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커플,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부부의 파경 소식에 온 지구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았던 부부인지라, 세간에 노출되는 지극히 모범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끊임없이 이혼 루머가 돌기도 했는데요. 안타깝게도 이번 소식은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졸리가 피트와의 이혼 소송을 신청한 것이죠.
전 세계 수많은 매체들은 피트가 새 영화 <얼라이드>에서 같이 호흡한 마리옹 꼬띠아르와 바람을 피워서라는 둥, 피트가 분노조절장애가 있어 아이를 학대한다는 둥, 마리화나와 알코올에 빠져 있다는 둥, 이혼 사유에 대해서 갖가지 추측을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졸리의 매니저는 소송에 대해선 최대한 말을 아낀 채 “(그녀는) 앞으로 가족을 지키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현재 상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도록 이해해주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그녀의 말을 전했습니다. 피트는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아이들의 행복”이라며 “그들이 이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도록 지나친 관심을 자제”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그들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영화
<바이 더 씨>
간밤에 소식을 접하자마자 에디터는 번뜩 올해 4월 개봉한 영화 <바이 더 씨>를 떠올렸습니다. 졸리가 연출을 맡고, 졸리와 피트가 주연으로서 부부를 연기해 화제를 모은 바로 그 작품입니다. (그 화제가 무색하게도 작품 자체는 대중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철저히 외면 받았습니다) 그들이 분한 이 부부의 모습에서 졸리와 피트의 결혼 생활을 유추해보기 십상이기 때문이죠. 직접 시나리오까지 쓴 졸리가 어디까지 의도했는진 모르지만, 주인공 부부의 면면은 대중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졸리-피트 부부의 관계와 닮은 구석이 꽤 많습니다.
영화는 1970년대 프랑스, 위기에 놓인 관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14년차 부부 롤랜드(브래드 피트), 바네사(안젤리나 졸리)를 따라갑니다. 어떤 계기로 인해 두 사람 사이에 큰 벽이 생겼고, 그들은 그 불화를 극복하기 위해 지중해 연안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휴양지(실제 졸리와 피트가 오고 싶어했던 몰타 섬에서 촬영)로 떠나오긴 했지만 그 여정은 특별한 사건도 없이 그들이 묵는 호텔에서 건조하게 이어집니다. 작가인 롤랜드는 글을 쓴다는 이유로 호텔을 나가고, 바네사는 그저 호텔 발코니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롤랜드와 바네사가 방에서 함께 나누는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들립니다. 이를테면 이런 대화 말이죠.
롤랜드: 오늘은 산책하든가 해. 당신한테 좋을 거야.
바네사: 오늘은 술 마시지마. 당신한테 좋을 거야.
롤랜드: 우리 행복할 수 있었어. 당신은 행복을 밀어내잖아.
바네사: 책에서 나온 말 인용해서 내 삶을 분석하려 들지마.
롤랜드: 내 말이 틀렸어?
바네사: 당신 말을 입증하기 위해서 날 불행하게 만드는 거야?
롤랜드: 당신은 좋은 여자야.
바네사: 맙소사, 내가 그렇게 약해졌어?
이들의 대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이것이 오래된 부부인 졸리와 피트가 나누는 마음의 소리가 아닐까, 하고 넘겨짚도록 맹렬하게 자극합니다. 이런 푸석푸석한 소통이 이어지는 가운데 옆방에 묵은 젊은 커플을 훔쳐보면서 얼마간 관계가 회복되는 듯싶더니, 그 활력의 기미도 금세 무색해지고 맙니다. 그저 가볍게만 즐기던 관음이 점차 롤랜드와 바네사의 사이에 깊숙하게 들어오면서, 롤랜드가 젊은 커플의 관계에 깊숙하게 관여하게 되고 그들이 주는 건강한 긴장도 금세 무색해지고 말죠. 그리고 롤랜드와 바네사의 갈등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채, 여행지를 떠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납니다.
영화에 대한 반응은 크게 갈립니다. 휴양지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권태를 이겨내려는 부부의 의지와 그만큼이나 커다란 감정의 간극이 절절하게 그려졌다는 평과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허세로 부풀린 홈비디오에 불과하다는 평이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이런 세간의 반응 같은 건 안젤리나 졸리 감독에겐 그리 중요하게 들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바이 더 씨>는 (저 평가가 언급하는 것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영화이기 때문이죠. 그녀는 “영화 속에서도 우리 둘이 잘 헤쳐나가게 된다면, 실생활에서도 더 강해지고 행복해질 것 같았다”며 부부관계를 테스트 하기 위해 <바이 더 씨>에서 피트와의 공동출연을 마음먹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결정은 그들이 만난 지 10년 만에 결혼식을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시기에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졸리가 피트와의 이혼이 “해소할 수 없는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말하는 걸 보자면, 그 위험한 시험은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바이 더 씨>의 처음과 마지막이 정확히 대구를 이룬다는 점은, 그 둘의 관계 회복에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는 걸 의미할 테니까요. 에디터는 그저 최근 졸리와 피트의 이혼 루머가 더 거세게 분 이유가 아마도 <바이 더 씨> 때문이 아닐까 넌지시 예상해볼 뿐입니다. 아무쪼록 브란젤리나 커플의 처음(<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과 마지막(<바이 더 씨>) 즈음엔 그들이 함께 출연한 영화가 놓여 있다는 점은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