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튜디오의 신작 <닥터 스트레인지>가 10월 24일 언론시사회로 국내에 첫 공개됐다. 이제껏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소개되지 않은 닥터 스트레인지가 영화의 주인공이다. 불의의 사고로 손을 쓰지 못하게 된 천재 외과의사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마지막 희망을 걸고 향한 네팔에서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튼)을 만나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틸다 스윈튼, 치웨텔 에지오포, 매즈 미켈슨, 레이첼 맥아담스 등 연기 잘하기로 정평 난 배우들이 캐스팅돼 화제를 모았다.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2005), <살인 소설>(2012) 등 호러를 주로 연출해온 스콧 데릭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0월 25일 저녁 개봉한다.
마블은 무조건 재미 보장
마블 스튜디오의 작품은 늘 일정 이상의 재미를 보장한다. <닥터 스트레인지> 역시 마찬가지.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낯선 캐릭터를 소개하는 작품이지만,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아래, 인물 소개는 물론 이를 통해 앞으로 펼쳐나갈 비전까지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유머는 시간과 공간을 뒤섞어놓는 장황한 세계관을 펼쳐내는 과정 속에서 숨통을 트여준다.
아무래도 마블 스튜디오에 마법사가 고용돼서 관객의 감상에 약을 타던가, 이야기에 약을 타던가, 둘 중 하나일듯. 황홀하고 우아하면서도 위트가 철철 넘치는데 이 여운을 한 줌도 남기지 않고 죄다 빨고 싶다. 쩐다. 정말.
민용준 칼럼니스트
히어로 영화의 성패 중 하나는 탄생 이야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에 달렸다. 너무 길면 지루하고, 짧으면 몰입이 어렵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영리한 방법으로 마법사 히어로를 안착시켰다.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안하무인의 까칠한 의사가 나락으로 떨어진 후에 자신을 치유하고 마법의 힘을 습득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곽명동 <마이데일리> 기자
주인공이 위기를 겪고 조력자를 만나 세상을 구하는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는 만국공통의 전개. ‘닥터 스트레인지’ 역시 그렇다. 물론 시작은 마블의 독특한 히어로를 외치며 출격했지만, 기존 영화들의 전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관객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전망이다. 즉 마블로서 도전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는 결론이다.
이소담 <OSEN> 기자
닥터 스트레인지가 곧 베네딕트 컴버배치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얼굴은 곧 베네딕트 컴버배치다. 오만한 외과의사가 한순간의 사고로 불구가 되고, 불행 끝에서 만난 기회로 시간과 공간을 통제하는 힘을 갖게 되는 성장담이기도 한 영화에서 여러 국면을 통과해야 하는 입체적인 인물의 면면을 모두 소화해낸다. 인간미라곤 없어 보이는 냉정함과 간간이 엿보이는 능글맞은 유머를 오가는 스펙트럼으로 영화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마블은 ‘이성이 강한’ 천재 신경외과 의사 스트레인지를 ‘셜록’의 베니(컴버배치의 애칭)에서 찾은 듯하다. 원작이야 어찌됐건 이 역할은 베니가 아니고서는 다른 배우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까칠하고 도도하고 거만하다.
강은영 <한국일보> 기자
컴버배치가 연기한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동안 마블에서 보여 준 그 어느 히어로와도 달랐다. 스트레인지는 마법 세계의 문을 열며, 환상적인 볼거리를 선사했고 컴버배치는 의사라는 현실과 생텀의 마스터라는 마법세계를 오가며 완벽하게 스트레인지를 표현해 냈다. 특히 그는 여러 차원의 세계를 넘나들며 현실조작 및 포탈 생성, 유체이탈, 차원이동, 염력 등 역대 마블 히어로 중 가장 강력한 능력을 지닌 닥터 스트레인지를 스크린으로 완벽하게 가져왔다.
