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탈주>, <블리트>, <겟 어 웨이>의 주인공, <빠삐용>과 <타워링>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 스티브 맥퀸은 생전에 자동차, 바이크, 비행기의 마니아였습니다.
맥퀸은 개인 취미 생활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직접 바이크를 타거나 스포츠카를 몰며 무시무시한 체이싱 장면을 많이 찍었죠.
이를테면 <블리트>나 <르망>은 지금 CG 기술로도 따라갈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카체이스 장면으로도 유명한 영화입니다. 실제로 그는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프로급의 경주 실력을 뽐낼 정도로 스피드광이기도 했죠. 그런데 갑자기 뜬금없이 왜 스티브 맥퀸 이야기를 꺼내느냐고요?
재미있는 건 그가 살아 생전에 타고 다녔던 스포츠카나 영화에서 몰았던 소품 차량 등이 거의 매년 경매 시장에서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는 걸 이야기하려고요.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할리우드 배우나 영화와 관련된 이색 경매의 세계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스피드 맥퀸카,
134억 짜리 페라리
이걸 배우 프리미엄이라고 해야 할까요? 스티브 맥퀸이 생전에 소유했던 차들은 소위 '맥퀸카'라고 불리며 많은 경매 시장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데요. 특히 위의 사진 모델인 1967년형 'Ferrari 275 GTB/4'는 2014년 몬타레이 경매에서 1200만 달러, 한화로 약 134억원 정도에 거래됐다고 하지요. 동일 기종의 경우 보통 3백만~4백만 달러, 약 44억원 정도로 거래가 된다고 하는데요.
그에 반해 스티브 맥퀸이 소유했던 차량이 유독 값비싸게 팔리는 이유는 배우의 역사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실제 스티브 맥퀸이 배우로서 정점을 찍던 시기에 소유했고 또 직접 본인이 도색을 해서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지요. 저 페라리 외에도 그가 소유했던 빈티지 바이크라든가 선글라스 등도 경매 시장에서 나왔다 하면 몇 배의 가격으로 팔리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저는 엄두도 못 내니 관련 피규어를 검색합니다.)
세기의 아름다움,
50억 드레스
할리우드 스타, 보다는 왠지 은막의 여왕이라고 표현해야 더 어울릴 것 같은 배우 마릴린 먼로가 1962년 5월 19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케네디 대통령 생일 파티 때 입었던 드레스가 최근 줄리언스 옥션에 등장해 약 20억~30억 원에 이르는 가격으로 거래될 거라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마릴린 먼로와 관련된 물품들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관련된 수많은 경매품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녀가 평소 즐겨 입었던 드레스는 물론 사적인 편지부터 영화에서 입고 등장했던 소품 의상에 이르기까지 그녀에 관한 거의 모든 것들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사실 먼로의 수많은 드레스 중에서 진짜 소개하려는 드레스는 다음에 등장할 바로 '지하철 환풍구 드레스'! 입니다.
그녀의 대표작 <7년만의 외출>(1955)의 지하철 환기구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인기 많은 장면 중 하나죠. 바로 이 영화에서 먼로가 입고 나온 흰색 홀터넥 드레스는 아마 모르긴 몰라도 할리우드 영화 기념품 경매로 따지면 지금껏 최고가로 팔린 물품일 겁니다. 그녀의 이 드레스는 2011년에 열린 경매에서 당시 460만달러, 약 50억 5천만원에 팔렸다고 합니다. 참고로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1953)의 핑크색 드레스는 현재까지 거래가가 31만달러, 약 3억 4천만원에 거래됐다고 합니다.
인권 상징 셔츠,
1억 원에 낙찰
이안 감독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지금은 세상을 떠난 배우 히스 레저가 입고 등장했던 셔츠가 2014년 1만5625달러, 약 1700만 원의 가격에 인터넷 경매 시장에서 거래됐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했던 배우들이 입고 나온 의상은 경매 거래된 물품 가운데 귀중한 레어템 이상의 다른 의미도 담고 있는데요. 셔츠뿐만 아니라 영화에 꽤 상징적으로 등장했던 재킷도 있었죠.
영화의 어떤 장면(자세한 설명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생략합니다)에 등장했던 저 두 벌의 셔츠는 2006년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에서 게이 인권 운동가인 톰 그레고리에게 팔렸습니다. 무려 10만 1100달러의 가격에 팔렸죠.
그는 이 엄청난 금액을 주고 셔츠를 산 이유를 "이 셔츠가 핍박받았던 게이의 삶을 대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가 구매한 금액은 배급사인 포커스피처스가 남부 캘리포니아의 아동복지재단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스타워즈의 상징,
한솔로 재킷은 2억 원
<스타워즈> 시리즈와 관련한 수많은 소품과 프랜차이즈 상품들은 이 시리즈의 태동 자체가 부가 산업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완구 산업뿐만 아니라 경매 시장에서도 아주 인기가 좋은 아이템입니다. 그 중에서도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에서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가 사용했던 광선검은 2005년 당시 대략 20만 달러, 약 2억원에 거래가 됐었고, 다스 베이더가 <스타워즈 에피소드5: 제국의 역습>에서 사용했던 광선검도 11만8000달러에 낙찰됐었습니다.
이 광선검들은 1973년부터 1981년까지 루카스필름 부사장으로 일했던 제작자 게리 커츠가 소장하고 있던 것들인데 공공 필름 아카이브 설립에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물품을 경매 시장에 내놨던 것이지요. 그가 소장하고 있던 것 중에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 해리슨 포드가 입었던 가죽 재킷도 있었는데 당시 9만4000달러에 팔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해리슨 포드는 올해 <스타워즈> 시리즈의 성공적인 리부트를 기념하듯, 한 솔로의 오리지널 영화 의상을 경매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최종 낙찰가는 약 19만 달러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해리슨 포드가 느닷없이 영화 의상을 경매 시장에 내놓은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뉴욕대 의료 센터에 수익금을 기증하기 위해서지요. 그는 흔히 간질 발작이라 부르는 뇌전증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 기관 FACES(Finding A Cure for Epilepsy and Seizures)와 뉴욕대 의료센터(NYU Langone Center)에 이 수익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기엔 좀 가슴 아픈 개인사가 있습니다. 해리슨 포드가 최근 고인이 된 두 번째 부인 사이에서 낳은 딸 조지아가 뇌전증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질병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평생 사랑하며 사는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짐이 얼마나 고달픈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많은 기회와 미래를 빼앗아가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면서 이 수익금으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이렇게 멋진 한 솔로라니요. 영화를 좋아하고 돈도 무지 많은 팬들이라면 이참에 한 번 구매를 시도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