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文鄕)' 강릉에서 열리는 강릉국제영화제(GIFF)가 첫 도약을 준비 중에 있다.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총 7일간 개최하는 제1회 강릉국제영화제에서는 32개국 73편의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는 ‘영화 & 문학’, ‘마스터즈 & 뉴커머스’(Masters & Newcomers), ‘강릉, 강릉, 강릉’ 세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영화들과 이벤트들을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평소 스크린으로 보기 어려웠던 명작들을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들 가운데 놓치면 후회할 섹션별 추천작 7개를 선정해보았다.
문예영화 특별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Mother and a Guest
감독 신상옥 / 한국 / 1961 / 103분 / 영화와 문학-문예영화 특별전
할머니(한은진)와 어머니(최은희)와 딸 옥희(전영선)이 함께 살고 있는 집에 죽은 아버지의 친구였다는 화가 아저씨(김진규)가 하숙생으로 들어오게 된다. 아빠가 없었던 옥희는 아저씨와 금방 친해지게 되고, 그에게 아버지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말한다. 한편, 옥희의 어머니와 아저씨는 남몰래 서로에게 연정을 품고 그리워하지만 시어머니가 둘의 사이를 눈치채고 갈라놓으려 한다.
주요섭의 단편 소설 「사랑 손님과 어머니」를 신상옥 감독이 영화화 한 작품.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옥희 어머니와 아저씨의 사랑이 묘한 긴장감을 불러오는 한 편, 둘의 상황을 순수한 시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내레이터 역할의 옥희가 극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는다. 극 중에서 똑 부러지는 옥희의 연기는 현재 많은 이들에게 성대모사되며 회자될 정도. 비록 노미네이트엔 실패했으나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한국 영화 최초로 출품작으로 선정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최인호 회고전
<바보들의 행진> The March of Fools
감독 하길종 / 한국 / 1975 / 102분 / 마스터즈 & 뉴커머즈-최인호 회고전
Y대 철학과에 재학 중인 병태(윤문섭)는 그룹 미팅을 통해 H대 불문과 재학생 영자(이영옥)를 만난다. 병태는 영자에게 농담처럼 결혼하자고 하고, 영자는 그런 병태의 현실을 꼬집으며 무시한다. 한편, 병태의 친구 영철(하재영)은 술만 마시면 고래를 찾으러 떠나겠다고 하는 청년이다. 영철은 순자를 좋아하지만, 순자는 군 입대 신체검사도 탈락한 영철을 거절한다.
<바보들의 행진>은 최인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길종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영화다. 1970년대 한국의 군사정권과 자유를 갈망하는 청년들의 암울한 현실을 보다 리얼하게 표현하며 당대 젊은이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너무도 현실적이었던 나머지 권력으로부터 검열을 다섯 차례나 받으며 30분간의 분량이 삭제되는 수모를 겪어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보들의 행진>은 메시지와 연출,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 앙상블로 197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영화 명작으로 손꼽힌다.
익스팬디드: 딜러니스크
<돌아보지 마라>Don't Look Back
감독 D.A 페니 베이커 / 미국 / 1967 / 95분 / 영화와 문학 - 익스팬디드: 딜러니스크
201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팝의 거장 ‘밥 딜런’. 2019 강릉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중 ‘영화와 문학’에 속해있는 ‘익스팬디드: 딜러니스크’은 밥 딜런에 헌정한 영화 섹션이다. 브라이언 페리의 밥 딜런 헌정 앨범인 「딜러니스크」를 차용한 이 섹션에서는 밥 딜런의 삶을 다양하게 조명한 영화들을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그의 내밀한 초상을 카메라에 담아낸 <돌아보지 마라>는 다큐멘터리 계의 대부 중 한 명인 D.A. 페니베이커의 작품이다. D.A. 페니베이커는 1965년, 약 3주간 밥 딜런의 영국 투어에 동반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아내며 <돌아보지 마라>를 완성했다. 2019 강릉국제영화제 폐막작.
