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개봉해 좀비물과 블랙코미디 팬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낸 <좀비랜드>가 꼭 10년 만에 속편 <좀비랜드: 더블 탭>으로 돌아왔다. 주인공 4인방 우디 해럴슨, 제시 아이젠버그, 엠마 스톤, 아비게일 브레슬린, 그리고 루벤 플레셔 감독까지, 모두 제자리를 찾았다. <좀비랜드>의 다섯 주역들이 지난 10년간 지나온 커리어를 돌이켜본다.


탤러허시 役

우디 해럴슨

뛰어난 연기뿐만 아니라 별별 사건을 일으켜 트러블메이커로 악명을 떨쳤던 우디 해럴슨은 청부살인업자인 아버지가 죽고, 오랫동안 같이 살았던 로라 루이와 법적 부부가 되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안정적인 생활을 보여줬다.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더 메신저>(2009)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좀비랜드> 역시 ‘건강한’ 해럴슨의 시작점에 놓인 작품이었다. 탤러허시의 카우보이 모자가 블랙으로 바뀌는 지난 10년 사이, 해럴슨의 커리어는 그야말로 순풍에 돛단 듯 흘렀다. <헝거게임> <나우 유 씨 미> <혹성탈출> 그리고 쿠키영상에서 잠시 등장해 빌런 카나지로 본격적인 활약을 예고한 <베놈>까지 여러 인기 프랜차이즈에 주연으로 참여하면서 흥행 배우의 이미지까지 갖췄다. HBO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 첫 번째 시즌(2014)에 매튜 매커너히와 투톱으로 활약하고, <쓰리 빌보드>(2017)에서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샘 록웰에 못지않은 명연을 선보이면서 출중한 실력을 증명했다. 2017년엔 감독으로서 시나리오, 제작, 주연까지 도맡은 <로스트 인 런던>을 발표하기도 했다.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 (2012)

<쓰리 빌보드> (2017)


콜럼버스

제시 아이젠버그

M. 나이트 샤말란의 <빌리지>(2004)와 노아 바움백의 <오징어와 고래>(2005)로 얼굴을 알리던 제시 아이젠버그는 <좀비랜드>에서 특유의 '너드'적인 매력을 발산하면서 곧장 할리우드의 기대주로 도약했다. 아론 소킨이 시나리오를 쓰고 데이비드 핀처가 연출한 <소셜 네트워크>(2010)는 그런 상승세를 더욱 가파르게 했다. 물불 가리지 않고 사업을 확장하고, 결국 주변 친구들을 죄다 잃어버리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기묘한 인간성을 담아내는 아이젠버그는 대안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대단했다. <좀비랜드>의 감독 루벤 플레셔의 차기작 <털기 아니면 죽기: 제한시간 30분>(2011)에도 참여한 그는 켈리 레이커트, 요아킴 트리에, 우디 앨런 등 훌륭한 연출력을 자랑하는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우디 해럴슨과 <나우 유 씨 미>를 성공적인 시리즈 영화로 이끈 데 이어,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에서 렉스 루터를 연기해 DC 확장 유니버스에 합류하면서 다양한 규모의 영화들을 아우르는 필모그래피를 구축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2010)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2016)


위치타

엠마 스톤

엠마 스톤에게도 <좀비랜드>는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처음 주연을 맡은 <좀비랜드>를 기점으로 <이지 A>(2010)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2011) 등의 코미디와 인종 문제를 따뜻한 톤으로 이야기 한 드라마 <헬프>(2011)에 출연하면서 자기만의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샘 레이미와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리부트 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속 피터 파커의 연인 그웬 스테이시 역시 그 이미지에 정확히 부합하는 캐릭터였다. 한편, 스톤은 (루벤 플레이셔가 연출한 시대극) <갱스터 스쿼드>(2013)의 숀 펜, <매직 인 더 문라이트>(2014)의 콜린 퍼스, <버드맨>(2014)의 마이클 키튼, <이레셔널 맨>(2015)의 호아킨 피닉스 등 대배우와 호흡을 맞추면서 ‘매력’에 ‘연기력’까지 더하는 시기를 지났다. 그리고 드디어 <라라랜드>(2016)를 만났다. 이미 두 작품을 함께 했던 라이언 고슬링과의 로맨스 <라라랜드>에서 (사계절의 공기에 맞춰) 연애의 여러 순간들을 마주하는 미아의 마음을 완벽하게 보여주면서 베니스 영화제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2017)과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8) 등 캐릭터의 스펙트럼까지 넓혔으니, 10년 만에 돌아온 위치타가 훨씬 강력해질 수밖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2014)

<라라랜드> (2016)


리틀 락

아비게일 브레슬린

제시 아이젠버그와 엠마 스톤과 달리, 아비게일 브레슬린은 <좀비랜드> 이전에 일찌감치 전성기를 맞았다. 5살에 M. 나이트 샤말란의 <싸인>(2002)에 출연해 적잖은 찬사를 받았고, <미스 리틀 선샤인>(2006)에선 11살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좀비랜드>에서 막내 리틀 락으로 활약한 2009년 이후 브레슬린의 커리어는 한풀 꺾였던 게 사실이다. '아역'에서 '성인' 사이의 나이가 되면서 영화마다 차지할 수 있는 비중이 점차 줄었고, 출연하는 영화의 규모나 만듦새도 확실히 떨어졌다. 할리 베리 주연의 스릴러 <더 콜>(2013)이나 메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이완 맥그리거,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한 가족영화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2013) 정도가 그래도 흥행이나 평가가 꽤 괜찮았던 작품이다. 그럼에도 브레슬린은 특별한 휴지기 없이 꾸준히 이어왔고, <좀비랜드: 더블 탭>에서 10년 만에 좀비 생존 파트너들을 다시 만나 찰떡같은 케미를 선보였다. 브레슬린은 현재 <스포트라이트>(2015)로 극찬 받은 톰 매카시 감독의 신작을 맷 데이먼과 함께 촬영 중이다.

<더 콜> (2013)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2013)


감독

루벤 플레이셔

루벤 플레이셔는 감독으로 데뷔하기 이전, M.I.A.와 디지 라스칼 등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와 '맥도날드', '버거킹', 'ESPN'의 광고로 빛나는 감각을 자랑했다. 첫 영화 <좀비랜드>는 평단과 장르영화 팬덤의 지지를 두루 받고 제작비 대비 5배 이상의 수익을 내는 성공을 거뒀다. 플레이셔는 <좀비랜드>와 <좀비랜드: 더블탭> 사이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 3편을 연출했는데, 공교롭게도 <좀비랜드>의 세 주연배우가 각각 한 작품씩 참여해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블랙 코미디 <털기 아니면 죽기: 제한시간 30분>은 제시 아이젠버그,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갱 영화 <갱스터 스쿼드>는 엠마 스톤, 히어로 영화계에 출사표를 내민 <베놈>은 우디 해럴슨이 출연했다. 배우들의 몸값이 껑충 뛰어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 멤버들을 모두 불러모을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꾸준한 교류에 있었을 터. 한편, '감독' 브리 라슨의 장편 데뷔작 <유니콘 스토어>(2017)엔 프로듀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근작 <라스트 미션>(2018)엔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갱스터 스쿼드> (2013)

<베놈> (2018)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