터) <짝패> 어린 귀동, <특수사건 전담반 TEN> 박민호, <옥탑방 왕세자> 도치산

최우식은 드라마 <짝패> 귀동(이상윤)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이어서 <폼나게 살거야>의 나주라, <특수사건 전담반 TEN> 박민호로 주연에 발탁됐고, <옥탑방 왕세자>의 내관 도치산을 맡아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인기를 모았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유란(박은빈)의 ‘누나바보’ 동생 윤유준과 소방관 업무를 수행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심장이 뛴다>의 출연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됐다.

<거인> 영재

최우식의 배우 인생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거인>이다. 보호시설에서 나와야 하는데 무책임한 아버지(김수현)에게 등 떠밀리듯 동생 민재(장유상)까지 책임져야 하는 영재를 만난 최우식의 얼굴은 더욱 폭넓은 감정을 담을 수 있었다. 그는 <거인>에서 싹싹한 순둥이이자, 이길 수 없는 세상에 던져진 어린 양이었고, 살기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위선자였다. 그의 존재감은 영화 전체를 흔들었고,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청룡영화상을 비롯해 신인남우상을 5개나 수상하는 데 성공했다.


천만 배우의 영예와 업보

<부산행> 영국

2016년 유일한 천만영화 <부산행>. 최우식은 고등학교 야구부원 영국 역으로 <부산행>에 출연했다. 응원단장인 진희(안소희)와 썸 타는 관계로 그려져 전반적으로 성인 인물 위주인 <부산행>에 풋풋한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그럼에도 <부산행>에서 보여준 최우식의 연기는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필 이렇게 흥행한 영화에서 연기를 엉망으로 한 탓에 그 자신이 넘어서야 할 벽도 높아진 셈이다.


최우식 순한맛 vs. 최우식 매운맛

<호구의 사랑> 호구

최우식 팬들이 뽑은 그의 ‘인생캐’는 <호구의 사랑>의 호구. 그의 멍뭉미와 러블리함을 만끽할 수 있다. 최우식 본인도 “어떻게 이렇게 착할 수 있을까” 감탄할 만큼 순둥이 캐릭터라서 그의 순한 미소와 찰떡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삐약 삐약 병아리~♩”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장면은 최우식에게 삐약이라는 별명을 만들어주며 많은 팬들을 끌어모았다.

<마녀> 귀공자

최우식의 매운맛은 <마녀>의 귀공자. 자윤(김다미) 앞에 홀연히 나타나 “마녀 아가씨”라고 조롱하는 귀공자는 우수한 능력에도 늘 열등감에 시달리는 캐릭터다. 능글능글한 화술로 상대방을 밀어붙이는 탓에 최우식의 선량한 눈웃음이 비열하게 보일 정도. 귀공자는 시나리오에서 차갑고 냉철한 성격으로 그려지지만 최우식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면서 지금 같은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그동안 악역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최우식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 캐릭터.


영어 천재? 영어 영재!

최우식은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하던 중 “우선 연기를 하다가 연출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지인의 권유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출연작에서 심심찮게 영어 연기를 만날 수 있다.

“회사가 *된 거지, 난 아니다” (<옥자>)

그의 영어 회화가 가장 빛난 캐릭터는 <옥자>의 김군. 옥자를 수송하던 중 동물해방전선이 옥자를 탈출시켰음에도 뉴스에서 “회사가 *된 거지, 난 아니다”(They F*cked, not me)라며 해맑은 미소를 지어 웃음을 자아낸다. <옥자>를 본 관객이라면 잊을 수 없는 킬링포인트.

<마녀>의 귀공자도 본래 모든 대사가 한국어였다. 하나 최우식이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박훈정 감독에게 “영어로 대사를 바꿔보면 어떠냐”고 제안해 지금의 귀공자가 탄생했다. 미국에서 왔다는 설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영어 대사를 제안했다고. 귀공자의 영어 대사가 다소 오글거린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배우 본인의 특기와 배역의 설정을 적절히 배합하는 영리함이 돋보였다.


최고 절친 박서준과의 인연

<기생충> 2차 예고편의 박서준

<기생충> 2차 예고편엔 깜짝 놀랄 얼굴이 등장했다. 박서준이다. 박서준은 기우(최우식)에게 과외 선생 자리를 소개해주는 인물로 특별출연했다. 사실 최우식도 박서준이 출연한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박무빈 역으로 우정 출연한 바 있다. 두 사람은 2012년 시트콤 <패밀리>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그때부터 줄곧 절친한 사이다. 오죽하면 박서준이 인터뷰에서 “일주일에 4~5회 만나는 사이”라 말하고, 박서준과 지성이 <킬미 힐미>로 커플상을 받자 최우식이 ”나도 서준과 다시 연기 호흡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겠나.

