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이 어제 같은데 이제 설까지 맞이했다. 빼도 박도 못하게 2020년이 오고 만 것이다. 2020년 새해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 두근두근한 사람들을 위해, 2020년을 그린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한다. 대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시라. 영화 속 2020년은 썩 좋지 못하고, 음울한 편이다. 대다수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니 영화를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마음껏 쉬자.
※ 아래 소개한 영화들은 네이버 시리즈에서 다운로드할 시 1월 24일(금)부터 1월 31일(금) 정오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아키라 アキラ
감독 오토모 가츠히로|출연 이와타 미츠오, 사사키 노조무|1988|124분|15세 관람가|바로 보기
제3차 세계대전 이후 재건된 네오 도쿄. 폭주족 패거리 중 테츠오가 어떤 소년과 충돌한 후 납치된다. 카네다는 테츠오를 찾아나선다.
도쿄가 2020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될 것을 예언해 화제였던 <아키라>. <아키라>는 사실 2020년 배경은 아니고, 작년 2019년이 배경이다. 완전히 양극화된 도쿄, 정부가 은밀하게 진행하는 초능력자 프로젝트, 실험체의 도주와 폭주 등 암울한 <아키라>의 내용은 다행히 2019년에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의 일본도 사건사고가 많긴 했다. 규모가 큰 지진과 장마부터 크고 작은 인재, 정부의 사적 자금 운용 등이 이어졌다. <아키라>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이 그려지지 않았으나 수질 오염 논란과 석면 검출 논란, 자원봉사자 열정 페이와 선수촌 침구 부실 논란까지 나오면서 <아키라>의 미래상이 현실에서 재현되는 중.
퍼시픽 림 Pacific Rim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출연 찰리 허냄, 론 펄먼, 이드리스 엘바|2013|131분|12세 관람가|바로 보기
2013년 거대 괴수 카이주가 출몰하면서 인류는 예거라는 거대 로봇을 만들어 이들에게 맞서기로 한다. 1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계속된 카이주와 예거의 싸움. 카이주의 물량 공세에 많은 예거들이 파괴되고, 인류는 카이주를 원천봉쇄할 마지막 계획을 실행한다.
영화의 본격적인 내용은 2025년이지만, 극중 2020년은 주요 예거 ‘집시 데인저’가 은퇴한 해이다. 다행히 우리의 2020년은 <퍼시픽 림>과 다르다. <퍼시픽 림>의 카이주들은 2013년에 첫 등장했다. 우리의 2013년에 카이주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2020년에도 카이주와 예거의 싸움이 없을 것이다. 사실 인류의 현재 기술력으로 거대 로봇을 못 만드는 게 제일 큰 이유지만. 인류를 지켜줄 거대 로봇은 하늘에서 외계인의 기술력이 뚝 떨어지거나, <퍼시픽 림>처럼 전 지구적 위기가 닥쳐 모든 기술자와 자금을 ‘갈아넣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와야만 근 시일 내에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래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애정을 담아 만든 <퍼시픽 림>으로 대리만족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Edge of Tomorrow
감독 더그 라이만|출연 톰 크루즈, 에밀리 블런트|2014|113분|12세 관람가|바로 보기
공보장교 케이지 소령은 전장에 직접 투입하라는 군 명령을 받는다. 명령을 무시하고 탈영하려다 붙들린 케이지는 이등병으로 강등된다. 전장에 투입됐다가 전사한 케이지,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가 전투 부대에 배치된 날이 다시 시작된다.
앗, 군필자들이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도 2020년 배경이다. 소령에서 이등병이 된 것도 억울한데, 타임 루프에 빠져 영원히 전역할 수 없다니.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는데, 그의 시계는 전투에 참여해 전사하는 그날에 영원히 멈춘 셈이다. 빌 케이지의 입장에서 농담 삼아 얘기했지만, 외계 종족 미믹에게 침공당한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2020년 미래는 암울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기술 면에선 현실과 가장 맞닿아있다. 외골격 슈트는 군용이나 의학용으로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기 때문. 케이지는 이 무한 이등병 생활을 어떻게든 살아남고, 외우고, 노력한다. 2020년 힘든 순간이 온다면 매일 이등병으로 시작한 케이지도 해냈단 걸 상기하며 다시 한번 힘내보자.
리얼 스틸 Real Steel
감독 숀 레비|출연 휴 잭맨, 에반젤린 릴리, 다코타 고요|2011|127분|12세 관람가|바로 보기
한때 잘나가는 복서였던 찰리는 구형 로봇으로 로봇 복싱에 참가해 근근이 먹고 살고 있다. 그의 전부인이 사망하면서 그는 아들 맥스를 잠시 맡게 된다. 찰리와 지하 복싱 세계를 전전하던 맥스는 고철 로봇 아톰을 발견한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건 싸움 구경이란 말이 있다. 옛날 로마 시절부터 검투가 스포츠였던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2020년 미래를 상상한 <리얼 스틸>에서도 인간들의 싸움 구경은 여전하다. 특히 유혈이 낭자하지 않는 로봇 복싱은 아예 주류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영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면서 왜 주류 스포츠가 됐는지 납득하고 만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TV 프로그램 ‘로봇 워’나 ‘배틀봇츠’ 대회가 있는 거 보면 로봇만 나와봐라, 바로 인기 스포츠로 급상승하지 않을까.
미션 투 마스 Mission To Mars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출연 게리 시나이즈|2000|120분|12세 관람가|바로 보기
NASA의 화성 탐사 임무 중 세 사람이 사망하고 루크만이 살아남는다. 화성에 고립된 루크를 구하기 위해 짐과 우디, 테리, 필은 우주 정거장을 떠나 화성으로 향한다.
전체적으로 음울한 영화 속 2020년에 비하면, <미션 투 마스>는 희망적이다. 스토리는 화성의 조난자를 구하기 위한 여정이라 힘들지만, 그 끝에는 우주에 대한 경외와 새로운 희망이 기다리고 있다. 전 인류가 아닌 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라지만, 그럼에도 인류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 무슨 말인지 감이 잘 안 온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분위기와 <콘택트>의 태도를 적절히 혼합한 영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