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과 함께 유력한 작품상‧감독상 후보였던 샘 맨데스의 <1917>이 개봉했다. 영화는 1차세계대전 중, 하달 받은 공격 중지 명령을 전하기 위해 전선 한복판을 건너는 두 전령 병사의 하루를 담았다. 희미해진 목적을 뒤로한 채 무고한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는 아비규환의 전쟁통 속, 카메라가 ‘원 컨티뉴어스 숏’을 통해 끈질기게 붙잡는 얼굴이 있으니. 바로 스코필드와 블레이크다.

<1917>로 첫 주연을 맡은 블레이크 역의 딘-찰스 채프먼과는 달리, 스코필드를 연기한 조지 맥케이는 약 40편의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입증해왔다. 2003년 <피터팬> 단역을 시작으로 16년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오며 주연으로서 인지도를 쌓아온 그. 다수의 작품이 국내 관객과 만나진 못했으나, 영화 팬들에게 소소하게 알려져 있던 조지 맥케이의 여섯 작품을 선정했다.


선샤인 온 리스 Sunshine on Leith , 2013

감독 덱스터 플레처 / 드라마, 코미디, 뮤지컬 / 12세 관람가 / 100분

아프가니스탄 파병 생활 중 폭탄 사고를 겪었으나 무사히 고향 애든 버러로 돌아오게 된 데이비(조지 맥케이)와 알리(케빈 구스리). 데이비의 동생 리즈(프레야 메이버)와 연인 관계였던 알리는 리즈에게 청혼할 준비를 하고, 데이비는 리즈와 함께 일하는 이본(안토니아 토마스)을 소개받아 만나게 된다. 두 커플 모두 고대하던 데이비와 리즈의 부모님 결혼 25주년 파티 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터지면서 연인들의 관계가 모두 제각기 틀어지고야 마는데.

<선샤인 온 리스>는 덱스터 플레처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배우들의 노래가 삽입된 뮤지컬 영화다. 뇌리에 박힐만한 특색 있는 넘버가 있다거나 스토리가 세밀하게 엮인 작품은 아니지만, 타 영화 속에서 찾아보기 힘든 조지 맥케이의 노래와 안무 실력을 만나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영화. 실제 조지 맥케이의 성격과도 유사한 캐릭터를 연기했으니, <1917>로 눈여겨보게 된 팬이라면 이 영화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하우 아이 리브: 내가 사는 이유 How I Live Now, 2013

감독 캐빈 맥도널드 / 드라마, 액션, 스릴러, 전쟁 / 15세 관람가 / 101분

락이 흘러나오는 헤드셋과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한 데이지(시얼샤 로넌)는 질풍 노도의 15살 소녀다. 그녀를 살게 만드는 이유는 오로지 아버지를 향한 혐오와 자신을 낳다 죽은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이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인해 떠밀리듯 미국을 떠나 영국에 있는 이모네 집에 도착한 데이지는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아이작(톰 홀랜드)와 다정한 에디(조지 맥케이), 귀여운 피퍼(할리 버드)를 만난다. 데이지는 시종일관 까칠하게 대하는 자신에게 애정을 보여주는 에디를 향해 점점 마음을 연다. 그러던 중 영국이 핵 공격을 당하게 되고, 제3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데이지와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맥 소로프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하우 아이 리브: 내가 사는 이유>. 조지 맥케이는 동생인 아이작과 피퍼, 사촌인 데이지를 포용하는 듬직한 성격의 에디를 연기했다. 개연성은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조지 맥케이의 비주얼만큼은 최고인 영화. 극중 데이지로 출연해 호흡을 맞춘 시얼샤 로넌과 연인 관계로 발전하기도 했다.


런던 프라이드 Pride, 2014

감독 매튜 워처스 / 드라마, 코미디 / 15세 관람가 / 120분

1984년 영국, 마가렛 대처에 대한 반발로 석탄노조가 장기 파업에 들어선다. 이에 대처에게 마찬가지로 차별받고 있었던 LGBT(동성애자 단체) 연합이 광부들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이기 시작한다. 한편, 브롬린에서 온 조(조지 맥케이)는 우연히 런던 퀴어 퍼레이드와 마주하게 되고, 혼란스러워하지만 용기 내어 행진에 가담한다. '브롬리'라는 별명으로 단체에 합류해 전속 사진사가 된 조. 고지식하고 엄격한 부모님 아래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온 조는 이내 부모님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들키고 만다.

