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더 다크> 보셨나요? 눈 한 번 깜빡거리지 않고 끝까지 참아내셨다고요? 강심장이군요. 혹시 포스터만 보고 귀신나오는 공포 영화인줄 알고 아직 안 보고 있는 관객 없으신가요? 저도 귀신 튀어나와 깜짝 놀라게 하는 잔기술 부리는 영화 싫어하는데 이 영화는 다르더군요. 일단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추격 액션, 그러니까 스릴 넘치는 긴장감만으로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에게 숨쉴 틈도 주지 않고 극한의 상황을 밀어붙이는 영화입니다. 무서운 공포보다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감, 서스펜스를 극도로 끌어올려 관객들을 괴롭힙니다. 아, 이제 끝났구나 마음을 놓게 되는 순간, 뭔가 또 시작합니다. 그렇다고 숨도 안 쉬고 보면 큰 일 나요...
아닌 게 아니라 실제 영화에서도 등장인물들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합니다. 강시영화냐고요? 아닙니다. 오감이 발달한 맹인 할아버지와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 추격전을 벌이는데 정말 심장 터져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숨소리 냈다가는 바로 탕탕탕...
영화를 다 보고 집에 돌아와 이 영화의 재미 요소에 대해 끄적이다가 유사한 서스펜스 효과에 집중하는 영화들이 있어 골라 소개해볼까 합니다. <맨 인 더 다크>가 어떤 영화인지 자세한 설명은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관람에 방해될 수도 있으니까요. 영화를 무사히 관람하고 나온 관객들은 다음의 영화들도 한 번 도전해보는 게 어떨까요? 한정된 공간에서 제한된 설정과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이끌어가는 흥미로운 장르영화 몇 편을 소개합니다.
클로버필드 10번지
<맨 인 더 다크>의 주요 범죄 공간은 일반 주택입니다. 지하실에서부터 거실, 부엌, 벽장, 2층 방, 창문에 이르기까지 집안 곳곳을 휩쓸고 지나다니면서 추격전을 펼치죠. <클로버필드 10번지>는 무시무시한 재난에 휘말린 사람들이 지하실에 갇힌 채로 살아나가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긴장감 넘치는 탈주 외에 미스터리한 설정이 추가됩니다. 이들이 왜 지하실에 흘러들어오게 됐는지,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다 생각하는 아저씨의 정체는 무엇인지 영화가 꽁꽁 숨기고 있거든요. 영화가 끝나갈 때쯤, 역시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듯 재난의 실체가 밝혀지는 순간을 놓치지 마시길.
유아 넥스트
처음 소개한 <클로버필드 10번지>가 그다지 잔인하지 않다고 여기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유아 넥스트>는 살인마에 맞선 여주인공의 무시무시한 활약이 돋보이는 피칠갑 슬래셔 호러 영화거든요. 제목 그대로 다음에 누가 죽을지 살인마와 게임을 벌이듯 추격하는 영화입니다. 물론 집 안에서 말이죠. 정체 모를 살인마가 가족들의 축하 파티 현장을 급습합니다. “다음엔 너”라는 예고장을 남기며 한 명씩 죽여나가는데 대체 어디서 죽이는지, 살인마의 정체는 누구인지, 무엇보다 왜 죽이는지 아무런 설명 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가죠. 서스펜스와 반전과 핏물이 한데 뒤섞여 시원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더 퍼지
하루 동안 어떤 범죄도 허용되는 '퍼지 데이'라는 걸 법으로 제정해 놓는다는, 엽기적인 가상의 미래 사회가 배경인 <더 퍼지> 역시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잔혹한 스릴러입니다. 퍼지 데이만큼은 철저한 보안 상태 속에서 집 밖에를 나가지 말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날입니다. 그런데 범죄자들이 작정하고 집 안으로 쳐들어오지요. 왜냐고요? 그래도 되는 날이랍니다. 오직 집 안에서 살인마들을 이겨내야 하는 이 영화는 설정의 아이디어만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데 벌써 3편째 시리즈가 나왔을 정도로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한 가족이 어떻게 집 안을 쳐들어오는 범죄자들을 무찌르는지, 혹은 무력하게 당하는지를 지켜보는 과정이 참 괴롭죠. 게다가 무방비 상태로 숨지 않고 소리만 지르고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견디는 건 정말 힘듭니다.
패닉룸
데이빗 핀처 감독의 <패닉 룸>은 <맨 인 더 다크>의 설정과 정확히 대구를 이루는 영화입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외부에서 침입한 도둑들과 두 모녀가 집 안에서 마지막까지 두뇌 싸움과 물리적인 충돌을 같이 벌이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하필 집 안에 '패닉룸'이라는 안전공간이 있어서 그 안에 숨겨진 무언가를 훔치기 위한 도둑들과 모녀의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죠. 스릴러 장르의 대가 데이빗 핀처 감독의 작품은 믿고 보는 겁니다. 좁은 집 안을 누비면서 범인들과 추격전을 벌이는 상황을 유려한 카메라워크로 표현해내는데 정말 명장면이 많습니다. 도둑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최근 조커로 변신한 자레드 레토이고요. 무엇보다 아역 배우 시절의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매력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데블
한정된 공간에서만 벌어지는 밀실에서의 서스펜스. 그런데 이 영화 <데블>은 거기에 악마라는 오컬트 요소를 토핑처럼 얹어서 정말 독특한 전개와 재미를 선사합니다. 아무런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이 출근길에 어느 빌딩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버리고 맙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사람들이 구출되기를 기다리다가 막 죽어나가기 시작합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누군가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엄청난 결말로 치닫게 돼죠. 이 영화의 제작을 맡았던 촉망받던 스릴러의 귀재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밀실 스릴러의 설정을 좀 더 코믹하게 밀어붙이는 영화 <더 비지트>로 복귀합니다. 이 영화 역시 강추작입니다.
디스터비아
옆집에 범죄자가 산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면? 그런데 내가 집 밖엘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고 그 범죄자가 내 집에 침입할지도 모른다면? 아니 우리 엄마가 옆집에 찾아가는 중이라면? 듣기만 해도 스릴 넘치는 아이디어 하나로 완성된 <디스터비아> 역시 이 밀실 스릴러 리스트에 들어가기 부족함이 없습니다. 십대 소년 소녀들의 훔쳐보기라는 행위를 통해서 장르 영화가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모든 액션이 집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두 채의 집을 오가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하지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이라는 레전드급 걸작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차용해 만든 영화입니다. 관심 있는 관객들에게 <이창>도 강추합니다.
그밖에도 공간 설정만 놓고 비교해보면 <쏘우>, <베리드>, <큐브> 등의 장르 영화도 같은 맥락에서 추천하면 좋을 영화들이죠.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불숙 찾아온 어떤 외부의 폭력에 대해 조금 심층적인 접근을 하는 <노크 노크>나 <퍼니게임>같은 영화도 유사한 흥미를 유발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영화를 보다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팁을 드리자면, <맨 인 더 다크>는요.
관객 매너가 중요합니다.
휴대전화 진동 소리조차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고요한 긴장감을
즐기는 영화거든요.
모두 매너 관람하세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