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이 심상치 않다. 종영을 앞둔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지난주 파격적인 반전을 드러내며 결말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7주 연속 드라마 화제성 1위에 등극하는 등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신드롬에 가까운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강점은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매회 “연기를 살살 해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배우들의 몰입감 높은 연기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지는바. 그중에서도 화제의 중심에 있는 <사이코지만 괜찮아> 네 명의 배우들을 선정해봤다. 그들의 스크린 대표작에는 어떤 작품이 있을지 알아보자.

*<사이코지만 괜찮아> 약간의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습니다.


김수현 (문강태 역)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형 상태(오정세)의 유일한 가족이자 보호자인 강태. 나비 트라우마가 있는 형으로 인해 1년마다 이사를 다니며 지난한 삶을 살아가는 강태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세상을 온몸으로 버티고 있는 인물이다. 형 앞에서는 누구보다 잘 웃고 다정한 강태지만 형이 시야에서 벗어나면 끝없는 우울이 강태를 잠식한다. 그런 강태의 앞에 남들의 감정이라곤 눈곱만큼도 헤아리지 않는 동화 작가 문영(서예지)가 나타나고, 강태의 일상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강태 역으로 복귀한 김수현은 전작 <리얼>의 아픔을 딛고 복귀와 동시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눈물이 가득한, 짠한 캐릭터의 옷에 꼭 맞는 김수현의 연기는 매회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데 성공했다.

다수의 드라마 출연과는 별개로, 김수현의 스크린 나들이는 잦은 편이 아니었다. “워뗘, 후달려?”라는 임팩트 강한 대사를 남긴 <수상한 그녀>는 특별출연이었으니 제외하도록 하자. 주‧조연으로 출연했던 장편 영화는 단 3편, <도둑들>과 <은밀하게 위대하게> 그리고 <리얼>뿐이었다. 화제성으로 두자면 <리얼>을 맨 앞에 놓아야겠지만, 이를 그의 대표작으로 뽑는 것은 가혹하지 않나(..). 그렇다면 남는 것은 두 작품. <도둑들>과 <은밀하게 위대하게>다.

<도둑들>

<도둑들> 잠파노

대표작 하나만 뽑고 싶었지만 두 작품에서 보여준 김수현의 존재감은 어느 것 하나 우위를 둘 수 없었기에 고심 끝에 두 작품을 추천해볼까 한다. 멀티캐스팅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로 유명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김수현의 장편 데뷔작이다. 극중 팀의 막내 ‘잠파노’를 연기하며 상의 노출로 남성적인 매력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예니콜(전지현)에 대한 헌신적인 마음을 보이며 “복희야! 사랑해!!” 라는 명대사를 남기기도 했다. 이 작품으로 김수현은 데뷔와 동시에 천만 배우 타이틀을 획득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은밀하게 위대하게>원류환

<도둑들> 흥행을 견인하는데 많은 배우들의 공이 있었다면 스크린 첫 주연작 <은밀하게 위대하게> 흥행은 오롯이 김수현의 연기가 가진 힘 하나로 이끌어낸 성취에 가깝다. 20000:1의 경쟁률을 뚫고 남한에 간첩으로 내려오게 됐으나 주어진 임무는 고작 동네 바보였던 원류환을 연기한 김수현은 바보 연기와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까지 아우르며 카멜레온 같은 모습을 선보였다. 그 결과, <도둑들>에 이어 <은밀하게 위대하게>까지 695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보증 배우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서예지 (고문영 역)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감정이 결여된 것만 같은 저음의 목소리, 갑옷처럼 화려한 의상, 예쁜 외모까지. 인기 아동문학 작가 고문영은 그간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였다. 바닥난 도덕성에 직설적인 화법으로 상대를 향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인물은 주로 남자 주인공이 해왔던 롤이었기 때문이다. 강태와 상태를 만나 감정 표현에 익숙해지고 변화하는 문영을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게 한 것은 100% 서예지의 몫이었다.

