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나이트의 홍보용 아트웍 (이미지를 클릭하면 해당 사진 출처로 이동합니다.)
시작은 단역 빌런이었다

'문 나이트'는 마블 코믹스에서 정말 특별한 존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캐릭터겠지만 탄생한 이후 줄곧 소수의 지지 팬들과 함께 해왔다. 그리고 그 팬들은 문 나이트가 언젠가는 마블의 대표적인 히어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올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문 나이트는 작가 더그 못치와 돈 팔린 두 사람이 1970년대 중반에 탄생시킨 캐릭터다. 어둡고 폭력적이며 비장한 스토리를 즐겨 쓰는 더그 몽치는 DC 코믹스의 굵직한 악당인 '베인'과 '블랙 마스크'를 만든 작가다. 그가 마블에서 탄생시킨 캐릭터로는 대표적으로 어두운 탄생 비화가 있는 '데슬록'이 있다.

돈 펄 린드 마블에서 '워울프 바이 나이트', '고스트 라이더' 등을 그리며 오컬트와 공포, 초자연적 그림에 두각을 나타내던 작가인데, 이들이 합심해서 1975년에 문 나이트라는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전의 연재 글들에서 언급했듯이, 1970년대라는 시기는 미국의 코믹스 역사에서 다양한 안티 히어로들이 양성되던 시기였던 만큼, 문 나이트는 '퍼니셔'와 마찬가지로 단역 빌런 역할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1975년 8월, 문 나이트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워울프 바이 나이트> 32호 표지

<워울프 바이 나이트> 32호에서 메인 빌런으로 첫 등장한 그는 범죄 조직의 사주를 받아 주인공 워울프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문 나이트라는 이름과 코스튬, 그의 초승달형 수리검을 비롯한 각종 무기와 장비들도 범죄조직에서 제공받은 것이었다. 작가들이 애초에 나중에 히어로로 전환시킬 의도가 있었는지, 그는 결국 생포한 위 울프도 풀어주고 범죄 조직에 등을 돌리게 된다.


히어로로 환골탈태하다

그의 기원 스토리는 나중에 <스펙타큘러 스파이더 맨> 22호와 23호에서 추가되게 된다. 그때 만들어진 문 나이트의 진짜 정체는 다음과 같다.

문 나이트의 본명인 마크 스펙터는 여러 무술에 능한 미 해병대 소속 용병으로, 자신감 넘치고 약간은 건방진 성격으로 묘사된다. 이집트에서 라울 부시 먼이라는 이후 그의 숙적이 되는 용병 하에서 일하지만, 그의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행동에 분개해 그에게 도전하지만, 심한 구타 후 사막에 버려지게 된다. 그를 발견한 이집트인들에 의해 이집트 신 톤 슈와 접신하게 되고, 죽음을 면하는 대신에 그의 아바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새로운 백그라운드 스토리는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의 로켓 라쿤을 만들기도 한 빌 맨틀로 가 추가한 것인데, 문 나이트는 이 시점부터 히어로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후 문 나이트는 사업 능력을 발휘해 상당한 부를 축적하고, 스티븐 그랜트와 제이크 로크리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완전히 이중 삶을 살기도 하면서, 상당한 기간 동안 '디펜더스'의 일원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배트맨과는 다른가

나름 흥미로운 백그라운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문 나이트는 한 번도 제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 탄생 당시부터 배트맨의 아류라는 수식어가 떠나지 않았고, 캐릭터의 인상을 좌우하는 얼굴도 후드에 가려져 빛나는 눈만 묘사되어 표정 묘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후드 자체도 스파이더맨의 악당인 고블린의 것과 너무 유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설정이 매우 디테일하고 흥미롭기 때문에 나중에 활용도가 높은 캐릭터이다. 달의 신 폰 슈의 영향을 받아 달의 변화에 의해 힘이 달라지는데, 보름달이 뜰 때 최고의 능력을 발할 수 있다. 풍뎅이 모양 투척용 다트, 위험이 가까워지면 빛을 내는 황금 잉크 등 배트맨의 각종 장비들에 비할 만한 풍부한 무기를 갖추고 있다.


언젠간 빛을 볼 수 있을까?
달빛의 기사 '문 나이트'

문 나이트는 마블의 히든카드 캐릭터 중 하나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각종 장비들과 현란한 무기들을 강조하여 MCU에 등장시킬 수도 있다. 혹은 어둡고 고독한 성격 때문에 파죽지세로 전개 중인 마블/넷플릭스 세계관에 편입시킬 수도 있겠다.
배트맨과 뚜렷한 변별력을 지닐 수 있도록 복장과 설정 등을 조금만 손본다면, 어느 가을 하늘에 보름달이 하늘을 밝게 비추듯, 문 나이트가 화려하게 실버 스크린에서 날개를 펼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그래픽 노블 번역가 최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