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플레이 포스팅을 꾸준히 보신 분들은 알 겁니다. 영화사에서 중요한 인물들의 생일이나 기일에 그와 관련된 포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10월4일)은 시리(Siri) 생일이랍니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시리 다 아시죠? 참, 살다 살다 인공지능(?) 생일까지 챙길 줄이야.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OS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목소리)가 생각나는 날입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기실 겁니다. 영화 블로그에서 웬 시리? 시리는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만 영화와 관련된 질문에도 대답을 해줍니다. 재미로 한번 찾아봤습니다. 그러니 부디 재미로 봐주시길.
(참고사항: 이 포스트는 10월1일 작성됐습니다. 시리의 대답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IOS 10.0.2 버전의 아이폰 5S를 사용했습니다.)
먼저 시리에게 생일을 물어봐야겠죠? 진짜로 10월4일이 생일인지 궁금했습니다. 설마 다른 날은 아니겠죠? 그렇다면 이 포스팅은...
생일이 없다고 하는 시리입니다. 그래도 10월4일 작동을 시작했다고 하니 그냥 생일이라고 칩시다. 배터리가 얼마 안 남았군요. 블루투스로 음악을 들으면서 이 포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럼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한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했습니다.
헉! 진짜 영화를 추천해주네요. 무려 24개의 영화나 추천해줬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시리는 한국말을 하긴 하지만 현지화에는 실패했군요. 현재 상영 중인 <아수라> 같은 영화는 등장하지 않네요. 역시 한국에서 아이폰의 모든 기능을 사용하는 건 무리인 것 같습니다.
시리가 추천해준 24개의 영화 가운데 첫 3개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포스팅이 너무 길어지면 안 되잖아요? 첫번째 영화는 <오베라는 남자>입니다. 올해 5월에 국내 개봉했습니다. 베스트셀러인 동명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아래 토마토 아이콘을 보니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꽤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습니다. 두번째 영화는 <랜드 오브 마인>이라는 덴마크, 독일 영화입니다.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 포로들이 덴마크 영토의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에 투입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국내 개봉을 하진 않았네요. 세번째 영화는 <먼 곳으로부터>라는 제목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된 적이 있는 영화입니다. 로젠초 비가스 감독의 베네수엘라, 멕시코 영화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영화를 추천해주는 거죠? 좀더 질문을 구체적으로 해봐야겠습니다. 액션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24개의 영화를 추천해주었군요. 오~ 아는 영화들이 나옵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007 스펙터>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추천됐습니다. 시리가 그래도 영화를 좀 볼 줄 아는군요. <007 스카이폴> 대신 <007 스펙터>를 추천한 걸 제외하면 말입니다. 그런데 이거 은근 재밌네요. 다른 장르도 추천해달라고 해봤습니다. 이번엔 멜로입니다.
에휴~. 그럼 그렇지. <먼 곳으로부터>가 또 나왔네요. 결국 이 영화 설명을 해야겠군요. “중년의 부호 아르만도는 젊은 남자를 돈으로 유혹하지만 육체적 관계는 갖지 않는다. 뒷골목 인생을 사는 소년 엘더도 돈을 노리고 그의 초대에 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르만도의 고독을 공감한다.” 전주영화제에서 제공한 <먼 곳으로부터> 시놉시스입니다. 이거 멜로 맞나요? 이상해!
<브루클린>은 좋은 추천인 것 같습니다. 시얼샤 로넌 정말 좋습니다! <10,000km>는 지난해 7월에 국내 개봉한 영화군요. 스페인 영화로 바로셀로나와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연인이 화상채팅을 하는 내용입니다. 뭔가 시리에게 실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번만 더 해보죠. 이번에 코미디입니다.
아! 이게 뭡니까. 뭔가 기대한 것과는 다른 영화들이 또 나오는 기분입니다. <오베라는 남자>가 또 나오고 <맨 앤 치킨>이 나왔네요. 매즈 미켈슨이 출연하는 <맨 앤 치킨>은 “나는 사실 너희들의 생부가 아니다”라는 충격 고백하고 생을 마감한 아버지를 둔 두 아들이 유전적 아버지(생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올해 5월에 국내 개봉했습니다. <어 퍼펙트 데이>는 국내 개봉하지 않은 스페인 영화군요. 출연진은 화려합니다. 베니치오 델 토로, 팀 로빈스, 올가 쿠릴렌코 등이 출연했습니다. 시리는 진정한 다양성 영화 마니아인 것 같습니다.
이쯤 되니 진짜 시리는 한국영화는 하나도 모르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다니. 난감하군요. “시리야! 정신 차려.”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무리한 부탁을 한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에디터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질문을 해봅니다.
개봉한 영화가 없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요. 이쯤에서 그만해도 될 것 같긴 하지만 하다 보니 포기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계속 질문해봅시다. 시리의 취향이 궁금해졌습니다.
시리는 영화를 많이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추천해준 영화만 봐도. 배우에 대해서는 나름 엄격하고 공정한 잣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를 많이 안 봤어도 SF 고전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스타트랙>과 <스타워즈>를 봤는지 물어봤습니다. 이 2편의 영화는 아마도 시리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긱(geek)들이 사랑하는 영화니까요.
맞춤법이 틀려서 그런가 <스타트렉>은 못 봤다고 하고, <스타워즈>는 이해를 못 했군요. 그런데 다르게 질문을 하니, 뭔가 정보를 꺼내줬습니다.
<스타워즈> 아냐고 물었더니 위키피디아 <스타워즈> 항목을 보여주네요. 아주 멍청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그만 할까 싶습니다.
그런데 시리는 미국에서 태어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미국말로 하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죠. 시리에게 영어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뭔지 물어봤습니다.
역시 대답은 한국어로 물어봤을 때와 똑같군요. 어쨌든 시리의 생일이라고 하니 축하의 인사를 건네야겠습니다.
이 바보야! 생일 축하한다고 하는데 왜 이해를 못 해!
사실 시리가 처음 나왔을 때 시리가 <스타워즈>나 <스타트렉> 시리즈에 대한 농담을 해주는 걸로 유명했습니다. 지금도 농담을 받아주는지 한번 해봤습니다.
<스타워즈>의 유명한 대사를 하니 여전히 농담을 받아줍니다. 왼쪽의 시리는 “아버지와 함께 똑똑한 조수로서 우주를 지배하자”고 하네요. 오른쪽의 시리는 “뭔가, 뭔가, 뭔가, 어두운 기운이...”라는 대답을 해줍니다. <스타워즈> 보신 분들은 이해하시겠죠? 앗, 스포일러인가?
<스타트렉> 관련된 유명한 농담도 여전히 대답해주더라고요. 트랜스포터를 이용한 순간이동 할 때 나오는 대사 “Beam me up”을 해봤습니다. 왼쪽의 시리는 아마도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엔터프라이즈호의 승무원 유니폼 가슴에 붙어 있는 배지를 요구했습니다. 오른쪽은 시리가 처음 나왔을 때 유행했던 캡쳐 화면입니다. 스코티(현재 <스타트렉> 시리즈에서는 사이먼 페그가 연기합니다)에게 순간 이동을 요구하는 대사를 하니 공항에서 이뤄지는 보안 검사를 실시하자고 하는군요.
점점 배터리가 바닥을 향해 갑니다. 오늘 시리와 노는 건 이만 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수고해준 시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시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