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 감독 아시죠? “오겡끼데스까~”라는 대사로 유명한 <러브레터>를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으실 거라 믿습니다. 지난 9월 개봉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새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와 그의 예전 작품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마침 네이버 N스토어에서 10월26일까지 이와이 슌지 감독 특별전 할인 이벤트(▶바로가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팬이라면 다시 한번 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고, 아직 못 본 영화가 있는 분들에게는 이번이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거라 믿습니다.
러브레터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나카야마 미호, 토요카와 에츠시 상영시간 117분 제작연도 1995년
예전 얘기입니다. 1998년 무렵 <러브레터>는 어둠의 경로로 암암리에 흥행하고 있었습니다. 일본 영화가 정식으로 수입되지 못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인터넷으로 영화를 다운받는 시절이 아니라 녹화된 테이프를 돌려보곤 했습니다. 에디터도 이 영화를 대학 때 학생회에서 연 작은 상영회에서 봤습니다. 화질이 너무 안 좋아서 아주 옛날 영화인줄 알았죠. 너무 추억에 젖어버렸군요. 한참 뒤에 다시 본 <러브레터>는 그때보다 더 재밌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다시 한번 보세요. 후회하지 않습니다. 영화 줄거리를 모르다고요? 안 알려줍니다. 줄거리 모르고 보세요. 진짜 감동입니다. ▶<러브레터> 다시보기
4월 이야기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마츠 다카코, 다나베 세이치 상영시간 67분 제작연도 1998년
1999년 뒤늦게 국내에 정식 개봉한 <러브레터>는 그야말로 열풍이었습니다. 방송에서 개그맨들이 “오뎅~ 끼웠습니까?” 이런 개그를 선보이던 시절이었죠. 그때쯤 <4월 이야기>가 찾아왔습니다. 2000년에 개봉한 <4월 이야기>는 <러브레터>의 후속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러브레터>의 나카야마 미호에 이어 마츠 다카코가 당시 남자들의 연인이 되었죠. 내용은 별 거 없습니다. 6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 들어있는 이야기는 도쿄 근교 대학에 진학한 우즈키(마츠 다카코)가 고향 홋가이도를 떠나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내용이 다입니다. 짝사랑하던 선배 이야기도 좀 있었던 것 같군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좋아했습니다. 화사한 색감의 이와이 슌지 감독이 창조해낸 화면은 당시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는 감성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마츠 다카코가 무척 예뻤습니다. 다시 봐도 예쁘네요. ▶<4월 이야기> 바로보기
릴리 슈슈의 모든 것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이치하라 하야토, 오시나리 슈고 상영시간 145분 제작연도 2001년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러브레터>와 <4월 이야기>에 열광한 팬들에게 조금은 낯선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마냥 아름다운 첫사랑, 청춘 이야기만 할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거든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14세 소년 유이치(이치하라 하야토)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이지메를 당하고 있죠. 의지할 곳은 인터넷상의 가상의 스타 ‘릴리 슈슈’의 노래뿐입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중요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위해 이와이 슌지 감독은 직접 인터넷에 소설을 연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그는 “유작을 고르라고 한다면 이 작품으로 하고 싶다”는 말도 했습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언두> <피크닉>과 함께 이른바 ‘블랙 이와이’와 속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죽음, 이지메, 우울 등이 핵심 키워드입니다. 우울할 때 보면 진짜 우울해질 겁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바로보기
하나와 앨리스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아오이 유우, 스즈키 안, 카쿠 토모히로 상영시간 135분 제작연도 2004년
다시 청춘이 키워드가 되는 영화 <하나와 앨리스>를 볼 차례입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도 데뷔했지만 아오이 유우는 <하나와 앨리스>를 통해 청춘의 아이콘이 됩니다. 하나(스즈키 안)와 앨리스(아오이 유우)는 절친입니다. 그런데 그만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죠. 사실 하나가 먼저 미야모토(카쿠 토모히로) 선배를 좋아했습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걸로 거짓말을 하고 하나는 미야모토와 사귀려고 합니다. 하나를 도와주는 와중에 앨리스마저 그 선배와의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사실 이들의 사랑이 어떻게 됐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오로지 영화의 말미에 등장하는 아오이 유우의 발레 장면만 생생히 떠오릅니다. 이 장면 하나로 <하나와 앨리스>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요? 2015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은 <하나와 앨리스>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하나와 앨리스> 바로보기
립반윙클의 신부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쿠로키 하루, 아야노 고, 코코 상영시간 119분 제작연도 2016년
이 여자 위험합니다. <립반윙클의 신부>의 주인공 나나미(쿠로키 하루)는 SNS에 익명으로 자신의 일상을 마구 털어놓습니다. 새로 사귄 남자친구도 채팅으로 만났죠. 남자친구에 대한 솔직한 감정도 SNS에 올립니다. 남자친구가 보면 절대 안 되는 글입니다. 유우부단하고 소심한 성격의 나나미는 그 남자친구와 결혼까지 합니다. 간절히 원한 건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믿었습니다. 결혼 이후 자신에게 주어진 아내 역할에 충실하려 하지만 결혼생활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습니다. 결국 남편이 바람을 피는 정황을 알게 되고 SNS를 통해 알게된 아무로(아야노 고)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이후 나나미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립반윙클의 신부>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영화 <뱀파이어>를 제외하면 <하나와 앨리스> 이후 12년 만에 만나는 아이와 슌지 감독의 영화입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 인터넷 기반의 가상현실이라는 테마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립반윙클의 신부>는 SNS가 주요 테마입니다. 드라마 <중쇄를 찍자!>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쿠로키 하루의 연기가 빛나는 작품입니다. ‘이와이 월드’에 푹 빠져 지냈던 사람이라면 결코 놓치지 말아야겠죠. 이와이 슌지를 모르는 사람은 <러브레터>부터 보시고요. ▶<립반윙클의 신부> 바로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