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생활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외출을 꺼리는 추세가 계속되면서 집콕족(집에 콕 박혀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늘어나고, 덩달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TV로 간편하게 볼 수 있는 OTT와 VOD 이용량도 급증했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드라마를 한 번에 몰아보기 편한 넷플릭스나 왓챠가 평소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보유 작품 수는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여도 꾸준히 라이브러리를 보강하고 있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드라마를 소개한다. 지난해 7월에 10편의 작품을 소개한 바 있는데(https://blog.naver.com/cine_play/221578545886), 그때 언급하지 않았던 드라마 10편을 새롭게 찾아봤다.


헌터스(Hunters) 10부작

<헌터스>

제2차 세계대전이 독일의 패배로 끝나고, 전범들은 법의 냉정한 심판을 받았을까? 유대인 학살을 주도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로 도피 생활을 하던 중 체포되어 이스라엘 법정에 섰지만, 법의 심판을 피한 이들도 분명 있다. 조던 필이 제작에 참여한 <헌터스>는 비밀리에 나치 전범들을 사냥한 실제 자경단의 활동에 영감을 받아 미국 고위 관료직을 차지하고 재건을 꿈꾸는 나치 잔당을 소탕하는 비밀 집단의 이야기를 다룬다. 알 파치노, 로건 레먼이 주연을 맡아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할머니를 잃은 조나가 장례식장에서 만난 할머니의 옛 지인 마이어가 이끄는 사냥꾼들과 함께 피의 복수에 나서는 여정을 펼쳐 보인다. <헌터스>가 공개된 후, 폴란드의 국립 아우슈비츠 기념관은 극중 인간 체스 게임으로 묘사한 홀로코스트 표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유감을 표했다.


카니발 로(Carnival Row) 8부작

<카니발 로>

신화 속의 요정과 인간이 공존하는 빅토리아풍의 시대를 배경으로 스팀펑크와 판타지, 누아르가 어우러졌다. 설정부터 강한 호기심이 드는 <카니발 로>는 날개 달린 종족 페이가 인간 제국과 전쟁에서 패배한 후 생존을 위해 고향 티어나녹을 버리고 탈출하면서 시작한다. 버그 공화국의 빈민가에 자리 잡은 페이족은 온갖 차별과 멸시를 견디며 살아가지만 그들을 노리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파일로(올랜드 블룸) 경위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연인이었던 페이족 비녯(카라 델러바인)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 <카니발 로>는 전쟁 이후 재회한 파일로와 비녯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과 크리처를 등장시켜 현실의 난민 문제를 반영한듯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현재 두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며 공개 시기는 미정이다.


모던 러브(Modern Love) 8부작

<모던 러브>

앤 해서웨이, 데브 파텔, 앤디 가르시아, 소피아 부텔라, 앤드류 스콧, 캐서린 키너, 티나 페이, 올리비아 쿡, 줄리아 가너, 이 배우들이 한 작품에 몽땅 출연했다고? <원스>, <비긴 어게인>으로 유명한 존 카니 감독이 연출한 앤솔로지 드라마 <모던 러브> 이야기다. 뉴욕타임스의 동명 칼럼 시리즈를 바탕으로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탐구한다. 존 카니 감독이 참여한 만큼 매 에피소드마다 음악 선곡이 탁월하며, 30분 분량의 짧은 호흡으로 구성됐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두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다.


트레드스톤(Treadstone) 10부작

<트레드스톤>

유명 영화의 스핀오프 시리즈 제작이 활발하다. <트레드스톤>은 성공적인 첩보 액션 영화로 꼽히는 <본> 시리즈에서 제이슨 본을 탄생시켰던 트레드스톤 프로젝트의 탄생 기원과 현재에 파생된 이야기를 다룬다. <히어로즈>의 제작자 팀 크링이 참여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프로젝트와 관련된 인물들이 부딪히는 위기와 고난을 타격감 있는 액션과 함께 선보인다. 국내에서 보기 드물었던 한효주의 액션 연기도 기대 이상이다. 다만 공통된 세계관 속에서 개별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가 편차가 있고 응집력이 부족해 아쉽게도 영화에서 느꼈던 재미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국어 더빙 지원)


더 퍼지(The Purge) 시즌 1~2, 각 10부작

<더 퍼지>

1년에 단 하루 12시간 동안 살인과 폭력을 합법화한다는 설정으로 흥행 대박을 터뜨린 <퍼지> 시리즈의 세계관에 바탕한 드라마. <더 퍼지>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살육의 밤을 맞이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시즌 1은 실종된 동생을 찾아 나선 남자, 퍼지를 이용해 복수를 하려는 여성, 재력가들의 파티에 초대받은 젊은 부부의 혼란스러운 밤을 담아낸다. 시즌 2는 흥미롭게도 무정부 상태의 밤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시작한다. 희생자 사진을 찍으러 거리로 나간 대학생들, 은행강도를 벌이는 전직 경찰들, 낯선 침입자로부터 부인을 지키려는 남자, 거리에서 살해당한 어느 교수를 비롯해 살육의 밤을 CCTV로 지켜보는 감시센터 형사까지, 퍼지의 밤 이후 네 인물군의 변화를 다루며 차별화를 시도한다. 그래서일까, 시즌 1보다 시즌 2에 대한 반응이 더 호의적이다. (한국어 더빙 지원)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Jack Ryan) 시즌 1~2, 각 8부작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

