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짜다. 게임 <보더랜드>가 영화로 제작된다. 2016년 처음 영화화 소식을 전한 이후, 지지부진한 소식에 무산 우려까지 받았던 <보더랜드>. 2020년 2월 20일, 일라이 로스를 연출자로 임명했다고 발표하며 영화화 의지를 다시 표명했다. 전 세계 수많은 ‘볼트 헌터’들이 만세를 지를 소식이었다.
보더랜드가 무엇이길래
게이머가 아니라면 ‘보더랜드’는 낯설 이름이다. <보더랜드> 시리즈는 기어박스 소프트웨어에서 개발한 게임으로, 2009년 <보더랜드>로 막을 올렸다. 2019년 최신작 <보더랜드 3>까지 4편의 본편과 1편의 스핀오프까지 이어진 히트작이며 1인칭 슈터 FPS와 RPG의 캐릭터 육성 요소를 성공적으로 결합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시리즈 전체 내용을 요약하긴 어렵지만, 모든 작품은 공통적으로 ‘외계 행성 판도라에서 적과 맞서는 볼트 헌터의 이야기’를 다룬다. 스토리는 그렇게 특이할 게 없다. 이 판도라라는 행성이 고대 문명, 인류 문명, 외계 생태계가 공존하는 점만 빼면. 플레이어는 고대 문명의 유물 ‘볼트’를 찾는 볼트 헌터가 돼 판도라에 남겨진 범죄자들, 괴수에 가까운 야생 동물들과 싸우며 각종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보더랜드>만의 ‘약 빤 기운’
<보더랜드> 시리즈를 쉽게 이해하려면 이걸 상상해보자. 블랙코미디로 가득찬 <매드 맥스>. 인류가 개척지로 개발하다가 중도 포기한 행성 판도라는 황량한 사막이나 미개척지가 많다. <매드 맥스>처럼. 심지어 개발을 위해 끌려왔던 죄수들이 세력을 만들어 공격해오기도 한다. <매드 맥스>처럼.
그렇다고 <보더랜드>가 <매드 맥스>의 아류작은 아니다. <보더랜드>는 엄청나게 잔인한 세계관을 블랙코미디로 승화시킨 B급 센스로 여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과 차별화한다. 약탈과 살인이 일상화된 행성을 비장하거나 매정하게 그리는 게 아니라, 비틀린 쾌활함과 패러디 센스로 한 단계 순화시켜 풀어내는 것이다.
폭발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13살 소녀, 치료랍시고 환자를 도륙 내는 의사, 행성 거주민을 모조리 몰아내려는 대기업 회장 등등 듣기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인물들이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시종일관 농담을 던지면서 싸움을 벌이는 과정을 보면 나름대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 부분도 영화에 비유하자면, <매드 맥스>에 <데드풀>을 끼얹는다고 상상해보자.
다른 건 몰라도 R등급은 확실
<보더랜드> 시리즈는 전부 M 등급을 받았다. M 등급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의미한다. 앞서 설명한 정신 나간 배경이나 설정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총기와 폭발물로 적들을 쓸어버리는 게임 플레이 때문. 만화풍의 그래픽이 잔인함을 완화시켜주긴 하나 잔인한 묘사가 꾸준히 나오는 편이다.
그래서 일라이 로스가 메가폰을 잡는 걸 환영하는 팬도 있을 것이다. 일라이 로스는 <호스텔>을 만들어 '고문 포르노'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선봉장이었으니 적어도 잔인한 묘사는 충실할 것일 테니까. 물론 <호스텔>을 비롯해 그의 기존 연출작과 <보더랜드>의 신체 훼손(?)이 다른 부류이긴 하나, 작품의 핵심인 R 등급을 포기할 인물은 아니니 그 점은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과연 <보더랜드>의 장점이 영화에도 유효할까
다만 <보더랜드> 특성상 과연 영화에 어울릴지는 의문점이 든다. <보더랜드>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그래픽이다. 만화풍의 그래픽은 <보더랜드>의 상징이자 핵심이다. 앞서 말한 잔혹함이나 극한의 설정이 유머로 승화되는 건 카툰렌더링처럼 보이는 그래픽이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특성을 정확히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사라진 실사 영화라면, <보더랜드>의 판도라는 그냥 잔혹하기만한 지옥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모든 게임 원작 영화가 그렇지만, 게임의 재미를 살릴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보더랜드> 시리즈는 매 편 플레이 캐릭터를 4명 소개한다. 이들은 각각 스킬이나 특성이 다르고, 플레이 스타일도 상이하다. 제작진에서 어떤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울지, 수많은 NPC로 빚은 시너지를 어떻게 짧은 시간에 응축시킬 수 있을지 팬들은 우려할 수밖에 없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