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효가 영화 <침입자>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복귀라고 표현하기 무색할 정도로 배우 송지효는 쉬지 않고 달려왔다. 2003년 데뷔 이후 18년간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만 추려도 무려 21편. 공포, 코미디, 로맨스, 사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오늘은 ‘멍지효’를 잠시 잊고 본업인 배우로서의 성과를 되짚어 보자.
여고괴담 3 - 여우 계단
진성 역
진성(송지효)과 소희(박한별)는 둘도 없는 친구. 무용과인 진성은 절친 소희에게 밀려 만년 2등에 머문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은 점차 소희에 대한 질투로 바뀌어 가고, 진성은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는 여우계단을 오르며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전작들이 교내의 부조리함을 강조했다면, <여고괴담 3 - 여우 계단>은 여고생들의 시기와 질투 등 내면을 조명한다. 송지효는 진성의 앳되고 순진한 얼굴 속에 열등감, 죄책감, 공포감 등을 다채롭게 담았다. 그는 톱스타들의 등용문이라고 불리는 <여고괴담> 시리즈에서 존재감을 보여주며 스크린에 데뷔한다.
궁
민효린 역
<꽃보다 남자>가 있기 전, 이 작품이 있었다. 2000년대 초중반 신드롬을 일으켰던 순정만화 중 하나인 <궁>을 각색한 드라마. 민효린(송지효)은 이신(주지훈)의 첫사랑이지만, 청혼을 거부했다가 채경(윤은혜)에게 황태자비의 자리를 뺏기는 캐릭터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이 있었지만 송지효는 그중에선 가장 나았다는 평. 무엇보다도 시대에 맞지 않는 압도적인 영상미 때문에 모든 단점이 커버됐다. <궁> 신드롬에 힘입어 송지효는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쌍화점
왕후 역
드라마 <주몽>에서 사극 연기의 가능성을 보여준 송지효는 <쌍화점>으로 대중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왕후로서의 체통과 홍림(조인성)에의 연모의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세밀한 감정묘사가 돋보였다. 2008년의 문제작이라고도 평가받는 쌍화점. 지나치게 많은 베드신으로 인해 외설적인 영화라고 낙인찍히기도 했지만, 캐릭터의 감정선에 집중한다면 나쁘지 않은 수작이라는 평이다.
침입자
유진 역
실종된 동생 유진(송지효)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서진(김무열)은 25년 만에 재회한 동생이 낯설기만 하다. 서진은 동생의 비밀을 쫓기 시작하고, 충격적인 진실을 하나둘씩 파헤쳐 나간다. 예능과 드라마에서 밝고 어설픈 모습만 보이던 송지효가 오랜만에 ‘냉미녀’로 돌아왔다. 손원평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데뷔작 <여고괴담3>을 보고 얼굴이 비밀스럽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게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며 송지효의 서늘하고도 처연한 인상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감독의 혜안이 빛났던 것일까. 영화를 본 관객들은 대부분 송지효의 연기에 놀라는 반응. 특유의 차가운 외모와 표정으로 영화의 스릴감을 한층 더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정수연 역
<부부의 세계>가 막장의 끝을 달렸다면,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조금 더 순하고 현실적인 이야기.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담백하게 풀어냈다. 극에서 수연(송지효)은 남편을 두고 바람을 피운다. “바람을 피울 때만큼은 남편도, 아이도 떠오르지 않았다”며 권태로운 생활에 지쳐 불륜을 저질렀음을 고백한다. 송지효는 이 작품에서 잘못된 선택에 대한 참회와 그 참담한 결과를 가슴 절절하게 표현했다. 특히 극 후반, 빈 집에서 남편과의 추억을 곱씹어 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송지효의 인생 연기로 꼽고 싶을 정도.
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이태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