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이 포스트는 꽤 잔인한 장면의 스틸과 장면 묘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수라>의 한도경(정우성)의 얼굴은 늘 엉망진창입니다. 많은 장면에서 반창고를 붙이고 나옵니다.

<아수라>는 폭력 수위가 높은 영화였습니다. 지난 언론 시사회에서 <아수라>를 보기 전에는 <베테랑> <부당거래> <내부자들>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장(황정민), 형사(정우성), 검사(곽도원) 등 남자들의 세계에서 암투를 벌이지고 서로 속고 속이는 계략이 난무하고 결국은 국가권력을 비판하는 그 정도 수준의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대략 위에 언급한 영화와 비슷한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다시 말하지만 위에 언급한 영화와 비교하면 폭력의 수위가 높습니다. 스크린에서 피 냄새가 많이 납니다. 한국영화 가운데 <아수라>와 견줄 만한 피비린내 나는 영화를 찾아봤습니다.

<지구를 지켜라!>에서 배우 백윤식이 여러모로 고생을 많이 한 듯합니다. 오른쪽 사진이 물파스 장면.

레벨1: 장준환의 물파스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는 포스터만 보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잔인합니다. 병구는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예견하고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믿는 강만식(백윤식)을 납치해서 온갖 고문을 합니다. 외계인이라는 걸 시인하게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포스터의 물파스가 등장합니다. 강만식의 눈에 물파스를 바르는 거죠. 피칠갑은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합니다만 물파스 장면만큼 충격적이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몬스터>. 이 식당은 곧 피바다가 됩니다.

레벨2: 살인마와 싸우는 미친년(?)
<은교>로 충무로의 핫한 배우로 성장한 김고은은 차기작으로 <몬스터> <차이나타운> 등에 출연했습니다. 이 두 작품 모두 센 영화들입니다. 두 영화 가운데 좀더 ‘피맛’을 볼 수 있는 영화는 <몬스터>입니다. 특히 살인마(이민기)와 약간 상태가 좋지 않은 복순(김고은)이 마지막에 살아남아 1대1로 싸우는 <몬스터>의 식당 시퀸스가 압권입니다. 둘이 본격 대결을 벌이기 전 이미 식당 바닥엔 피가 흥건합니다. 시체들도 꽤 있습니다. 사이코패스와 미친년(?)의 대결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이 장면 관련 스틸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영화를 보시면 될 듯합니다.

<복수는 나의 것>. 이 하천은 곧 피로 물들게 됩니다.

레벨3: 박찬욱 복수 3부작
박찬욱의 거의 모든 영화에 피가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안 그런 영화도 있습니다만, 이른바 복수 3부작은 특히 그랬습니다. 그 가운데 첫 영화인 <복수는 나의 것>이 폭력 수위가 가장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드보일드’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피칠갑’ 장면은 류(신하균)가 장기밀매단 괴한의 경동맥을 송곳으로 찔러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나오는 장면입니다. <씨네21>에 따르면 <복수는 나의 것> 개봉 당시 박찬욱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되풀이하는 나의 테마는 죄짓는 행위로서의 폭력과 구원받으려고 발버둥치다 저지르는 폭력이다.” 복수 3부작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인 듯합니다.

<추격자>. 이 여인(서영희)은 곧 개미슈퍼를 찾아갑니다.
<황해>. 면가(김윤석)가 들고 있는 저 뼈는 피를 부르는 뼈입니다.
<곡성>. 너 여기 왜 왔어?

레벨4: 나홍진의 피
나홍진의 영화들은 ‘피칠갑’ 영화의 단골 손님이죠. <추격자>에서 시작해 <황해>, <곡성>으로 이어지는 영화에서 피가 끊이지 않고 등장합니다. <추격자>에서는 ‘개미슈퍼’ 장면이 떠오릅니다. 아, 개미슈퍼 아주머니는 역대급 캐릭터였습니다. <황해>에서는 족발인지 뭔지 모를 뼈다귀 액션이 생각납니다. 김윤석이 연기하는 면가는 정말 후덜덜했죠. 하정우의 먹방은 잠시 잊기로 해요. <곡성>은 좀 느낌이 다릅니다. 앞의 두 영화에 비해 피가 많이 안 나옵니다. 좀비가 된 사람의 머리에 농기구 같은 게 꽂히긴 하지만요. 사람 피보다 닭이나 동물 피가 더 많이 나오려나.

<악마를 보았다>. 이 장면은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최민식의 악역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레벨5: 장경철은 진짜 악마인가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는 피가 낭자하는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화 개봉 당시 잔혹성 논란까지 있었으니 말 다했죠. 영화의 시작부터 피가 등장합니다. 장경철(최민식)은 김수현(이병헌)의 약혼녀를 봉고차에 납치합니다. 이때부터 <악마를 보았다>는 영화의 끝까지 스크린을 빨갛게 물들입니다. 사이코패스 장경철(최민식)은 역대 가장 악랄한 악역으로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친구 태주(최무성)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육을 먹으니까요. 피가 튀지는 않지만 가장 섬뜩한 장면은 경철이 간호사를 겁탈하려고 한 병원 장면이었습니다. 김지운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좀더 세게 표현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피의 복수는 낫 한 자루로 만들어졌다.

끝판왕: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한국에서도 고어 장르가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옥 같은 섬, 무도에서 나고 자란 복남(서영희)은 자신을 학대한 짐승보다 못한 남편과 시동생 등을 무참히 살해합니다. 딸 연희가 죽었기 때문에 그녀는 낫을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대체로 훤한 대낮에 살인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낭자하는 피를 또렷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영희의 연기가 대단했습니다. 남편 만종을 죽이고 된장을 삽으로 퍼와서 시체를 덮으면서 “된장 바르니까 안 아프지?” 이런 대사를 합니다. 복남의 살인이 이해가 되면서도 쉽게 입을 다물기 힘든 장면입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됐습니다. 2010년 9월에 개봉했는데 <악마를 보았다>가 같은 해 2월에 개봉했습니다. 2010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많이 알려진 영화 위주로 ‘피칠갑’ 영화를 살펴봤습니다. 해외 영화까지 포함하면 피가 낭자하는 영화는 셀 수 없이 많을 겁니다. 국내 영화 가운데도 위에 언급하지 않은 영화가 있겠죠. <도살자>라는 영화가 그렇게 잔인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수라>는 어느 정도 레벨인가 궁금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에디터가 보기에 <아수라>는 레벨3과 레벨4에서 왔다갔다 할 듯합니다. 보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 다르긴 할 겁니다.  누군가는 ‘끝까지 가는’ <아수라>의 폭력 수위에 열광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겠습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