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최악이다. 원인은 물론 일본 아베 정부다. 일본의 경제 무역 보복 조치인 수출규제 및 화이트 리스트 배제에 맞서 국내에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들의 과거를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일본 극우 세력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가 있다. 그들이 이 영화들을 보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소개해본다.
주전장(2018)
<주전장>은 일본의 우익 세력 혹은 역사 문제에 관심 없는 일본인이 그나마 볼 가능성이 있는 영화다. 이유는 일본계 미국인 감독 미키 데자키가 만든 다큐멘터리기 때문이다. 데자키 감독은 일본 내에서 우익의 공격 대상이 된 유튜버다. 그는 위안부 관련 기사를 쓴 기자들이 우익에게 공격 당하는 걸 보고 이 문제에 접근했다. 그는 3년 동안 한국, 미국, 일본에서 취재한 내용을 영화로 만들었다. 데자키 감독은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뤘다.
김복동(2019)
<김복동>은 지금 시국을 이해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내용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위안부 피해자의 동의 없는 이뤄진 정부 간의 합의였다. <김복동>은 현재의 악화된 한일 관계를 읽기 위한 영화이지만 더 주목하는 건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삶 자체다. <김복동>은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였던 그가 1992년부터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 간의 여정을 담았다. 한지민이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다.
아이 캔 스피크(2017)
<아이 캔 스피크>의 김현석 감독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숨기는 데 능하다. <아이 캔 스피크>의 나옥분(나문희) 할머니가 영어를 배워야 하는 사연은 영화가 시작된 뒤 한참 뒤에 확인할 수 있다. 영화의 도입부는 구청에 수시로 민원을 넣는 이상한 할머니와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가 티격태격하는 코미디 영화처럼 보일 정도다. 물론 이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 캔 스피크>의 모티프가 된 이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다. 그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 청문회에서 증언했다. 참고로 김현석 감독은 <스카우트>라는 영화에서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숨겨놓는 재주를 선보인 바 있다.
눈길(2015)
<눈길>에는 실력 있는 아역 배우 두 명이 등장한다. 김향기와 김새론이다. 김향기는 가난하지만 씩씩한 종분을, 김새론은 공부 잘하는 부잣집 막내딸 영애를 연기했다. 두 소녀는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게 된다. <눈길>은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와 다른 접근법으로 만들어졌다. 위안부 피해자가 된 소녀들의 감정에 집중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그렇다. 두 아역 배우의 훌륭한 연기에 없었다면 만들어지기 힘든 작품일 수도 있다. <눈길>은 2015년 KBS에서 제작한 2부작 단막극을 영화로 재편집한 영화다.
귀향(2015)
<귀향>은 제작에 14년이 걸렸다고 한다. 14년. 꽤 긴 시간인 것 같지만 <귀향>에 등장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감내해야 한 시간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귀향>은 위안부로 납치됐던 영옥(손숙)이 신녀 은경(최리)의 몸을 빌려 비참하게 숨을 거둔 친구들의 혼백을 고향을 불러오는 과정을 그렸다. <귀향>의 조정래 감독은 2002년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이 계시는 ‘나눔의 집’ 봉사활동을 통해 만난 강일출 할머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22(2015)
<22>는 한국, 중국의 합작 다큐멘터리다. 중국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록했다. 제목의 22는 2014년 촬영 당시 남아 있던 피해 할머니의 숫자다. 궈커 감독은 이 22명을 찾아 중국 전역을 돌아다녔다. 이들 가운데 4명을 집중해서 보여준다. <22>는 2018년부터 정부 지정 국가 기념일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2018년 8월 14일에 개봉했다.
허스토리(2017)
지금 일본 정부가 경게 보복 행위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 한국 대법원이 내린 일제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판결 때문이다. 이 판결 이전에 주목해야 할 재판이 또 있다. <허스토리>가 다룬 일명 ‘관부(關釜) 재판’이다. 관부는 부산(釜山)과 시모노세키(下關)를 줄여 이르는 말이다. 국내에선는 부관이라고 쓴다. 부산에 살고 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재판에 참여했다.
낮은 목소리 1, 2, 3(1995, 1997, 1999)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는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3부작이다.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출연하는 <낮은 목소리> 1편에는 1993년 12월 23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100번째 수요시위가 등장한다. 2011년 12월 14일 1000번째 수요시위가 열렸다. 수요시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31일 1398차 수요시위가 열렸다. 참고로 <낮은 목소리> 1편은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극장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