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최근 관객 사이에서 숨겨진 명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영화가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 크리스 에반스를 비롯해 크리스토퍼 플러머, 제이미 리 커티스, 토니 콜렛, 마이클 섀넌 등 할리우드의 온갖 명배우들이 총출동한 영화 <나이브스 아웃>이다. 이 영화를 관람한 이들이라면,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할란(크리스토퍼 플러머)의 간병인, 마르타를 연기한 아나 디 아르마스의 얼굴을 잊지 못할 것. <나이브스 아웃>의 ‘진주인공’으로 활약한 그녀는 현재 할리우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여성 배우 중 하나다. 누군가에겐 낯설 얼굴일 아나 디 아르마스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정리해봤다.


1쿠바 출신 배우다

짙은 이목구비와 올리브색 눈동자. 국적을 가늠할 수 없는 마스크로 오묘한 매력을 전하는 아나 디 아르마스는 쿠바에서 태어났다. 하바나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녀는 1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배우의 꿈을 품었고, 14살에 쿠바 국립 연극학교에 입학해 연기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이브스 아웃>에서 순수하고 선한 소녀 간병인, 마르타를 완벽하게 소화한 그녀의 나이는 올해로 서른하나. 실제 나이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분위기를 지닌 동안 배우다.


<버진 로즈>

218살의 나이로 스페인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쿠바 국립 연극학교에서 눈에 띄는 떡잎이었던 그녀는 2006년 영화 <버진 로즈>(Una rosa de Francia)에 출연하며 배우로 데뷔했다. 이 영화에선 불법 조직과 가까이 지내는 해안 경비 대원, 안드레와 사랑에 빠지는 소녀 마리를 연기했다. 데뷔작에서부터 비중 있는 역할로 존재감을 드러낸 그녀는 이후 연달아 자국의 영화 몇 편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큰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 스페인행을 꿈꾼 건 18살 무렵. 아나 디 아르마스는 단 돈 200유로(한화 약 26만 원)를 들고 마드리드에 정착했고, 그곳에서 드라마 <엘 인테르나도>에 캐스팅됐다.

<엘 인테르나도>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한 성장 드라마 <엘 인테르나도>는 스페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아나 디 아르마스 역시 스페인의 스타로 떠올랐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엘 인테르나도>의 카롤리나 역으로 출연한 그녀는 2010년부터 2011년까지는 기원전 155년에 일어난 루시타니아 전쟁을 소재로 한 드라마 <히스패니아, 라 레이엔다>(Hispania, la leyenda)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히스패니아, 라 레이엔다>


아나 디 아르마스 (사진 할리우드 리포터)

32개월 만에 영어를 익혔다

드라마 출연 이후 아나 디 아르마스는 스페인에서도 몇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러나 그 시절 아나 디 아르마스는 “뭔가 새롭고 색다른 것을 원했고, 다른 곳에서 영감을 얻고 싶다”고 생각했다. 25살이 되던 해 아나 디 아르마스는 할리우드에 진출하겠다 결심하고 로스앤젤레스로 거주지를 옮겼다. 문제는 언어. 영어에 능숙하지 않았던 아나 디 아르마스에겐 영화 제작자나 캐스팅 디렉터는 물론, 에이전트의 매니저들과의 소통도 쉽지 않았다. 자극을 받은 그녀는 2개월 만에 영어를 익히고 할리우드 유명 영화들의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정착 초창기를 회상한 아나 디 아르마스의 말을 덧붙인다.

언제 한 번은 캐스팅 디렉터가 “2, 3년 후에 다시 이야기하자"라고 하더군요. 제가 영어를 더 잘 할 수 있을 때 만나자는 말이었죠. 그래서 전 “아니, 두 달 후에 이야기하자"라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그가 웃으며 “미쳤어, 두 달은 힘들어”라고 말했죠. 하지만 전 두 달 만에 이미 훌륭한 영화의 오디션을 보고 있었어요.