1984-85년 영국 광부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결성된 ‘광부들을 지지하는 레즈비언과 게이들(LGSM; Lesbians and Gays Support the Miners)'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런던 프라이드>. 영화는 사회의 흐름에 의해 외면받아야 했던 이들의 연대를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발랄하게 담아냈다. 조지 맥케이는 제 목소리 내는 것조차 망설였던 소년이 연대로 나아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연기, 등장하는 장면마다 시선을 사로잡으며 주연 겸 신 스틸러로 활약했다.


캡틴 판타스틱 Captain Fantastic, 2016

감독 맷 로스 / 드라마 / 15세 관람가 / 119분

도시와 단절된 채 산속에서 '홈 스쿨링'을 하는 가족이 있다! 자신들의 이상을 위해 아이들을 산 속에서 키우기로 한 벤(비고 모텐슨)과 아내. 또래들보다 월등한 지식과 근육량을 자랑하는 아이들의 산 속 라이프는 문제없이 흘러가는 듯하다. 어느 날, 우울증으로 인해 치료차 도시로 내려간 아내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 벤과 아이들. 아이들의 쌓여왔던 불만들이 균열을 빚어내기 시작하고, 설상가상으로 첫째 보(조지 맥케이)가 벤 몰래 어머니와 명문대학에 입학 원서를 냈다 합격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균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조지 맥케이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하나 뽑으라면 망설임 없이 <캡틴 판타스틱>의 보를 뽑겠다. 수준급의 요가 실력을 갖추고 있고 6개의 언어를 할 줄 알지만 책 밖의 세상으로는 나가본 적 없는 소년. 성도 모르는 낯선 소녀와의 첫 키스에 단숨에 미래계획까지 세우며 청혼을 하기까지, 현실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든 순수한 4차원 소년을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제 69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감독상을 수상작.


더 시크릿 하우스 Marrowbone, 2017

감독 세르지오 G. 산체즈 / 드라마, 공포, 스릴러 / 15세 관람가 / 111분

아픈 어머니, 세 동생들과 함께 새로운 터전으로 이사 온 잭(조지 맥케이).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병세로 세상을 떠나고 잭과 동생들만이 적막한 집에 남게 된다. 미성년인 아이들은 보호 시설로 흩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머니의 죽음을 숨기기로 결심하고, 잭은 홀로 외출해 식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오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저택 안에서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설상가상으로 한 변호사가 어머니를 뵙고자 집에 찾아오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변호사를 돌려보낸 잭은 그동안 처절하게도 피해온 아버지의 존재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가정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공포 영화 장르에 적절히 녹여낸 <더 시크릿 하우스>. 아이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첫째의 책임감과 동시에 가정 폭력의 희생자로서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 잭을 연기한 조지 맥케이의 내면 연기가 무엇보다도 돋보인다. 할리우드 떠오르는 신예 안야 테일러 조이가 잭의 연인 앨리를, <기묘한 이야기> 스타 찰리 히튼이 둘째 빌리를 연기했다. 2018년 국내 개봉 당시 163명의 관객 수에 그쳐야 했지만, 2차 시장을 통해 공개되며 입소문이 난 작품이기도.


웨어 핸즈 터치 Where Hands Touch, 2018

감독 엠마 아산테 / 드라마, 멜로, 로맨스/ 15세 관람가 / 121분

히틀러가 독재를 펼치던 나치 시절, 이유 없이 탄압과 죽음을 맞아야 했던 것은 유대인뿐만이 아니었다. 인종차별과 홀로코스트를 엮어낸 <웨어 핸즈 터치>는 나치 시절 유대인과 함께 수용소로 끌려가야 했던 흑인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흑인의 피가 섞인 딸 레이나(아만들라 스텐버그)를 위해 베를린으로 피신 온 엄마(애비 코니쉬). 하지만 베를린 상황 역시 좋지만은 않다. 자신의 조국인 독일로부터, 가까운 아이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는 레이나는 하루하루 연명해가는 자신의 삶이 위태롭고 답답하기만 하다. 한편 나치 청년당원 루츠(조지 맥케이)는 백인들 사이 눈에 띄는 레이나에게 자꾸만 시선이 닿게 되고, 레이나와 루츠는 남들 몰래 사랑을 키워나가기 시작한다.

<1917>에서 영국군으로 출연했던 반면, <웨어 핸즈 터치>에서 조지는 민족의식이 투철한 나치 청년당원 루츠를 연기했다. <1917>의 여운이 남아있다면 이 작품의 관람은 잠시 미뤄두시길. 탄압 아래 키워나가야 했던 두 사람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로, 조지 맥케이의 정통 멜로 연기를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절절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터져 나오듯 고백하는 두 장면이 주는 대비가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영화.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