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화산이 폭발했다는 가정으로부터 시작한 영화 <백두산>. 대한민국에 재난상황이 선포되고, 추가 폭발을 막기 위한 남과 북 두 남자의 사투를 다뤘다.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인 <백두산>은 개봉 전부터 한차례 이슈가 된 바 있는데 이유인즉슨, 막대한 제작비로 인한 높은 손익분기점이었다. 재난상황을 스크린에 구현하는 데 있어 드는 시각 특수효과(VFX)의 비용으로 제작비가 상승, 순제작비에만 260억 가량의 금액이 투입되었다고.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한다면 300억이 넘는다.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내기 위해선 <백두산>은 손익분기점 약 730만 명을 넘어야 하는 상황.

2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들인 건 비단 <백두산>뿐만이 아니다. 2020년 개봉 예정인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와 류승완 감독의 <탈출: 모가디슈>(가제) 역시 순제작비가 2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책정되었다. 영화는 물론이거니와 드라마에서도 수백억 대 제작비가 투입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한 무리한 마케팅, 주연 배우들의 부담감, 보장되지 않는 완성도, 흥행 실패 등이 있다. <백두산> 이외에 어떤 영화들에 200억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는지, 제작비가 곧 흥행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는지 정리해보았다.

*순제작비와 P&A(Print & Advertisement, 마케팅비)를 포함한 총제작비는 추정치이다.


<안시성>

총제작비 약 220억 (순제작비 약 185억) / 손익분기점 560만 ↑ / 누적 관객수 544만

<명당> <협상> <안시성> 3편의 대작들이 경쟁을 벌였던 작년 추석 극장가. 경쟁이 치열했던 삼파전에서 승리를 거둔 작품은 바로 조인성 주연의 <안시성>이었다. 당나라로부터 고구려의 변방인 안시성을 지키기 위한 전투를 다룬 이 작품은 대규모의 전투신이 주목받으며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안시성>이 거둔 흥행은 완벽한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안시성>은 전투 시퀀스에서 펼쳐지는 CG 등의 시각 특수효과로 인해 총제작비가 220억이 넘는 대작으로 56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야 손익분기점을 넘는 상태였다. 하지만 <안시성>이 동원한 최종 관객 수는 544만 명. 결국 해외 선 판매액과 IPTV 판매 금액을 포함해 어렵사리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었다.


<암살>

총제작비 약 225억 (순제작비 약 180 억) / 손익분기점 6-700만 ↑ / 누적 관객수 1270만

일제강점기 시대. 친일파를 암살하기 위해 차출된 3명의 독립운동가, 그리고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정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암살>. <도둑들>로 흥행의 역사를 썼던 최동훈 감독의 신작으로, 2015년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암살>은 전지현, 하정우, 이정재 등 충무로 스타들을 대거 캐스팅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시대를 고증한 디테일한 소품, 의상에 180억 가량의 제작비를 사용하면서 6-700만 이상의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개봉 후 반응은 그야말로 ‘잭팟’. 천만을 넘어 손익분기점 2배에 달하는 누적 관객 수 1270만을 기록했다. 역대 박스오피스 11위에 안착한 <암살>은 2015년 쇼박스의 투자작 중 최고 수익률을 낸 작품이 되었다.


<인랑>

총제작비 약 230억 (순제작비 약 190억) / 손익분기점 600만 ↑ / 누적 관객수 89만

2018년 국내 여름 텐트폴 영화 중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작품은 김지운 감독의 <인랑>이었다. <밀정> 이후의 차기작이자, 동명의 SF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존 원작 팬들의 기대까지 더해졌다. 순제작비로 200억이 투자되었고, 정우성, 한효주, 강동원 등 화려한 주연 배우 라인업에 감독의 명예까지 얹어져 흥행에는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으나. 결과는 그야말로 처참 그 자체. 100만도 넘지 못한 89만 명을 끝으로 상영관이 사라졌다. 흥행에 실패한 원인으로는 같은 날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이 강력한 라이벌이었다는 점도 있지만, 영화의 부실한 서사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출연 배우들의 개인사 등이 얽히며 흥행에 악영향을 끼쳤다.


<군함도>

총제작비 약 267억 (순제작비 약 225억) / 손익분기점 800만 ↑ / 누적 관객수 659만

<베테랑>으로 1300만 관객을 동원한 류승완 감독의 차기작 <군함도>. 일제강점기 군함도에서 벌어진 강제 노역을 소재로, 이를 탈출하고자 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공개 전, 소재와 감독만으로도 천만 영화를 달성할 것이라는 추측이 만연했으나 결과는 659만. 물론 관객 수만을 놓고 봤을 때 이는 결코 실패했다 언급할만한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개봉 초 흥행을 위해 <군함도>에 역대 최다 스크린인 2027개가 배정되었다는 점과 제작비로 인해 넘어야 하는 손익분기점이 800만 이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확실히 실패에 가깝다 할 수 있다. <군함도>는 무서운 기세로 흥행 레이스를 출발했지만 스크린 독과점 논란과 더불어 친일과 국뽕 논란으로 관객 수가 빠르게 급락했고, 다소 불명예스러운 퇴장을 해야 했다.