복원의 발견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 Apocalypse Now: Final cut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 미국 / 1979 / 183분 / 클래식 기프 - 복원의 발견
1969년 임무를 마취고 사이공의 한 숙소로 귀환한 윌라드(마틴 쉰) 대위. 그는 사령부로부터 ‘불온한 사상’을 기반으로 내륙에 자신만의 왕국을 세운 커츠(말론 브란도) 대령을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사령부로부터 부대원과 경비정 한 대를 받은 그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대부> 시리즈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또 다른 역작 <지옥의 묵시록>은 베트남전의 잔혹하고 광기 어린 실상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며 전쟁의 충격적인 참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악몽 속에서 만든 것 같았다”라고 회상하기도. <지옥의 묵시록>은 총 세 버전이 존재하는데, 오리지널 버전, 오리지널에 49분의 푸티지를 더한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마지막으로 183분으로 최종 편집한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이 있다. 2019 강릉국제영화제에서는 올해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공식으로 첫 공개한 <지옥의 묵시록: 파이널 컷>을 볼 수 있다. 197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바틀 로켓> Bottle Rocket
감독 웨스 앤더슨 / 미국 / 1996 / 91분 / 클래식 기프 - 복원의 발견
만성 피로로 병원에 입원한 앤소니(루크 윌슨). 그는 의사가 보고 있는 도중에 침대 시트로 줄을 만들어 창문을 통해 병원을 탈출한다. 그가 병원을 탈출한 이유는 단 하나. 둘도 없는 친구 디그난(오웬 윌슨)에게 재밌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여기에 가정을 그리워하는 친구 밥(로버트 머스그레이브)도 있다. 혈기왕성한 세 친구는 어느 날 도둑이 되기로 결심한다.
영화계에서 ‘대칭’하면 떠오르는 감독 웨스 앤더슨. <바틀 로켓>은 그가 제작한 첫 번째 장편 영화로, 오웬 윌슨과 루크 윌슨 형제와 작업했던 단편 영화를 장편으로 늘려 완성한 작품이다. 대칭을 주로 한 독특한 영상미와 발랄함, 기묘한 따스함이 깃든 ‘웨스 앤더슨 월드’의 시작을 확인할 수 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Waikiki Brothers
감독 임순례 / 한국 / 2001 / 109분 / 클래식 기프 - 복원의 발견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고 있는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 출장 밴드 신세로 전전하던 중, 팀의 리더 성우(이얼)이 자신의 고향에 위치한 ‘와이키키 호텔’에 일자리를 얻게 된다. 팀원들과 함께 고향으로 향하지만, 색소폰을 담당하는 현구(오광록)는 막막하기만 한 현실을 포기하고 아내와 자신이 있는 부산으로 떠나고 만다. 그렇게 3인조로 도착한 고향 수안보. 성우는 멤버를 보강하기 위해 고교시절 함께 밴드 생활을 했던 친구들을 찾아간다.
임순례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역시 강릉국제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반가운 한국 영화 명작 중 하나다. 영화는 지난한 현실과 어느 것 하나 바뀌지 않는 일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는 인간 군상을 제시한다. 박해일, 류승범, 황정민의 앳된 모습도 볼 수 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뿐만 아니라 강릉국제영화제는 임순례 감독이 신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1994년 작, <우중산책>을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도 준비되어 있다.
원 히트 원더
<사냥꾼의 밤> The Night of the Hunter
감독 찰스 로튼 / 미국 / 1955 / 93분 / 클래식 기프 - 원 히트 원더
은행을 털다 잡힌 사형수 벤. 그는 수감 중 알게 된 해리(로버트 미첨)에게 자신이 큰돈을 숨겨놨다는 사실을 말한다. 해리는 벤이 사형된 후 출소해 벤의 유족들을 찾아간다. 전도사 행세를 하며 벤의 아내 윌라를 유혹한 벤. 벤은 윌라와 결혼에 성공하고, 윌라를 살해한다. 이제 남은 벤의 두 아이들은 해리로부터 도망쳐야 한다.
1955년 개봉 당시 평단과 대중들에게 외면받았던 비운의 작품 <사냥꾼의 밤>. <자마이카 여인숙>(1939), <스파르타쿠스>(1960) 등에 출연했던 배우 찰스 로튼의 연출 데뷔작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사냥꾼의 밤>은 아쉽게도 찰스 로튼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뒤늦게 주목받으며 걸작의 반열에 올랐다. 흑과 백의 선명한 대비를 활용한 미장센과 동화적인 분위기, 다양한 장르의 혼재가 눈에 띄는 개성 있는 한 편의 스릴러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