<양자물리학>

<양자물리학>

<양자물리학> │성은영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전, 서예지는 작년 가을 개봉했던 <양자물리학>을 통해 고문영과 유사한 능력 있는 커리어 우먼을 연기한 바 있다. 그는 유흥계의 화타 이찬우(박해수)의 제안으로 클럽 ‘MCMC' VIP 층 총책임자 자리를 맡게 된 성은영 이사 역을 맡았다. 냉철한 두뇌와 화려한 인맥을 지닌 클럽 업계 퀸으로, 거대한 마약 스캔들로 흘러 들어가게 되는 판을 빠르게 판단하고 한발 먼저 움직이려는 인물이다. 객관적으로 좋은 성적을 얻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이미지 변신과 더불어 박해수, 김상호, 김응수 등 쟁쟁한 충무로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 제 역량과 존재감을 발휘해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오정세 (문상태 역)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자폐를 앓고 있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배우에게 큰 도전이다. 특히 출연하는 작품마다 연이어 대박을 터트리며 인기에 가속도가 붙은 배우라면 리스크 역시 배로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정세는 <사이코지만 괜찮아> 상태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스토브리그>로 출연작마다 연일 히트를 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행보에 우려와 기대가 반반 섞인 것도 잠시, 우려는 온전히 찬사로 뒤바뀌었다. 과하지 않게 완급을 조절하는 감초 같은 연기에 “출연료를 두 배 줘도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오정세는 상태를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빛나게끔 해주었다.

<남자사용설명서>

<남자사용설명서>│이승재

그의 인생작은 두고 볼 것도 없이 <남자사용설명서>다. 당시 흥행에는 참패했으나 시간이 흘러 로맨틱 코미디의 수작(?)이 된 이 영화는 따지자면 로맨틱보다는 코미디에 가깝다. 오정세가 연기한 승재는 한류 톱스타라는 설정이 믿기지 않을 만큼 머리부터 발끝까지 과하게 촌스러운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멘트마저 오글거리다 못해 경악스러울 정도다. 거기에 찌질함까지 완벽한 조합을 이룬다-<동백꽃> 노규태의 찌질함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오정세 입덕 영화로, 그 역시 자신의 대표작으로 <남자사용설명서>를 뽑은 바 있다. 눈물 포인트가 많은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감정 소모가 컸다면 이 작품을 꺼내 보길 추천한다.

한 번 보고 나면 잊을 수 없는 <남자사용설명서> 명장면


장영남 (수간호사 박행자 역)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괜찮은 병원’ 수간호사 박행자는 깐깐하지만 일 만큼은 깔끔하고 꼼꼼하게 처리하는 완벽주의자다. 괴짜 원장 오지왕(김창완)을 기로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그는 종영을 앞두고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안겨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타인을 위한 마음과 인자한 웃음 뒤에 숨겨진 얼굴을 꺼낸 수간호사 선생님은 마지막을 향해 질주하는 드라마에 엑셀을 밟았다. 연기파 배우로 익히 알려져 있는 장영남이 비로소 대중들의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변신>

<변신>│최명주

장영남의 섬뜩한 얼굴은 멀지 않은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년 여름 극장가를 찾은 <변신>에서다.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에게 숨어들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오컬트 물이다. 장영남은 극중 세 남매의 엄마이자 강구(성동일)의 아내 명주 역으로 출연했다. 아침 가족 식사 자리에서 평소와는 달리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 치우는 장면이 네티즌들 사이 회자됐는데, 일명 ‘계란말이 신’으로 불리며 <변신>의 명장면으로 남았다. 한손 가득 잡은 계란말이를 입에 욱여넣으며 서늘하게 번뜩이는 눈도 두렵지만, 가족을 향해 망치를 힘껏 휘두르는 엄마의 얼굴은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공포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같은 얼굴 다른 느낌. 너무 무서워요...무섭고...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