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됐다. 한참 쏟아지다가 어느새 뚝 그치는, 오락가락하는 비 때문에 밖에 나서면 습한 기운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코로나19이 완전히 잦아들지 않아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요즘. 여러 면에서 외출보다는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유희거리가 간절해진다. 이럴 때 보면 딱 좋을 드라마가 뭐가 있을까.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세 편의 드라마가 왓챠를 통해 다시 돌아왔다. 시청률, 주연 배우, 조연 배우들이 보증하는 '꿀잼'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세 편을 소개한다.


시청률이 보장하는 꿀잼

<추적자 THE CHASER>

<추적자 THE CHASER>

OTT 서비스가 활성화된 요즘과 달리, 시청률이 곧 드라마의 인기 척도였던 시절이 있다. 본방 시간에 시청자들을 TV 앞에 어떻게 붙잡아놓느냐, 그건 정말 순수하게 재밌는 드라마만 가능했다. 그런 점에서 <추적자 THE CHASER>의 등장과 성공은 혁신이었다. 정통 스릴러 장르를 채택했음에도 최고 시청률 22.6%(닐슨코리아 기준)를 달성하며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았다.

막상 지금 돌이켜본 <추적자 THE CHASER>는 그 성공이 놀라울 만큼 음울하다. 형사 백홍석(손현주)은 국회의원 강동윤(김상중)의 아내 서지수(김성령)가 자신의 딸 백수정(이혜인)을 뺑소니하는 걸 목격한다. 백홍석의 기지로 수정은 간신히 살아남지만, 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와 자신의 입지를 무너뜨릴 걸 두려워한 강동윤은 수정의 살해를 모의한다. 결국 수정은 살해되고, 홍석은 이 모든 배후에 있는 강동윤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약점을 찾아낸다.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이라는 러브라인을 최소화하고 주인공의 복수심과 악역의 지독함을 극대화한 구도에서 시청자들은 백홍석과 함께 울고 분노하며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추적자 THE CHASER>

사실 <추적자 THE CHASER>의 성공에 한몫한 건 기막힌 캐스팅이다. 흔히 말하는 '스타 캐스팅' 없이 연기력 하나로 호평받은 손현주와 김상중을 필두로, 고준희, 김성령, 류승수, 강신일 등 캐릭터보다 먼저 보이는 배우가 아니라, 캐릭터를 완벽하게 받쳐주는 배우들이 드라마를 이끌었다. 그 결과 2013년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드라마 부문 대상을 거머쥐며 인기도, 작품성도 모두 인정받은 '레전드'로 기록됐다.

손현주의 알파이자 오메가 같은 연기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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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가 보장하는 꿀잼

<신의 선물 - 14일> (feat. 한드 최초 미국 리메이크)

<신의 선물 - 14일>

<신의 선물 - 14일>는 이보영, 조승우가 주연이다. 더 설명이 필요할까? 이보영은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애정만만세>, <내 딸 서영이>, <적도의 남자>,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 드라마 흥행을 어느 정도 보장하고, 조승우야 타고난 연기력에 작품까지 잘 고르기로 유명한 배우 아닌가. <신의 선물 - 14일>은 그런 두 배우가 고른 작품이다. 미스터리 장르로서의 재미와 복선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치밀함이 돋보여 두터운 팬층을 가졌던 드라마.

<신의 선물 - 14일>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장르를 통합한다. 바로 미스터리 추리극과 타임 워프다. 시사 프로그램 PD 김수현(이보영)은 딸 한샛별(김유빈)이 납치, 살해당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분명 바다에 뛰어들었는데, 딸이 납치되기 2주 전 어느 날로 돌아왔다. 김수현은 흥신소를 운영하는 기동찬(조승우)과 함께 한샛별의 납치범을 찾아 나선다. 사건을 어떻게든 막기 위한 이보영의 절절한 감정과 단순한 조력자 이상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소화한 조승우 특유의 감성이 드라마를 한층 더 고품격으로 만들었다.

이보영은 작중 김수현의 모성애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조승우가 연기한 기동찬의 다양한 표정들을 보라.

특히 이 드라마는 국내 시청자들에게만 인정받은 게 아니다. 방영 이후 미국 ABC 방송사에서 리메이크 판권을 구매했다. 미국 방송사에서 직접 리메이크 판권을 구매한 최초의 한국 드라마라고. ABC는 <신의 선물 - 14일>을 <썸웨어 비트윈>이란 10부작 드라마로 옮겼다. 미국 6대 지상파 방송국 중 하나가 관심을 가진 작품이니, 어떤 설명보다도 <신의 선물 - 14일>의 '꿀잼'을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신의 선물-14일>을 리메이크한 미국 드라마 <썸웨어 비트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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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이 보증하는 꿀잼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마피아 게임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사실 '범인'이 얼마나 잘 숨는지보다 주변인들이 얼마나 의심스러운지에 게임의 재미가 판가름난다는 것을.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가 딱 그런 미스터리 드라마다. 자신의 과거를 확인하고 싶어서 '아치아라'로 돌아온 한소윤(문근영).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가 마을에 도착한 날, 마을은 백골의 시체가 발견돼 뒤숭숭하다. 미스터리에서 자주 사용하는 '닫힌 사회'와 '외지인'이란 소재를 결합한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그 어떤 인물도 쉽게 믿을 수 없게 시청자들을 미궁 속으로 몰아넣는다.

방영 전까진 <불의 여신 정이> 이후 2년 만에 복귀하는 문근영과 한때 스타였으나 이슈메이커가 된 신은경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외로 묵직한 분위기로 시청자들의 속내를 애타게 하는 정통 미스터리물다운 긴장감으로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최재웅과 장소연, 김민재, 김용림, 최원홍 등 그야말로 '구멍 없는' 조연진이 캐릭터들의 의뭉스러운 면까지 담아내며 의심의 끈을 놓을 수 없도록 드라마를 이끌었다. 시청률이나 수상에선 대박이라 할 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않았으나 다양한 시도에 목말라 있는 시청자들에겐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청량감을 가득 안겨준 드라마. 문근영은 이 드라마 속 호연으로 2015년 SBS 연기대상 미니시리즈부문 여자 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의 호연으로 수상에도 성공한 문근영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안서현, 최재웅, 정성모, 육성재, 김민재, 장소연 등 앙상블에서 호평을 받았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