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의 논두렁 롱테이크는 자잘한 '삑사리'의 연속으로 채워져 있다. 또 한명의 시체가 발견된 논두렁에 도착한 박두만(송강호)이 현장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을 푸념하며 공간을 계속 왔다갔다 하는 동선을 한 호흡으로 담았다. 그는 진흙에 찍힌 발자국을 발견하고, 논두렁에 내려오다가 자빠지며 등장하는 반장(변희봉)과 함께 사체를 보다가, 경운기가 발자국을 밟고 지나가는 걸 뛰어와서 막으려다가 실패하고, 감식반도 자빠지는 걸 보고 "논두렁에 꿀 발랐나" 윽박을 지른다. 봉준호는 2분 짜리 신을 찍기 위해서 100명이 넘는 인원들과 함께 오전 내내 연습하고, 오후부터 14개 테이크를 찍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더 좋았던 테이크가 있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쓰지 못하고, 9번째 테이크가 최종 버전에 쓰였다. 송강호와 변희봉의 기가 막힌 애드립을 보면서 봉준호는 두 배우가 부자 관계로 나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 <괴물>의 박희봉-박강두 부자가 탄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