<미스터 고>

총제작비 약 300억 (순제작비 약 225억) / 손익분기점 700만 ↑ / 누적 관객수 132만

한국 영화 최초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주연을 맡은 영화 <미스터 고>. 주인공인 고릴라 ‘링링’이 그 예다. 링링을 구현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동원해 CG로 작업한 털만 해도 80만 가닥. 김용화 감독은 <미스터 고>를 국내에서 만들고자 제작사를 창립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덱스터 디지털, 현 덱스터 스튜디오다. 영화 전반에 모션 캡처와 CG를 활용해서 <미스터 고>엔 225억에 달하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갔다. 김용화 감독이 <국가대표> 이후 4년 만 에 내놓은 야심작이자 최초로 CG로 완성된 캐릭터가 주연을 맡은 스포츠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천만 영화’를 기대했으나, 이에 약 1/10에 해당하는 130만 명 만을 동원한 채 씁쓸하게 스크린에서 내려와야 했다.


<마이웨이>

총제작비 약 300억 이상 (순제작비 약 280억) / 손익분기점 900만 ↑ / 누적 관객수 214만

2011년, 한국 영화 사상 최고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가 있었다.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가 바로 그것. <마이웨이>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12,000km를 지나 노르망디에 도달하기까지 조선인과 일본인, 두 남자의 여정을 그렸다. 순 제작비만 300억에 가까운 280억이 쓰였는데 가장 큰 이유로는 대규모 전투 시퀀스가 있다. 한국 영화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스케일로 제작된 전투 시퀀스라는 호평을 받기도. 또 한·중·일 아시아 3개국을 대표하는 배우 장동건, 오다기리 죠, 판빙빙을 캐스팅하면서 지불한 금액도 만만치 않았다고. 세 배우의 호흡과 <태극기 휘날리며>를 연상케하는 장동건의 전쟁영화라는 점에서 최소 800만 이상을 예측했지만 <마이웨이>는 214만 명을 끝으로 제작비 절반도 회수하지 못한 채 흥행에 대실패했다.


<신과함께> 시리즈

총제작비 400억 (순제작비 약 350억) / 손익분기점 편 당 600만 ↑ / 누적 관객수 <신과함께-죄와 벌> 1441만, <신과함께-인과 연> 1227만

<미스터 고>로 고배를 마신 김용화 감독의 차기작이자 덱스터 스튜디오가 VFX뿐만 아니라 제작까지 참여한 작품 <신과함께> 시리즈.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VFX를 활용한 판타지 영화로 '한국 영화 CG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1, 2편을 동시 촬영하는 시도를 감행했는데, 덕분에 1편의 열기가 식기 전 7개월 만에 2편이 개봉하면서 흥행에 주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신과함께> 시리즈는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쌍 천만 영화’라는 진기록을 세웠으며 홍콩과 대만 등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아시아 전역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두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든 비용은 자그마치 총 400억 원. 그러나 1편만으로도 극장 수익에 해외 선 판매 등 부가수익을 더해 제작비를 전액 회수하는데 성공했다고.


<설국열차>

총제작비 약 570억 (순제작비 약 4000만 달러) / 손익분기점 600만 ↑ / 누적 관객수 935만

올해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계에 역사를 새로이 쓴 봉준호 감독. 그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었던 <설국열차>의 순제작비는 무려 4000만 달러, 원화로 464억에 달한다. 이는 현재까지도 한국 영화 역사상 최대 제작비에 속한다. 크리스 에반스,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 내로라하는 배우들에 국내 배우 송강호, 고아성이 주·조연으로 출연했다. 디스토피아 설정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므로 디테일한 CG가 필수적이었으며, 열차를 재현한 세트장과 의상 및 소품들 등으로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상승했는데, 할리우드 영화들의 제작비와 비교했을 때 그다지 높은 금액은 아니다. 제작비 대비 손익 기준이 600만으로 낮은 이유는 바로 개봉 전 이루어진 해외 선 판매 덕분이었다. 167개국에 선 판매된 <설국열차>는 제작비 절반에 해당하는 23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개봉 후 935만 명을 동원하며 제작비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디 워>

총제작비 약 700억 (순제작비 약 340억) / 손익분기점 1150만 ↑ / 누적 관객수 842만

‘국뽕’ 영화의 전설. 심형래 감독의 야심작이자 한국 괴수 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 <디 워>는 2007년 개봉해 842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청룡영화제 최다관객상을 수상했다. 높은 관객 수에도 불구하고 <디 워>는 막대한 손실을 남겼는데, 애초에 제작비가 340억 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금액은 순수 영화 제작에만 투자된 비용이고,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촬영 장비 및 설비, 기술비, 시나리오 개발 비용, 마케팅비를 모두 더하면 약 700억 원(!)에 이르는 제작비가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 이상의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선 국내 흥행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처음부터 할리우드 진출을 염두해두고 제작된 <디 워>였기에 당연한 수순으로 해외에 공개되었으나 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싸늘한 반응과 적자만 남았다. 결국 <디 워>와 차기작 <라스트 갓파더>의 흥행 실패로 2011년 영구아트무비가 도산하게 되고, 심형래는 직원 임금 및 퇴직금 미지불로 피소를 당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심형래는 속편인 <디 워 2: 미스테리즈 오브 더 드래곤>을 투자 받아 제작 중에 있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