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 주연의 영화 <럭키>(제작 용필름, 배급 쇼박스)가 10월4일 언론에 첫 공개됐다.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킬러 형욱(유해진)이 목욕탕에서 넘어져 기억을 잃고, 그 자리에 있던 무명배우 재성(이준)이 형욱의 열쇠를 훔쳐, 각자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일본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2012)을 원작으로 하는 <럭키>는, <야수와 미녀>(2005)를 연출하고 <남쪽으로 튀어>(2012)의 시나리오를 쓴 이계벽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10월13일 개봉 하는 <럭키> 시사 반응을 전한다.



"요즘 영화들의 성향이 무겁기는 하지만 그 틈을 노리려고 만든 게 아니다. 전 꾸준히 코믹 영화를 해왔다. 바람이 있다면 단순히 웃음만을 전달하기보다는 따뜻하고 훈훈한, 작지만 다른 삶을 살고 싶어하는 공감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다. 무거운 영화 보시다가 유쾌하고 따뜻한 영화를 보면서 힐링하셨으면 좋겠다"

- 이계벽 감독

이계벽 감독의 <럭키>는 코미디를 표방한다. 하지만 배우 유해진을 내세운 왁자지껄한 코미디는 아니다. 일본영화 <열쇠도둑의 방법>을 원작으로 하되, 무명배우와 킬러의 몸이 뒤바뀐다는 기본 설정만 가져오고 꿈과 감정을 알게 되는 남자의 사연, 영화 촬영현장의 풍경 등 꽤 익숙한 이야기들이 그 주변을 장식한다. 대단한 웃음과 감동을 자아내진 않지만,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가볍게 즐기기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시사가 열린 직후 언론들의 반응은 주로 다방면의 캐릭터를 거뜬히 소화한 유해진의 연기에 대한 칭찬과 열쇠가 바뀜으로 인해 두 사람의 삶이 뒤바뀐다는 설정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전개에 대한 아쉬움으로 크게 갈렸다.


근 20년간 활동하면서 유해진이 보여준 캐릭터는 꽤나 다양하지만, 코믹 캐릭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도 유해진은 웃긴다. 다만 <럭키>에서는 과장된 얼굴이나 말투가 아닌, 기억을 잃어버린 상황에 낯설어하며 이에 적응하려는 모습으로 웃음을 전한다. 처음 원톱 주연으로 만든 작품인 만큼 코미디에 로맨스, 액션, 잔잔한 감동까지 곁들여 가히 '유해진 종합선물세트'라 할 만하다.


영화 ‘럭키’가 특별한 점은 유해진의 코믹 내공뿐 아니라 박력 있는 액션 연기를 만날 수 있다는 점. 킬러와 분식점 종업원을 오가는 유해진은 능수능란한 칼솜씨는 물론 단무지 공예 및 김밥 아트의 신세계를 보여주며 유해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코믹 포인트를 잡아냈다. 기억을 잃고 84년생으로 등장한 뒤 보여주는 진지한 모습은 놓칠 수 없는 장면이다.

- 정다훈 <서울경제> 기자
유해진은 평소엔 기억을 잃은 진지한 무명배우로, 기억을 되찾은 이후엔 다시 카리스마 넘치는 치밀한 성격의 킬러를 오가며 놀라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무명배우 유해진도 킬러 유해진도 모두 매력적인데다 멜로연기까지 해내다니. ‘럭키’는 그야말로 유해진의 원톱 코미디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또한 대국민 호감 배우 참바다 씨, 유해진의 인간적 매력은 영화에 오히려 플러스 효과를 가져오니 이쯤 되면 ‘럭키’가 유해진을 만난 것이 참으로 행운이라 할 수 있다.

- 이소담 <헤럴드POP> 기자
완벽한 킬러부터 운명이 바뀐 무명 배우에 이르기까지 여러 역할을 완벽 소화하는 유해진은 이번 영화를 통해 그만의 팔색조 매력을 다방면으로 과시했다. ‘럭키’에서 그는 미스터리, 액션, 느와르, 드라마, 멜로까지 만능 인생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을 쉴 틈 없이 홀린다.

- 한해선 <이슈데일리> 기자

영화 전개에 대해서는 꽤 아쉽다. 기본적으로 대단한 야심이 없는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소소한 재미를 주는 초반을 지나 형욱과 재성이 다시 만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다소 밋밋한 게 사실이다. 초중반까지는 잔가지를 쳐낸 채로 진행되던 영화는 후반부에선 지나치게 많은 걸 정리하려고 해 늘어진다는 인상이 강하다. 원작 <열쇠도둑의 방법>의 일관된 톤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다.


초반 설정은 꽤 흥미롭지만 이후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개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객에겐 아쉬울 만한 부분이다.

- 하수정 <뉴스에이드> 기자
뒤바뀐 인생은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제 인생 찾아가기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역할 전도 코미디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럭키'에서 형욱이 기억을 되찾는 과정이 다소 뜬금이 없다. 서둘러 결말로 내달리는 느낌이다. 숨겨진 반전이 있긴 하지만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한순간 풀어졌을 때 오는 통쾌함이 없다.
 
이야기의 한 축인 재성-은주 간 에피소드가 형욱-리나와 비교해 힘이 약하고 설득력도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재성은 형욱과 달리 맨정신으로 다른 인생을 사는 것이기에 형욱처럼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왕자가 된 거지'가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더 있을 법한데 영화는 그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한다.

- 구정모 <연합뉴스> 기자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