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스톰2 : 마약전쟁>은 2월13일(목) 올레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synopsis

마약에 중독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홍콩 암흑가의 보스의 손에서 길러진 순천(유덕화). 순천과 어린 시절부터 조직에서 형제처럼 자란 지장(고천락). 그러나 지장은 조직에서 금지한 마약 거래를 몰래 일삼고, 이를 들켜 추방당한다. 이후 조직 생활에 회의를 느끼던 순천도 금융권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승승장구해 스스로의 회사를 설립할 정도로 성공한 순천은 자신의 삶을 망가트렸던 원흉인 마약을 홍콩 사회에서 없애기로 결심하지만, 그 사이 홍콩 최대의 마약상이 된 지장은 그와 대립한다. 마약을 척결하겠다는 완고한 의지를 가진 순천과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지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각자의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화이트스톰2 : 마약전쟁> 중국 박스오피스 (출처: 박스오피스 모조 by IMDB Pro)

베테랑 감독의 신작, 중국·홍콩 박스오피스 1위

<화이트스톰2: 마약전쟁>(이하 <마약전쟁>)을 연출한 구예도는 홍콩영화 전성기인 1980년대부터 활동했던 베테랑 감독이다. 유덕화, 양조위 주연의 <중환영웅>, 황추생, 오맹달 주연의 <적사판관>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액션, 드라마, 코미디, 호러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연출하며 경력을 쌓았다. 2010년대에는 엽문의 전사를 담은 <엽문 3>와 엽문의 노년을 그린 <엽문4: 종극일전>을 연출했다. 2017년에는 오랜 파트너인 유덕화를 주연으로 한 액션영화 <쇼크웨이브>로 호평을 받았으며, 2019년 유덕화와 다시 호흡을 맞춘 <마약전쟁>으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제치고 중국·홍콩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장기인 빠른 호흡과 액션을 살려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2019년 뉴욕아시아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 하와이국제영화제에서도 초청받았다.


1편을 안 봐도 되나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마약전쟁>은 2013년 제작됐던 <화이트 스톰>의 결을 잇는 작품이다. 그렇다면 1편을 보지 않았다면 <마약전쟁>을 이해하는데 지장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사실 <마약전쟁>은 1편과는 스토리 접점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개별 영화다. 심지어 <화이트 스톰>에서 형사로 등장했던 주연배우 고천락은 <마약전쟁>에서는 이미지를 180도 바꿔 악역으로 출연했다. 스토리가 이어지지는 않지만 마약을 소재로 한 누아르물이라는 테마로 이어진 작품이다. 국내에서의 유사 사례로는 스틸레인 유니버스라 불리는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와 그의 신작 <정상회담>(<강철비>의 주연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하지만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이 있겠다. <화이트 스톰>이 세 형사들이 합심해 마약 범죄를 소탕하는 내용을 담았다면, <마약전쟁>은 엇갈린 길을 걷게 되는 두 친구의 반목에 초점을 맞췄다.


여전한 멋 자랑하는 유덕화

악역으로 변모한 고천락도 색다른 매력을 자랑했지만 <마약전쟁>을 이끈 배우는 역시 유덕화다. 20세기를 경험하지 않은 신세대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유덕화. 왕가위 감독의 <열혈남아>, <아비정전>, 진목승 감독의 <천장지구>, 왕정 감독의 <지존무상>, <전정자> 등 홍콩영화계를 이끈 감독들의 페르소나로 활약하고 2000년대 홍콩 누아르의 부활을 알린 <무간도> 시리즈의 주역으로 레전드 배우가 된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변함없는 연기를 뽐냈다. <마약전쟁>은 주인공의 고난 연대기라 해도 무방할 만큼 순천의 고통이 강조됐다. 어린 시절부터 미쳐가는 아버지를 보고, 하나뿐인 아들마저 눈앞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는 등 제정신으로는 버티지 못할 상황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순천은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인물이다. 그 속에서 유덕화는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우수에 찬 눈빛으로 슬픔, 분노 등을 표현하며 여전한 멋을 자랑했다.


홍콩판 <아저씨>?

최근 몇몇 홍콩, 중국 영화들을 보았을 때 따라오는 불안감이 있다. 너무 단순한 스토리라인이다. <마약전쟁>에 접목시켜 보자면 서로를 꺾으려는 두 친구의 싸움 100분 동안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다. 그러나 <마약전쟁>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들로 서사를 채웠다. 경찰 개입, 언론 플레이, 판도를 뒤엎을 사건 등 새로운 국면들을 빠른 호흡으로 버무렸다. 진득하게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작품들도 매력 있지만 지루할 틈 없는 이야기로 오락성을 강조했다. 유사한 방법으로 큰 흥행을 기록한 한국영화로는 <아저씨>, <내부자들>, <신세계> 등을 들 수 있겠다.


화려한 액션

마이클 베이 감독이 본다면 흡족한 미소를 지었을 법한 화려한 액션 장면들도 종종 등장한다. 누아르 장르에서 빠질 수 없는 총격전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여러 조직들을 등장시키며 아군과 적군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아비규환을 연출했다. 거기에 후반부 등장하는 지하철 카체이싱은 영화의 백미로 손색이 없었다. 단순한 도로 액션을 넘어 번잡한 지하철역 안으로 차가 진입,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이다. 과연 이를 어떻게 촬영했을지 궁금증을 자극할 정도로 신선한 볼거리를 완성했다.


이유 있는 청소년 관람불가

<마약전쟁>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지만 15세 관람가의 유사 장르 영화들에 비해 크게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요소가 대두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를 본다면 충분히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만했다라는 생각이 스칠 것이다. 그 이유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라 할 수 있는 마약의 위험성을 강조했기 때문. 마약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소년, 아이를 잉태한 채 마약에 중독돼 태어난 순간부터 중독 증세를 보이는 아기 등 설정부터 표정을 굳게 만드는 대목이 종종 등장했다. 단순히 선혈이 낭자해서가 아니라 무거운 분위기와 참담한 현실로 경각심을 자극, 등급의 이유를 설명했다.


불분명한 선악구조

아마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 아니었을까. <마약전쟁>이 앞서 말한 단순함, 진부함을 피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선악 구조를 확실하게 나누지 않아서다. 속임수, 살인, 마약 거래를 행하는 지장은 명백한 악인이었다. 그러나 (비록 선의라 해도)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순천 역시 선인이라고 말하기 어렵게 그려졌다. 마약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순천이 마약 척결을 주장하는 대목은 실제로 큰 논란을 불렀던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마약전쟁>은 이런 주인공을 마냥 영웅처럼 묘사하지 않으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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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