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니피센트 7>이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는 어떤 장르의 영화일까요? 너무 쉬운 문제였습니다. 정답은 서부영화입니다. 서부극, 서부영화, 웨스턴 무비 등 용어는 조금씩 다르지만 하나의 장르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 글에서는 서부극이라는 말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서부극이라는 장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대략 생각나는 대로 서부극에 대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미국 개척시대인 19세기 말, 미국의 황량한 사막이 있는 서부 지역에서 말을 타고 다니며 카우보이 모자를 쓴 방랑자가 한 술집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남자는 엄청난 총잡이여서 마을의 악당을 물리치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이런 영화가 바로 서부극입니다. 맞습니다. 그럼 여기서 이번주 ‘씨네피디아‘는 끝인가요? 그렇진 않겠죠. 서부극에 대해 조금만 더 알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1. 서부극은 일종의 미국 사극이다
맞습니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역사는 매우 짧죠. 우리나라의 단군신화 같은 것도 당연히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서부개척시대는 미국 건국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신화나 전설을 결국 서부극이 대체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영웅 역시 서부극에서 나올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서부극에는 전형적인 성격의 영웅들이 등장합니다. 정의로운 영웅은 대체로 보안관이나 지역의 판사였습니다. 영웅이 있으면 악당도 있겠죠. 강도나, 부도덕한 부자들, 원주민 등이 악당으로 등장했습니다.
2. 서부극은 인종차별적이다
서부극을 비판하는 내용은 대체로 세 가지입니다. 인종차별, 원주민 학살의 합리화, 성차별입니다. 인종차별 논란은 1번 항목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서부극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백인입니다. 특히 아이리시 억양을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감자대기근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온 가난한 아일랜드인들은 미국땅(동부)에서 차별을 받았습니다. 결국 척박한 서부로 많이 떠났습니다. 남북전쟁에도 많이 참전했고 전쟁이 끝난 후 서부를 떠돌았다고 합니다. 아일랜드인의 미국 이민을 다룬 영화는 톰 크루즈 주연의 <파 앤드 어웨이>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백인을 주로 영웅으로 그리다 보니 서부극의 인종차별 논란이 생겼습니다. 실제로 <장고: 분노의 추적자>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서부극의 대표적인 감독인 존 포드의 영화를 싫어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존 포드의 서부극, 특히 <역마차> 같은 영화는 인디언이라고 불리는 원주민을 악당으로 묘사하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에 영화평론가 켄트 존스는 “왜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화의 역사를 가르치면 안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써서 타란티노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존 포드의 영화는 인종차별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물론 서부극 전체를 보면 인종차별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3. 서부극은 미국에서만 만들어졌다?
서부극은 미국의 할리우드에서 공장처럼 찍어댄 장르의 영화입니다. 미국 영화의 역사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로 많이 제작됐습니다. 코엔 형제의 최근작 <헤일, 시저!>에서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던 서부극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최초의 서부극이라고 불리는 영화는 1903년 에디슨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 <대열차강도>입니다. 서부극을 대표하는 감독들로는 존 포드, 하워드 혹스, 라울 월시, 앤서니 맨, 버드 보티커, 로버트 올드리치, 사무엘 풀러 등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배우로는 게리 쿠퍼, 존 웨인, 헨리 폰다, 제임스 스튜어트, 커크 더글러스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서부극은 이탈리아에서도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스파게티 웨스턴 혹은 마카로니 웨스턴이라고 부릅니다.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에 유행했던 서부극의 하위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영화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엔리오 모리코네 음악의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등이 있습니다. 스파게티 웨스턴은 1번과 2번 항목에서 언급된 서부극의 전형성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선악이 뚜렷하지 않았으며 반영웅적인 주인공이 등장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서부극을 만들었습니다. 1960~70년대에 주로 제작됐는데요. 일제 강점기 만주가 배경이었습니다. 만주 웨스턴이라고도 부릅니다.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이 장르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4. 서부극은 끊임없이 변주된다
그렇습니다. 서부극이라는 장르는 많은 영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3번 항목에서 미국 할리우드의 역사가 곧 서부극이라고 할 수도 있을 거라는 얘기를 했습니다만, 서부극은 각종 영화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스타워즈> 시리즈입니다. 한 솔로가 서부극의 카우보이 비슷한 캐릭터입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에서 한 솔로와 그리도의 총격 장면은 서부극의 한 장면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서부극의 주인공은 보통 먼저 총를 쏘지 않지만요. <아바타> 역시 서부극 장르를 차용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1981년에 제작된 <아웃랜드>라는 SF 영화도 서부극을 변주한 작품입니다. <저스티파이드>라는 미국 드라마는 현대판 서부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부극 그 자체가 꾸준히 제작되기도 합니다. 그 수가 많진 않지만요. 이 가운데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장고: 분노의 추적자> 이후 <헤이트풀 8>으로 두 편 연속 서부극을 만들었습니다. 또 앞서 언급했던 코엔 형제 역시 <더 브레이브>라는 서부극을 연출했습니다. 앤드류 도미닉 감독의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쓰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오늘 ‘씨네피디아‘에서는 서부극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린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존 포드 감독이 해준 유명한 말을 전하며 마치겠습니다.
“네가 지평선을 프레임의 밑바닥이나 꼭대기에 걸치는 편이 프레임의 중간에 걸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온다면, 언젠가 좋은 영화감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이제 썩 꺼져주게.”
-어떻게 하면 훌륭한 감독이 될 수 있냐고 물었던 소년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