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는 갑질 관련 기사와 경험담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보는 사람 스트레스 유발하는 영화 속 갑질캐릭터들, 우리를 뒷목 잡게 만들었던 갑질 영화들은 어떤 게 있었을까요?
영화로라도 울분을 삭히...기엔 더 혈압 오르실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열받을 준비 단단히 하시고 시작해볼까요?
1. 재벌 갑질형
<베테랑> 조태오
나를 제일 먼저 떠올리다니.. 어이가 없네..?!
일단 재벌 갑질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조태오'를 소개합니다. 주변에 영화 속 갑질 캐릭터 누구 있어? 물었을 때 모든 사람들이 제일 먼저 꼽았던 캐릭터가 바로 조태오였습니다. 이 영화는 '어이가 없네'라는 명대사를 탄생시킨 것으로 유명하죠. 어이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건 자기인 걸 전혀 모르는 안하무인 캐릭터로 활약했습니다.
조태오의 갑질들을 간략하게 나열해보겠습니다.
마약을 하고 혼이 나간 상태에서 여자들한테 막 대하는 것은 기본! 자기 회사 하청 업체 직원이 1인 시위하는 걸 보고 방으로 불러내 하청 업체 대표와 격투를 붙여놓고 즐깁니다.(심지어 직원의 어린 아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그래놓고 맷값으로 돈 백만 원 쥐여주기 콤보까지! 뉴스에서 많이 본 재벌 갑질의 클리셰들을 모두 모았습니다.
<라이엇 클럽>
상류층 자제들
9명의 '조태오'들을 한자리에 모셨습니다
다음은 조태오 아홉 명이 모여있는 영화라는 평에 솔깃해 찾아봤던 영화 <라이엇 클럽> 입니다. 영국 명문대 옥스퍼드의 상류 사교클럽 '라이엇 클럽'에 소속된 재벌, 명문가 자제들의 갑질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스틸컷의 저 사진이 고작 놀고 마시기 전에 각 잡고 찍은 기념사진이라니. 겉으로는 있는 척하는 이들의 난잡한 사생활과 리얼 갑질을 볼 수 있습니다.
한자리에서 모든 갑질을 다 보여주겠어!
거하게 놀겠다는 심보로 시골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모임을 갖는 이들. 밖에 손님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떠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술집 여자를 불러놓고 모욕감을 주는 것은 기본입니다. 신입회원으로 들어온 주인공의 가난한 여자 친구를 불러내 돈으로 갖고 놀려고 합니다. 그러나 자기들 뜻대로 상황이 안 풀리자 집히는 대로 던지고 깨부수기 시작하죠. 주인이 뭐라 하면 돈 쥐여주고, 무자비하게 패죠. 그러나 선두에 섰던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법망을 피해갑니다. 그 한 명마저도 거물 정치인이 '이런 일을 잘할 것 같다(도대체 이런 일이 뭐길래...?)'며 손을 내밉니다.
<내부자들> 오 회장
내가 진정한 갑 오브 갑
<베테랑>과 <라이엇클럽>에 나오는 재벌 3세들의 갑질은 어린애 장난이라는 듯 저 연륜이 묻어난 표정을 보세요. 오 회장에게 을은 가진 것 없는 소시민만 있는 게 아닙니다. 소위 사회에서 갑이라 말하는 언론인, 정치인, 청와대 민정수석, 부장 검사까지 을로 만들어 버리는 갑 오브 갑이죠.
재벌 갑질의 필수 코스라고 할 수 있는 여자들과 벌이는 난잡한 파티도 레벨이 다릅니다. 이 영상이 전 국민에게 퍼져도 상관없습니다. 경찰, 검찰 다 막아줄 테니까요. 비정규직 법안을 어쩔 거냐고 묻는 오 회장님. 여권 주자는 목숨 걸고 막겠다고 하고, 논설주간도 농담으로 맞장구치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많은 것을 쥐고 흔들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죠.
2. 국가 권력형
<자백>
답정너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국가의 갑질
국민이 갑이어야 할 대한민국. 그런데 정작 왜 국가가 갑이고 국민이 을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국가 권력의 갑질이 무서운 이유는 이들의 사회 시스템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2012년 국정원이 간첩 혐의를 조작했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진실을 파헤치고, 이외에도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썼던 사람들, 이들을 간첩으로 몰기 위해 국가가 조작한 자료들이 펼쳐집니다.
