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루비>, <어게인>, <카오산 탱고> 포스터

큰 영화들에 이어 작은 영화들도 극장가 부활에 힘을 싣고 있다. 독립영화 <어게인>, <카오산 탱고>, <루비>가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7월 30일 개봉을 선택했다. 이미 영화제에서 선보인 바 있는 세 작품, 어떤 영화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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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통점 #영화제 #연출자

<카오산 탱고>

세 영화의 공통점은 영화제에서 이미 선보인 작품이란 점. 가장 먼저 공개된 건 <카오산 탱고>. 2018년 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부문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어게인>

<루비>

<어게인>과 <루비>는 다른 영화제에서 공개됐지만, 시기는 비슷했다. <어게인>은 2019년 9월에 개최한 10회 서울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최우수 한국영화상을 수상했다. <루비>는 10월 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부문으로 초청돼 <바람의 언덕>(박석영), <하트>(정가영) 등과 함께 상영됐다.

또 한 가지, 세 영화는 모두 방송·영화 종사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카오산 탱고>는 영화감독, <어게인>은 조연출, <루비>는 방송 제작자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사소하지만 함께 개봉하는 영화가 이런 공통점을 가진다니,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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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점 #뮤지컬 #태국 #세트미술

예상지도 못하게 한날에 개봉한 세 영화, 하지만 그만큼 서로 완벽하게 차별화됐다. 먼저 <카오산 탱고>는 제목처럼 태국 방콕의 카오산 거리를 카메라에 담았다. 여행 영화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여행지에서 만난 남녀의 동행이 주된 스토리. 처음으로 태국을 여행하는 영화감독 지하(홍완표)와 태국 곳곳이 익숙할 정도로 태국을 자주 온 하영(현리)의 만남은 서로 다른 생각에 충돌하다가도 타국 땅에서 만난 유일한 동행자로 미묘한 심리적 동요를 유발한다.

이런 로드 무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제3의 주인공은 바로 음악. <카오산 탱고>는 정태호와 황인규의 음악으로 영화를 채웠다. 정태호는 '라 벤타나'와 '마드모아젤 S'의 리더로 활동 중인 크로스오버 재즈 뮤지션. 김범삼 감독이 <카오산 탱고>를 구상할 당시, '라 벤타나'의 음악을 즐겨들었고 그 인연이 영화에까지 닿게 된 것. 황인규는 '마드모아젤 S'의 베이시스트로 '마음을 들여다보면'이란 곡을 작곡, 연주했다. 현역 뮤지션의 음악으로 낯선 여행길의 설렘과 불안감을 동시에 자극한 <카오산 탱고>의 선택은 탁월했다.

<어게인>은 <카오산 탱고>와 비슷한 듯 사뭇 다르다. 음악이 나오긴 하지만, 배경음악이 아니다. 장르가 뮤지컬이다. 진짜 뮤지컬. 유명 곡의 커버가 아닌 순수 창작곡으로 넘버를 채운 뮤지컬 영화란 점이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물론 화려한 할리우드식 뮤지컬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장르가 장편 영화로 등장한 것부터 색다르다.

또한 출연진만 두고 본다면, 가장 흥미롭다. 주인공 조연주는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서 저음의 목소리로 카리스마를 보여준, 독립영화의 퀸 김예은이 맡았다. 그의 어머니 한말순 역은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맹활약하며 노년의 전성기를 맞이한 예수정이, 조연주에게 영감과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 줄 조선 마지막 기생 허산옥 역은 김소이가 연기한다.

<루비>는 두 영화들과 정반대의 미학을 채택했는데, 바로 흑백 촬영이다. <루비>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PD, 조연출, 계약직 작가 세 사람의 갈등을 그리면서 동시에 그들의 심리를 형상화한 무대를 카메라에 포착한다. 이 다소 초현실적인 구성을 자연스럽게 박음질해 주는 것이 흑백 촬영. 흑백 영상으로 척박한 현실을 물론이고 각자가 마주하는 환상을 음영의 아름다움으로 승화한다.

인물들의 내면이나 환상을 현실에 그대로 옮기기보다 하나의 무대로 끌어올린 연출적 선택도 <루비>만의 특징. 여타 독립영화가 일반적으로 '현실'이란 벽에 부딪혀 미장센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면, <루비>는 무대로 재구성하면서 독특한 비주얼을 선사한다. 현실을 풍자하되 초현실적 미장센을 선보이는 것. <루비>는 이 부분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블랙코미디로서도, 심리 드라마로서도 장점을 갖는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