김미화 <스타뉴스> 기자
과학을 신봉하던 외과 의사와 마법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결합도 이색적이다. 유머와 지성으로 무장한 주인공 캐릭터는 '아이언맨'과는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해온 컴버배치는 이번 작품을 통해 블록버스터 히어로로 거듭난다. 인생의 나락에서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는 인물을 통해 감정연기와 더불어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저명한 의사 시절은 특유의 귀족적이고 오만한 연기를, 새롭게 태어난 영웅 캐릭터는 코믹하면서도 파워풀하게 그려낸다. 마블 히어로의 공식을 답습하면서도 새로운 매력으로 무장한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후 '어벤져스'와 어우러질 모습에도 기대를 모으게 한다.
정명화 <조이뉴스> 기자
확장하는 마블 유니버스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의 세계 멀티버스(multiverse)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다. 지구에서 우주로 넘어가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확장하는 세계관까지 선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마블 작품에 비해 거대한 개념들이 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묻어나지만, 난해하다기보다 신통하다는 인상이 더 짙다.
마블의 지치지 않는 창의력에 새삼 감탄하게 되는 작품이다. 만화 속 캐릭터의 특징과 매력을 스크린에 최대한 펼쳐내면서 영화적 상상력을 결합하는 마블의 장기가 빛난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선 지구를 배경으로 하다가 ‘토르’ 시리즈와 ‘가디언즈 오브 갤러시’로 우주 공간까지 발을 넓힌 마블은 ‘닥터 스트레인지’를 통해 초자연과 다차원의 세계로 영토를 확장한다.
라제기 <한국일보> 기자
닥터 스트레인지의 본업이 의사라는 건 꽤나 의미심장하다. 생명을 다룬다는 건 곧 누군가에게 주어진 생의 시간을 다룬다는 의미다. 신체를 지배하는 물질적 시간에 얽매어 있던 닥터 스트레인지가 관념적 시간을 주무르는 존재로 거듭난다는 상징적 설정을 통해 마블은 그들의 세계를 무한대로 확장한다. 내면의 힘과 자연의 법칙, 초의식, 정신과 영혼의 강화 같은 동양적 사고가 그 논리를 뒷받침한다. (...) 신비주의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 정도이지 마블 세계관의 근본적 변화로 읽히진 않는다.
김표향 <한국일보> 기자
뒤틀리는 시공간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비주얼
공간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캐릭터들의 능력은 비단 개념에서 그치지 않는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게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오프닝부터 줄기차게, 공간이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만화경 같은 비주얼이 시신경을 장악한다. 시공간의 우주를 유영하는 싸이키델릭한 시퀀스도 인상적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시각적인 효과를 최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에서 '경험'하길 권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황홀한 비주얼로 관객을 압도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처럼, 평면의 규칙적 분할에 의한 무한한 공간의 확장과 순환을 보여준 판화가 에셔의 예술세계를 화려한 영상으로 절묘하게 구축했다. 마천루의 도시가 접히고, 구부러지고, 끝없이 펼쳐지는 시각적 이미지는 비주얼의 신세계를 경험케한다. 쉴 새 없이 상하좌우로 흔들리고, 휘어지는 공간의 분할 속에서 이뤄지는 액션신은 예상을 뛰어넘는 스릴과 재미로 번쩍거린다.
곽명동 <마이데일리> 기자
다차원 공간이동과 유체이탈, 현실조작, 염력 같은 초자연적 능력으로 구현된 비현실적 세상은 황홀경 그 자체다. 최첨단 거대도시가 조각조각 분절돼 각자의 궤도로 돌아가는 광경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김표향 <한국일보> 기자
영화는 이 같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세계관 가운데 차원 이동이란 시각적 비주얼에 집중한다. 압도적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의 공간 변화는 CG란 기술력이 동원됐다고는 하지만 눈을 의심케 하고 개념을 뒤흔들며 뇌가 받아들이는 관념조차 부셔버릴 정도다. 이미 ‘인셉션’과 ‘인터스텔라’에서 한 차례 시도된 다른 차원의 비주얼은 ‘닥터 스트레인지’에 비하면 유아적 발상에 머물러 있단 착각이 들 정도다.
김재범 <헤럴드경제> 기자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