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 시리즈 등 스트리트 레이스를 기반으로 한 영화는 소개하지 않습니다.
<포드 V 페라리>의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꽤나 흥분되는 영상이다. <포드 V 페라리>는 1966년 르망 24시 레이스에 도전한 자동차회사 포드의 엔지니어 캐롤 셸비(맷 데이먼)와 레이서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포드 V 페라리>의 티저 예고편을 보면서 실제 레이싱 대회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정통 레이싱 영화를 떠올려봤다. 자동차 경주를 소재로 하지만 여기 소개하는 영화는 <분노의 질주>, <니드 포 스피드>, <데스레이스> 시리즈 등과는 살짝 다른 느낌이다.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보다는 자동차 경주의 본질에 집중한다고 할까. 7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러시: 더 라이벌>
<러시: 더 라이벌>을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레이서 니키 라우다가 최근에 생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F1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그의 죽음은 충격이었다. <러시: 더 라이벌>은 1976년 F1의 최대 라이벌이던 니키 라우다(다니엘 브륄)와 제임스 헌트(크리스 헴스워스)의 대결과 우정을 그린 영화다. 실제 인물과 두 배우가 매우 닮은 것부터 촬영, 음악 등 모든 것이 거의 완벽한 영화에 가깝다. F1의 마니아들에게 그렇다. <분노의 역류>, <파 앤드 어웨이>, <아폴로 13>, <뷰티풀 마인드>, <다빈치 코드> 등을 연출한 하워드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러시: 더 라이벌>은 F1 경기를 잘 몰라도 어느 정도는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세나: F1의 신화>
F1에는 전설이 많다. 그 가운데 아일톤 세나를 으뜸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가 특별한 이유는 그의 경력이 가장 화려한 시기, 1994년 이탈리아 이몰라에서 열린 경기 도중 발생한 사고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세나의 고향 브라질은 전국민적 슬픔에 빠졌다. 그의 장례는 브라질 국장으로 치러졌다. 세나의 삶과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세나: F1의 신화>는 F1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조금 재미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세나라는 전설적인 레이서에 감탄하기에는 충분하다.
<F1, 본능의 질주>
<F1, 본능의 질주>는 F1 입문용 다큐멘터리라고 할 만한다. 2019년 3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F1 경기에 관심이 생긴 국내 팬들이 꽤 있다고 한다. <F1, 본능의 질주>는 2018년 시즌을 정리하는 다큐멘터리다. 레드불, 르노, 하스, 윌리엄스 등 F1 팀들의 감독, 레이서 등이 연관된 굵직한 사건부터 시시콜콜 이야기까지 모두 담아냈다. 각 레이스마다 달라지는 그들의 목표와 사정을 알고 나면 F1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F1, 본능의 질주>는 시속 300km는 우습게 넘어가는 스피드의 긴장감을 유려한 화면으로 담아냈다. <F1, 본능의 질주>의 경기 장면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오른쪽 다리에 힘이 들어갈지도 모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난 시즌 1위, 2위 팀인 메르세데스와 페라리는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에 참여하지 않아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폭풍의 질주>
F1 레이싱만 영화로 만들어진 건 아닌다. 할리우드에서도 카레이싱을 다룬 영화를 만들었다. 2018년 사망한 토니 스콧 감독이 <탑건> 이후 다시 한번 톰 크루즈를 기용해서 만든 <폭풍의 질주>가 대표적인 레이싱 영화다. <폭풍의 질주>는 미국의 자동차 경주, 나스카를 배경으로 한다. 나스카(NASCAR)는 전국스톡카레이스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Stock Car Auto Racing)의 약자로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경주다. 앞서 소개한 영화들은 모두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 또는 다큐멘터리인데 비해 <폭풍의 질주>는 <탑건>과 유사한 구조의 오락 영화에 가깝다. 그렇다면? 자동차 마니아가 아닌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다. 나스카에 열광하는 사람이 보면 더 재밌을 것이다. 참고로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은 이 영화를 통해 연인이 됐다.
<드리븐>
레니 할린 감독과 실베스터 스탤론의 만남. <드리븐>은 이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록키>에서 그랬듯 직접 각본을 썼는데 <록키>와 <드리븐>이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실 거의 모든 스포츠 영화의 공식과도 같다. <드리븐>은 재능 있는 젊은 드라이버 지미(킵 파듀)를 위해 과거의 스타 레이서 조(실베스터 스탤론)가 조언자로 등장한다. 물론 지미에게는 여자친구 소피아(에스텔라 워렌)도 생긴다. 젊은 천재, 늙은 조언자, 예쁜 여자친구의 구도에 자동차 경주가 들어간 셈이다. 사실 <폭풍의 질주>와도 거의 비슷한 이야기 구조다. 실베스터 스탤론과 함께 <드리븐>의 다룬 한 축을 담당한 사람은 레니 할린 감독이다. <클리프 행어>, <딥 블루 씨>, <롱키스 굿나잇> 등 액션, 스포츠 영화에 재능이 탁월한 그는 시속 400km에 달하는 미국의 C.A.R.T(Championship Auto Racing Teams) 월드 시리즈, 챔프카 경주를 뛰어난 촬영기술로 담아냈다. 이 쾌감 하나만으로도 <드리븐>은 성공한 영화다. 한 가지 더. 스탤론은 처음에 <드리븐>을 F1을 배경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이유는 그가 아일톤 세나의 팬이였기 때문이다.
<나스카 카레이싱 3D>
2009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에서 촉발된 3D의 재발견은 전 세계 영화산업을 뒤흔들었다. <나스카 카레이싱 3D>는 <아바타>보다 먼저 3D의 가능성에 주목한 영화다. 아이맥스 3D 포맷으로 제작된 <카스카 카레이싱 3D>는 순수한 목적이 있는 영화다. 나스카 경주를 극장에서 가장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키퍼 서덜랜드가 내레이션을 맡았고 국내에서는 김C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르망>
1971년의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이유는 제목에 있다. <르망>은 이 포스트의 단초를 제공한 <포드 V 페라리>에서 보게 될 자동차 경주, 르망 24시 레이스를 소재로 한 영화다. 스티브 맥퀸이 주연으로 등장한다. 사실 그는 이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그는 진정한 자동차 마니아, 자동차 레이싱에 미친 남자였다. 또 포르쉐의 광팬이기도 했다. 맥퀸은 포르쉐의 자동차를 타고 대회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르망>은 맥퀸의 ‘로망’이 만든 영화다. 그러니 자동차 마니아, 포르쉐의 광팬이 아니라면 <르망>은 전혀 재미가 없는 영화다. 실제로 흥행에도 실패했다. 어쩌면 2015년 제작된 <스티브 맥퀸: 더 맨 앤 르망>이 더 재밌을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르망>을 촬영할 당시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혹시 상남자 스티븐 맥퀸이 궁금하다면 추천해줄 유명한 영화가 있다. 스티븐 맥퀸이 포드 머스탱 390 GT를 타는 형사로 등장하는 <블리트>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