드라마 <더 오피스>의 짐 핼퍼트,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감독 겸 배우로 친숙한 존 크래신스키가 톰 클랜시의 첩보 소설 속 주인공 잭 라이언으로 등장한다. 세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은 냉철한 분석력과 전투력을 겸비한 CIA 분석가 잭 라이언의 활약상을 다룬다. 시즌 1은 새로운 보스 제임스 그리어(웬델 피어스)와 함께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 음모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지난해 하반기에 공개된 두 번째 시즌은 미국의 잠재적인 위협이 될 베네수엘라의 부패한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그린다. 잭 라이언의 활약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분법적인 세계관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이 강하지만, 잭 라이언으로 분한 존 크래신스키의 멋진 매력이 폭발한다.


더 보이즈(The Boys) 8부작

<더 보이즈>

최근 슈퍼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은 영화에서 익숙하게 본 영웅적인 활약과 거리를 두는 경향이 강하다. 그중 2019년 6월 공개된 <더 보이즈>는 더 파격적인 방식으로 슈퍼히어로 서사의 관습을 비튼다.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들이 정의로운 사명감이 아닌 뒤틀린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그들이 누리는 권력과 능력을 악용한다는 것이다. <더 보이즈>는 부패한 슈퍼히어로를 저지하기 위해 평범한 인간들로 구성된 자경단과 홈랜더를 주축으로 타락한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병행하며 전개한다. 드라마의 원작인 가스 에니스와 데릭 로버트슨의 동명 코믹스보다 강도는 낮췄지만 그럼에도 충격적인 내용과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올해 두 번째 시즌이 공개될 예정이다.


홈커밍(Homecoming) 10부작

<홈커밍>

<미스터 로봇>의 샘 에스마일과 줄리아 로버츠가 만났다. <홈커밍>은 동명의 팟캐스트를 원작으로 웨이트리스 하이디가 파병 군인의 일상 복귀를 돕는 훈련지원센터에서 일했던 과거의 기억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미스터 로봇>의 해커 엘리엇처럼 하이디의 기억은 엉킨 실타래 마냥 혼란스럽고, 그 사이 수상쩍은 미스터리가 드리운다. 처음으로 TV 시리즈 주연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를 비롯해 바비 카나베일, 스테판 제임스, 홍 차우, 씨씨 스페이식 등이 출연하며 매 회 긴장감을 유지하는 30분 분량의 에피소드는 효율적으로 흘러간다. 성공적인 반응에 힘입어 두 번째 시즌이 공개된다.


앱센시아(Absentia) 시즌 1~2, 각 10부작

<앱센시아>

<캐슬>의 케이트 베켓 형사로 유명한 스타나 카틱이 기구한 사연을 가진 FBI 요원으로 등장한다. <앱센시아>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다 실종된 FBI 요원 에밀리 바이른이 기적처럼 집으로 돌아온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돌아왔지만 그사이 모든 게 변했다. 남편은 재혼했고 아이는 새엄마를 더 편하게 느낀다. 게다가 기억마저 사라진 상태에서 새로운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다. 시즌 2는 첫 시즌 사건 이후 일상으로 돌아간 에밀리가 과거와 관련된 새로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FBI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인한 인물을 연기하는 스타나 카틱의 존재감이 매력적이며, 2020년 세 번째 시즌이 공개될 예정이다.


맥마피아(McMafia) 8부작

<맥마피아>

<맥마피아>는 저널리스트 미샤 글레니의 논픽션 <국경 없는 조폭 맥마피아>에 영감을 얻어 국경 없는 조폭의 위험한 세계를 다룬다. 주인공 알렉스 고드만은 어린 시절 러시아에서 영국으로 건너와 잘나가는 금융맨으로 성장했지만, 아버지가 과거에 마피아였다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했지만 과거는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삼촌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알렉스를 어두운 지하 세계로 끌어들이고, 검은 돈을 관리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맥마피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교묘하고 악랄하게 진화하는 범죄 세계를 흥미로운 입장에 놓인 인물을 통해 묘사한다는 점에서 기존 범죄 드라마와 차별화를 꾀한다. 시즌 2 제작이 확정됐으며 공개 시기는 미정이다.


에그테일 에디터 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