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가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되면 얼른 시원한 극장으로 달려가자. 이제 겨우 여름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지만, 할리우드는 본격적인 가을 채비에 들어갔다. 베니스영화제, 토론토영화제가 초청작 라인업을 발표하며 영화팬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가을 개봉 예정인 영화의 예고편과 스틸컷도 속속 공개되며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얼른 시간이 가서 더위는 물러가고 재미있는 영화는 빨리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렘으로 부푼 마음을 안고 이번 주 할리우드의 다양한 말을 살펴본다.
엠마가 10년마다 <좀비랜드>를 한 편씩 찍으면 재미있겠다고 했어요
- 루벤 플레이셔 감독
컬트적 인기를 누린 B급 좀비 코미디 <좀비랜드>가 10년 만에 속편을 내놓는다. 10년 전만 해도 연기 잘하는 배우 정도였던 주연 4인방은 지금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과 수상 경력을 갖춘 A급 스타가 됐다. 루벤 플레이셔 감독은 속편은 “4인방을 다 모을 만큼 좋은 이야기여야 한다며 각본 작업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이제 중요한 건 흥행 성적이 얼마나 잘 나오느냐다. 이번 영화가 좋은 성적을 거둬서 이른 시일 내에 3편을 볼 수 있을까? 아니면 또 10년을 기다려야 할까? 물론 영화에 대한 반응과 팬들의 생각을 먼저 확인해야 하지만, 감독은 “엠마가 10년마다 모여서 속편을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말했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보이후드>처럼 10년마다 모여서 촬영하는 게 가능할까? 루벤 플레이셔 감독은 “우리 가운데 우디 해럴슨이 제일 건강하고 가장 오래 살 테니, 죽을 때까지 속편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벌써 10년 후 3편을 기다리게 하는 <좀비랜드> 속편, <좀비랜드: 더블 탭>은 10월 미국 개봉 예정이다.
매번 괜찮은지 물어볼 거야. 공주님이 다치면 안 되니까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촬영장에서 가장 사랑받은 배우는 누구일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아마 주인공은 출연진 중 가장 어린 10살 배우 줄리아 버터스일 것이다. 영화 개봉을 맞이해 버터스는 촬영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캐스팅 전까지 버터스는 타란티노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영화를 찍고 난 후 친절한 감독님과 펜팔 친구가 됐다. 고(故) 루크 페리는 촬영장에서 버터스가 쓴 각본이 바람에 날아가자 종이를 일일이 주워줬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버터스와 어머니를 집으로 초대해 1:1 속성 연기 과외를 해 주었다. 디카프리오는 버터스를 무릎에서 밀치는 장면을 촬영할 땐 매 테이크마다 상대 배우가 괜찮은지 확인했다. 버터스는 “정말 자상하게 ‘매번 괜찮은지 물어볼 거야. 공주님이 다치면 안 되니까’라고 말해줬어요”라고 회상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4000만 달러로 타란티노 영화로는 개봉 성적 1위로 데뷔했다. 하지만 버터스는 영화를 보려면 적어도 8년은 기다려야 한다. 왜? “R등급이잖아요. 난 아직 10살이에요.”

Julia Butters, who now counts Quentin Tarantino as a pen pal, also recalls what Leonardo DiCaprio told her while shooting a scene that required her to be thrown to the ground: "'I'm going to ask you every time if you're OK, because I would never forgive myself if I hurt my prin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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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골라스를 연기하기엔 늙었어요
- 올랜도 블룸
<반지의 제왕> TV 시리즈가 본격 제작에 들어간다. 아마존 스튜디오는 최근 <반지의 제왕>에 참여할 베테랑 제작진을 공개하며 새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피터 잭슨의 영화 3부작을 사랑한 팬들은 드라마에 잭슨이나 <반지의 제왕> 출연진의 참여 여부도 궁금할 것이다. 내용 관련 정보는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레골라스는 새롭게 캐스팅해야 할 듯하다. 올랜도 블룸은 인터뷰 중 <반지의 제왕> 시리즈 출연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내가 나이를 안 먹는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시리즈 어디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복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20년 전 촬영장에서 잭슨과 “누군가 <반지의 제왕>을 리메이크하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대화를 나눴고, 그때 “절대 그럴 리 없다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당시엔 20년 후 TV 시리즈로 리메이크될 것은 물론이고 아마존이 제작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아마존의 다른 TV 시리즈 <카니발 로우>에 출연할 것도 몰랐을 것이다.
젊은 시절을 연기할 땐 조금 못해달라
– 이안
<알라딘>으로 천만 배우로 등극한 윌 스미스의 신작 <제미니 맨>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설의 스파이가 자신의 모습과 똑같은 다른 스파이에게 추격을 받으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액션 영화로, 스미스는 주인공과 그의 젊은 클론을 연기한다. 같지만 다른 두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이안 감독은 스미스에게 “연기를 너무 잘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안은 스미스가 30년 전보다 지금 훨씬 더 연기를 잘 하는데, 젊은 클론 헨리에게는 그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안은 스미스가 오래전 출연한 작품을 보여주며 “봐요, 잘 못 하잖아요. 저렇게 해 달라고요”라 말했고, 스미스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엔터테인먼트 역사에 저지른 온갖 비극을 확인해야” 했다. 잠깐 흑역사를 돌이키는 굴욕을 맛봤지만, 스미스는 이안 감독의 디렉션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오스카급 연기’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한 윌 스미스의 신들린 연기는 10월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F--- you. 어찌됐든 <왓치맨>은 할 거니까
- 데이먼 린델로프
기획 단계부터 코믹스 팬들의 기대작이 된 <왓치맨> TV 시리즈가 10월 방영된다. 영화에 이어 TV 시리즈까지 만들어질 만큼 <왓치맨>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데, 정작 원작자 앨런 무어는 영상화를 반기지 않는다. 무어는 이번 드라마 제작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는데, TV 시리즈 제작자 데이먼 린델로프에겐 다소 마음의 상처가 된 모양이다. 린델로프는 무어를 “코믹스 작가 이상이며 역대 최고의 작가”라 평가하면서도, 그가 프로젝트와 완전히 거리를 두려 한 것에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린델로프의 <왓치맨>은 원작의 틀을 가져와 그의 방식대로 재해석했는데, 그 바탕엔 앨런 무어의 정신이 있다. 린델로프는 “앨런 무어가 기존 슈퍼히어로의 이미지와 서사를 비튼 펑크 정신, 반항 정신을 이어받아, 원작자가 반대해도 ‘F--- you. 어쨌든 할 것이다’라 외칠 것”이라 말했다. 물론 저 말을 직접 무어에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반항 정신에 입각한 낚시성 발언이라는 점을 감안하자.
에그테일 에디터 겨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