<C Magazine>과 아나 디 아르마스의 인터뷰 중


<노크 노크>

4키아누 리브스와 함께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아나 디 아르마스가 할리우드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노크 노크>에 출연하고서부터다. <노크 노크>는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맡은 스릴러물이다. 아나 디 아르마스는 에반(키아누 리브스)의 집에 들어와 그를 파멸로 이끄는 여성 벨을 연기하며 강렬함을 뽐냈다. 그녀의 두 번째 할리우드 진출작, <익스포즈>에서도 키아누 리브스와 호흡을 맞췄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나 디 아르마스는 형사 스코티(키아누 리브스)가 좇는 사건의 유일한 단서가 된 인물 이사벨을 연기했다. 두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만큼 아나 디 아르마스와 키아누 리브스의 우정도 돈독한 모양. 아나 디 아르마스의 인스타그램에선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 찍은 사진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아나 디 아르마스 인스타그램 (@ana_d_armas)


<블레이드 러너 2049>

5<블레이드 러너 2049>의 조이가 그녀다

누군가는 위의 스틸을 보고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블레이드 러너 2049> 속 윌레스사가 제작한 안드로이드, 조이를 연기한 배우가 바로 아나 디 아르마스다. K(라이언 고슬링)의 연인으로 등장한 조이는 안드로이드로서의 한계를 느껴 사랑의 갈증을 안고 있었던 인물이다. 사용자의 마음에 따라 자유자재로 겉모습을 바꾸는,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조이를 저만의 것으로 완벽히 소화한 아나 디 아르마스는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동시에 받으며 전 세계에 제 이름을 알렸다.


<나이브스 아웃>

6 <나이브스 아웃>으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 할란이 85세의 생일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 아나 디 아르마스가 연기한 외국인 간병인 마르타는 할란과 가장 각별하게 지냈던 인물이다. 거짓말만 하면 구토를 하는 마르타는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 탐정이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데 가장 많은 도움을 전한다. <나이브스 아웃>은 할리우드가 라틴계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 그 맥락을 부숴버렸다는 데에서도 의미가 깊은 영화다. 아나 디 아르마스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며 아래와 같은 말을 덧붙였다.

“라틴계 인물은 거의 영화의 변두리에 존재하곤 해요. 저 역시 라틴계 캐릭터라는 설명을 듣고 이 캐릭터가 별로 흥미롭지 않을 거라 느꼈죠. 대본을 읽고 나선 제 생각과 전혀 다른 캐릭터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어요. 마르타는 제 상상 그 이상이었죠”

아나 디 아르마스는 이 역할로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뮤지컬코미디 여우주연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그녀가 겨룰 상대는 <웨어 유 고, 버나뎃>의 케이트 블란쳇, <레이트 나잇>의 엠마 톰슨, <더 페어웰>의 아콰피나, <북스마트>의 비니 펠드스타인이다. <나이브스 아웃>이 그녀의 커리어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킨 작품임이 분명하다.

아나 디 아르마스 인스타그램 (@ana_d_armas)


(왼쪽부터) 아나 디 아르마스, 마릴린 먼로

<블론드> 촬영 현장

7 차기작 <블론드>에서 마릴린 먼로를 연기했다

우리가 아나 디 아르마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그녀의 차기작 리스트가 화려한 작품들로 채워져있기 때문이다. 먼저 아나 디 아르마스는 올해 넷플릭스가 제작한 <블론드>의 촬영을 마쳤다. 마릴린 먼로, 노마 진의 커리어보단 그녀의 굴곡진 내면의 삶에 집중해 만든 픽션으로 아나 디 아르마스가 마릴린 먼로를 연기했다. 아나 디 아르마스는 인터뷰를 통해 “1년 내내 마릴린 먼로의 억양을 연습했다”고 밝히며 ’그녀와 그녀의 삶을 가능한 최대로 잘 그려내야 할 책임감을 느꼈다. 그 모든 것이 스트레스였지만, 마릴린 먼로를 연기하는 그 모든 과정은 흥미로웠고 무시무시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데뷔 시절부터 “마릴린 먼로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은 아나 디 아르마스는 <블레이드 러너 2049> 촬영장에서도 금발로 변신한 모습이 목격된 바 있다.

<블레이드 러너 2049> 촬영 현장, 아나 디 아르마스 인스타그램 (@ana_d_armas)


8새로운 본드걸로 활약한다

한동안 블론드 마릴린 먼로로 살았던 그녀는 곧바로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촬영장으로 건너와 본드걸로 활약했다. 아나 디 아르마스는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뉴페이스, 팔로마를 연기한다. 아나 디 아르마스는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기존의 본드걸들과는 다르다. 신선하고 흥미로운 캐릭터”라고 덧붙인 바 있다. CIA 요원으로서 하이힐로 시원시원하게 적을 격파할, 그녀의 첫 액션 영화라는 점이 눈에 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