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시상식을 앞둔 현시점 미국 영화 기사란을 달구고 있는 두 영화가 있다. 한 편은 한국 영화 <기생충>. 그리고 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점쳐지는 영화, 샘 멘데스 감독의 신작 <1917>이다.

<1917>은 오스카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해외 대형 시상식의 감독상, 작품상, 촬영상 등을 휩쓸었다. <1917>은 올해 오스카 시상식의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작품상의 유력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전 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영화가 2월 5일, 언론배급 시사를 통해 국내에서도 베일을 벗었다. 트로피의 무게를 입증할 만큼 대단한 영화일까? 언론 시사 직후 반응들을 모아봤다.


전쟁을 ‘체험’하게 만드는 영화

<1917>을 보고 나면 떠오르는 한핏줄 영화가 몇 편 있다. 그중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영화가 <덩케르크>다. <1917>은 함정에 빠진 영국군 부대원 1600명을 구하기 위해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해야 하는 일병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의 임무를 담는다. 119분의 러닝타임이라기엔 꽤 단출한 스토리. <1917>이 훌륭한 영화로 불리는 까닭이 여기 있다. <1917>은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것, 시각과 청각으로 관객을 홀리고 압도시킨다. 보는 것을 넘어, 인물과 함께 전쟁터 한가운데 서 있다고 느끼는 경험. 또 한 편의 거대한 체험형 영화의 탄생이다.

영상은 전쟁의 실상을 하나라도 빼놓지 않겠다는 듯 끊김 없이 이어진다. 인물의 뒤를 따라갔다가 앞으로 가면서 공간을 360도로 보여주려 한다. 영화 속 장면은 연출된 게 아니라 액션캠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영상인 듯한 착각을 준다. 관객은 멱살을 잡혀 비좁은 참호로 끌려갔다가, 은폐물 없는 개활지에 던져진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 한국일보 라제기 기자


촬영이 미쳤어요!

오스카 촬영상은

로저 디킨스에게

<1917> 촬영장의 로저 디킨스 촬영 감독

관객을 전쟁터 한가운데로 몰아넣는 장본인, 바로 <1917>의 촬영을 맡은 로저 디킨스 촬영 감독이다. <쇼생크 탈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블레이드 러너 2049> 등의 명장면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올해 <1917>로 후보에 오른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촬영상을 수상했다. 오스카의 촬영상 트로피 역시 그의 품에 안겨야 마땅할 듯 싶다.

<1917>은 ‘원 컨티뉴어스 숏’ 기법으로 연출됐다. 영화가 하나의 롱테이크로 느껴질 수 있도록, 장면 장면을 정교하게 이어붙이는 기법이다. 실제로 관객은 <1917>의 두 주인공, 스코필드와 블레이드의 뒤통수 혹은 얼굴, 그리고 이들 주위의 상황을 끊김 없이 볼 수 있다. 이런 과감한 시도는 영화에 숨 막히는 몰입감을 더한다.

<1917> 샘 멘데스 감독의 디렉션과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의 실험 정신이 만들어 낸 결과물(과 더불어 로저 디킨스에게 2번째 오스카 트로피가 쥐어지길 바란다).

일부 장면은 제1차 세계대전 영화로는 길이 남을 <서부 전선 이상 없다>(1930년)의 참호전에서 본 것과 같은 쇼트로 연출되어 나름의 오마주를 제공한다.

- 영화채널 알려줌 양미르 에디터 (@just_mir)

<1917>... 이 영화, 촬영 완전 미쳤다. 골든 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에 이어 아카데미 10개 부문 노미네이트인데, 딴 건 몰라도 촬영상은 이 작품이 받아 마땅하다. 1차 세계대전의 어느 한 곳 어느 하루, 특별한 임무를 맡은 한 병사의 숨 막히는 여정에 동반하듯 넘치는 몰입감도 최고다. 큰 박수!

- 송지환 영화 칼럼니스트 @songsun21

역시나 가장 돋보이는 것은 촬영. (몇몇 편집점이 보이긴 하지만) 영화 전체가 한 컷으로 이뤄진 듯한 촬영은 단연 압권이다. <1917>의 카메라는 그 임무를 함께하는 3번째 병사라도 된 듯, 어질어질할 만큼 집요한 롱테이크로 그들의 걸음을 쫓는다.

(...)

전쟁이란 지옥에 함께 발을 들인 듯 생생해 진흙의 질퍽거림과 썩어가는 시체의 냄새가 느껴질 것 같을 정도다.

- 스포티비뉴스 김현록 기자


전쟁 게임을 영화화하면 <1917>?

러닝타임 내내 인물들과 초밀착된 상태로 전장을 훑는 카메라. 카메라 안에 담긴 풍경은 곧 관객의 시선이 된다. 하나의 롱 테이크처럼 전장을 유영하는 <1917>의 촬영 기법은 관객으로 하여금 제3의 주인공이 되어 이들과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그 때문인지 전쟁 게임을 연상시킨다는 평도 여럿. ‘전쟁 게임 덕후’들이 본다면 200% 만족할만한 생동감을 자랑한다.

확실히 게임스러운 구석이 있습니다. 일단 종종 게임 멀미를 유발해요. 스토리도 초반에 단순하지만 중요한 명령을 받은 주인공이 이를 수행하는 것이고. 근데 이 여정에서는 주인공의 물리적 액션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주인공과 함께 전장의 다양한 모습을 목격하고 이를 통해 정서적 체험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 영화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

'전쟁 게임 시네마틱 영상'을 영화화하면 이런 느낌일까? IMAX와 같은 큰 극장에서 봐야 그 진가가 발휘된다. 그런데 주인공의 여정을 게임 난이도로 치면 생각보다 '쉬운 편'이다.

- 영화채널 알려줌 양미르 에디터 (@just_mir)


기교 없이 마음을 울리는 묵직함

앞서 소개한 내용을 바탕으로 영화 속 거대한 전투 신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1917>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 신의 스펙타클로 관객을 압도하기보단, 전쟁터 한가운데를 맨몸으로 가로지르는 병사의 고군분투에 초점을 맞춰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귓가를 때리는 포탄 소리보다 병사의 표정을 통해 관객의 마음에 한 방을 날리는, <1917>만의 묵직한 매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전쟁영화의 범주로 볼 때 <1917>이 그렇다. 대규모 전투 장면이나 총알이 빗발치는 스펙터클로 꾸미지 않았다. 대신 2시간 동안 인물을 따라 예측불가한 여정을 함께하게 만들며 그 끝에는 묵직한 진심으로 뜨겁게 마음을 울린다.

- 싱글리스트 장민수 기자

전장터의 참혹함 또 덧없음을 앞선 전쟁 소재 영화들처럼 <1917> 또한 전달하지만, 다만 스케일 또는 스펙터클 같은 요란함을 떨지 않고도 ‘이상하게’ 더 가슴을 할퀴는 '한끝’이 있다.

- 뉴스엔 허민녕 기자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