<쌈, 마이웨이> 박무빈으로 출연한 최우식(왼쪽), 박서준과의 인증샷

최우식이 SNS에 올린 박서준의 커피차

최우식의 SNS에 “머리 따라하지 말라”고 남긴 박서준

최우식이 <물괴>를 촬영 중일 때, 박서준이 커피차를 보내준 적 있다. 그런데 이 커피차에는 당시 상영 중인 “<청년경찰> 화이팅!“이 적혀있었고, 최우식은 “형 때문에 사람들이 내가 <청년경찰> 나온 줄 안다”고 투정 섞인 감사를 전했다. 최우식이 올린 사진에 박서준이 “내 머리 따라하지 마셈”이라고 댓글을 다는 등 훈훈한 우정을 발산하고 있다. 박서준이 출연하는 <사자>에 최우식은 최신부 역으로 특별출연한다.


최우식과 반려견 초코

최우식은 반려견 요크셔테리어 초코를 자주 언급한다. 팬들은 최우식을 ‘초코아빠’라고 부른다. 최근 라이브 방송에서 초코가 아프다고 언급하며 재활운동을 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2014년에는 한강에 홀로 남겨진 유기견을 경찰서에 데려간 후 주인이 빨리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SNS를 남겼다.


최우식식 ‘제목으로 삼행시 짓기’

씨뿌시♪

에산에♩

복하십쇼

괴가 드디어

봉합니다

생충은 안 나오지만!

생한 배우들이 나오니

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최우식과 노래?

최우식은 현 소속사 매니지먼트 숲에 오기 전, 2018년까지 JYP ACTORS 소속이었다. 당시 인터뷰에서 “노래는 자신 없다”고 밝혔다. <기생충>에선 엔딩크레딧 음악 ‘소주 한 잔’을 직접 불렀다. 이 음악은 <기생충>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작곡을, 감독 봉준호가 작사했다. 사실 이번이 첫 O.S.T. 작업은 아니다. 2017년 공개한 웹드라마 <썸남>의 O.S.T.를 부른 바 있다. 당시 함께 주연을 맡은 장기용과 ‘썸남’을 불렀다.


최우식의 액션?

<마녀> 메이킹 필름 중

최우식은 <마녀>를 준비하면 처음으로 액션 스쿨에서 액션 연기를 배웠다. 촬영 3개월 전부터 하루에 4시간 이상 액션 연습을 해야 했다고. 이전 작품 중 그나마 액션영화인 <부산행>에선 방망이를 휘두르다가 거리 조절을 잘못해 실제로 때린 적이 있다고 한다. 액션과 별개로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다. <기생충> 출연이 확정되기 전, 봉준호 감독이 “(<옥자>) 끝나고 뭐 할 거냐”고 묻자 “열심히 운동할 거다”라고 대답했다. 그때 봉준호 감독이 “운동하지 마”라고 말해 은연중에 차기작 출연 힌트를 주는 건가 생각했다고 한다. 운동을 많이 해 잔근육이 많아서 사과를 몸에다 대고 닦으면 사과가 깎인다는 몹쓸 드립(?)도 한 바 있다.


최우식의 최우식

최우식은 한 인터뷰에서 “<거인>의 영재나 <패밀리>의 우봉이 실제 자신의 성격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튀지 않는 외모, 부담스럽지 않는 몸, 손가락이 본인의 매력포인트라고 소개하며 자신을 ‘편안한 외모’라고 설명했다. 또 본인이 가장 멋있어 보일 때는 추운 날 코트 입고 있는 모습을 뽑았다.


차기작은 독립영화 출신 어벤져스?

<사냥의 시간>(가제)

최우식은 <기생충> 이후 어떤 영화로 돌아올까. <사냥의 시간>(가제)이 차기작이다. <사냥의 시간>은 경제위기가 닥친 도시에서 범죄를 결심한 네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다.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과 이제훈, <족구왕>의 안재홍, <들개>의 박정민, <거인>의 최우식이 뭉친, ‘독립영화계의 어벤져스’ 같은 영화라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거기에 연극계의 믿고 보는 배우이자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전성기를 맞이한 박해수도 함께 한다. 2019년 개봉예정이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