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려진 시간>(바른손이앤에이 제작, 쇼박스 배급)이 11월 1일 언론시사회로 첫 공개됐다. 엄마를 잃은 후 새 아빠와 함께 섬으로 이사 온 수린은 고아인 성민과 친구가 된다. 홀로 자기만의 세계를 상상하던 수린은 성민과 함께 둘만의 언어와 공간 속에서 서로에 대한.마음을 키워나간다. 섬마을 아이들은 터널 폭파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산으로 올라가고, 수린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실종되고 만다. 그리고 며칠 뒤, 수린 앞에 자신이 성민이라고 말하는 남자가 나타난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신예 신은수가 수린을, 강동원이 어른이 된 소년 성민을 연기했다. 독립영화 <잉투기>(2013)로 주목 받았던 엄태화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1월 16일 개봉한다.
"비현실과 현실이 서로 충돌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소재에 관심이 많다.
표현 방법이 다르다 뿐이지,
'잉투기'나 그 전에 찍었던 단편이나
가상 현실, 꿈 이런 것이 많았다.
이번엔 시간이 멈추는 설정을 가져와봤다.
시간이 멈춘다고 생각하면
재밌는 느낌만 생각났는데
그 시간 안에 계속 살면
어떤 느낌인가 생각하니
외롭고 쓸쓸한 인생이지 않을까 싶었다.
멈춰진 세계 안에서의 이야기가
사람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태화 감독
영화 <가려진 시간>을 아우르는 가장 강력한 키워드는 판타지다. 시간이 멈춰진 세상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소년이 사건 이후 불과 며칠이 지난 시점의 소녀를 다시 만나면서 일어나는 사건이 영화의 뼈대를 이룬다. 감정 묘사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시퀀스들이 인상적이다. 멈춘 시간 속에서 소년이 생활하는 모습들을 가볍고 진중한 톤을 오가며 보여준다. 한국영화 시장에서는 꽤 낯선 장르인 판타지에 대한 만족도가 확실히 높았다.
시간에 갇힌 남자의 외로움과 시간이 지닌 상대적인 속성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유머러스하고 감성적으로 구현해냈다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멈춰진 시간 속을 달리는 사람과 그를 이해하는 단 한 명의 소녀라는 설정은 신선하다. 여기에 덧붙여진 현실적인 묘사와 엄태화 감독의 따뜻한 연출이 섬세한 감성을 그려냈다.
김은지 <뉴스에이드> 기자
성민과 아이들이 갇혀 있던 ‘가려진 시간’의 비주얼은 놀랄 만하다. 움직임이 없는 세상 속을 걷는 모습이나, 시공간이 뒤틀린 세상을 지금까지 국내영화에서 보기 힘든 비주얼로 만들어냈다. 특히 가상의 섬인 화노도의 리얼한 풍경과 수린과 성민의 아지트인 숲 속 집은 대조를 이루며 영화의 신비로움을 배가 시킨다.
이은지 <스포티비 스타> 기자
"지금 사는 세상은
의심하는 게 더 익숙하지 않나.
그런 세상에서 누군가가 성민이처럼
전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을 때,
수린이처럼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이야기를 만들었다"
엄태화 감독
<가려진 시간>의 판타지는 섬세한 결을 붙들고 천천히 진행된다. 현실과 초현실에 발을 걸친 채 앞으로 나아가는 영화는, 판타지 특유의 자극적인 트릭에 기대지 않고 '믿음'이라는 테마를 올곧게 밀고 나간다. 애먼 곳에 집중을 분산시키는 법 없이 직진하는 호흡이 좋다. 매순간 '재미'를 강요하는 요즘 상업영화 제작 풍토와는 분명 다른, 귀중한 방향이다. 다만 이런 지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몇 년간 안방극장에서 판타지 장르가 유행이지만 그 콘텐츠들이 쉽고 빠르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라면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판타지물 '가려진 시간'은 묘하고 느리고 진지하다.
최나영 <OSEN> 기자
명랑만화 같던 ‘잉투기’의 자취는 ‘가려진 시간’ 속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시간이 멈춘 섬의 아름다운 모습과 섬세한 장면들로 가득 찬 미장센은 자체로 훌륭한 환상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자라버린 성민과 수린이 만나는 순간 현실의 관객들은 호흡까지 멈추게 될 것이다.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판타지라고 명명해야 옳지만, 군데군데 자리한 리얼리티는 픽션이라는 이름으로 남겨두기에는 아깝다.
이은지 <쿠키뉴스> 기자
신비로움과 감성적인 색채가 확실히 근래 극장가와는 다른 그림으로 완성돼 걸릴 듯 싶다.
한해선 <이슈데일리> 기자
시간이 멈춰 버린 세상이라는 판타지에 더 집중하지 못한 이야기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려진 시간>에서 판타지는 극을 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 갈등에 치중함으로써 재미가 반감된다.
김문석 <스포츠경향> 기자
극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서사가 전진하지 못하고, 동어반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는 지적도 있다.
손정빈 <뉴시스> 기자
"내가 느끼는 감정보다는
관객분들이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간이 멈춰서 어른이 되어 돌아온 친구라
적정선을 잘 찾아야했다.
그 적정선이라는 게
관객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싶어 거기에 초점을 많이 맞췄다"
강동원
역시, 강동원의 존재에 대한 극찬이 빠질 수 없다. 그의 출중한 외모와 적절한 연기는, 13살 소년이 갑자기 성인이 되어 나타난다는 설정을 성립할 수 있게 만든 절대적인 요소다. 에디터 개인적으로, 신인감독들의 독특한 영화 세계를 가능하게끔 이끌어 온 강동원의 시나리오 감식안이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실질적으로 <가려진 시간> 전체를 이끌어가는 히로인 신은수의 '생애 첫' 연기에도 박수를 보낸다. 영화를 채운 수많은 클로즈업들이 매순간 번쩍번쩍 빛난다. 한국영화계는 또 하나의 근사한 배우를 얻었다.
강동원은 30대이면서도 10대의 감성을 지닌 쉽지 않은 캐릭터를 영리하게 해냈다. 소년이 갑자기 어른의 모습으로 나타났을 때, 그의 사연을 아는 관객들도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적정선을 찾아가며 연기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소년의 순수함을 간직한 그의 외모도 한몫했다.
조재영 <연합뉴스> 기자
‘늑대소년’의 송중기가 떠오른다. 덥수룩하게 기른 머리, 한 여자만을 애틋하게 쳐다보는 눈망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 지내는 모습까지. 영화 ‘가려진 시간’의 강동원은 늑대소년 철수만큼이나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소년 성민으로 완벽 변신한 모습이었다.
이정윤 <독서신문> 기자
강동원으로 인해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스토리가 결국 현실감을 갖게 됐다. 분명히 있을 것 같은 판타지 동화는 시간의 잔혹함을 느낄 흔들림이 올 때 쯤 강동원의 비주얼로 인해 동화가 됐다. 그 넘나듦이 판타지 그 자체였다.
김재범 <헤럴드경제> 기자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