간첩 누명을 썼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의 이름이 엔딩크레딧에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씁쓸해지는데요. 상영시간 내내 관객들을 '욱'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변호인>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 2항이자 이 영화의 명대사 중 하나입니다. 국가 권력 갑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들은 이 문장을 지키지 않는 데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21세기에도 영화 <자백>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과거라고 달랐을까요.
<변호인>에서는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대학생들을 반국가 단체로 몰아 구속과 고문을 합니다.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는 극 초반 대기업에서 스카우트할 정도로 잘 나가는 변호사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국가 권력의 '갑'의 자리를 선택할 수도 있는 사람이었죠. 그러나 억울하게 누명을 쓴 단골 국밥집 아들을 변호하면서, 국가의 갑질에 환멸을 느끼게 되고 맞서 싸우게 되죠.
<부러진 화살>
사법부의 갑질이란 이런 것?
대학 입시 시험에서 출제된 수학문제 오류를 지적하고 부당 해고를 당하게 된 교수. 그러나 부당 해고 소송은 특별한 사유 없이 기각됩니다. 교수는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면서 판사의 집을 찾아가 석궁으로 위협합니다. 그런데 담당 판사는 자신을 쏘았다고 거짓 증언을 하고 이를 '사법부에 대한 테러'로 판결하게 되죠. 사실 관계가 어떻든 사법부의 갑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3. 직장 상사형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미란다
하녀처럼 부려먹는 직장 상사
국가와 재벌의 갑질 문제도 심각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겪게 되는 갑질은 상사의 갑질이 아닐까요? '갑을관계'. 지금은 그 개념이 확대되었지만 원래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사이에서 쓰이는 단어였습니다. 그러니 이 유형이 아마 '갑질'이란 단어의 원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 절반 가까이가 '정해진 일 이외의 다른 일까지 요구받았다'고 합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편집장 미란다는 패션 잡지 어시인 주인공한테 업무 외 집안 일과 자녀의 뒤치다꺼리까지 시키죠. 책상 위에 가방과 겉옷을 던져 놓는 것은 일상입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화려한 비주얼과 커리어 우먼의 모습으로 이 세계를 동경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자기 사생활까지 케어해주길 원하는 상사는 현실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 같네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하재관
정신없이 탈탈 털리던 그날의 악몽이 떠오를 수도...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갑질은 '윽박지르기'라고 합니다. 윽박지르는 것도 모자라 욕설 섞인 폭언까지 듣는다면 그야말로 품고 있던 사직서를 날리고 싶어질 것 같은데요. 에디터는 이 영화를 보면서 '우울함'과 '욱함'을 동시에 느꼈는데요. 정재영이 욕설을 속사포처럼 퍼붓는 진격의 부장 역을 너무 찰지게 소화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책상 밑에 숨는 것도 이해가 갈 정도로 살 떨리는 근무 환경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 상사> 상사들
죽이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상사
진짜로 죽이는 이야기
이번 포스팅의 마지막 영화!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제목 번역으로 칭찬 받은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 상사>입니다. 이 영화에서 상사들의 갑질은 상상을 초월하는데요.
상사 1 : 1분 늦었다고 사과하는 직원한테 "2분 늦어놓고 왜 1분 늦었다고 하냐"고 할 정도로 사사건건 트집 잡고, 승진시켜줄 것처럼 하면서 부려먹기만 하는 상사
상사 2 : 회장 아들 낙하산으로, 회사에서 하는 일은 마약뿐이고, 직원들의 인격을 모독하는 상사
상사 3 : 약점을 빌미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는 치과 의사 상사
으아.. 스틸컷 속 표정만 봐도 넘나 얄미운 것...!!!
퇴근 후 이들은 술집에 모여 상사의 갑질에 대해 분노합니다. "그 상사 정말 죽이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죠. 그런데, 진짜로 상사들을 죽이기로 합니다. 그들은 서로의 상사를 대신 죽여주기로 계획을 세우게 되죠. 과연 그들의 계획은 성공할까요?
지금까지 혈압 상승 갑질 영화들을 알아보았습니다. (선뜻 보시라고 추천하기에도 참 애매하네요;;) 아무튼 영화는 몰라도 현실에서만큼은 갑질 근절 되길 빌며!
씨네플레이 인턴에디터 조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