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수습 위해
미래로
미래로 돌아가야 해!
자, 1편에서 과거로 돌아가 어마무시한 시간여행을 하고 돌아온 마티 맥플라이와 제니퍼는 잠시 쉴 틈도 없이 미래로 향합니다. 타임머신 드로리안을 발명한 브라운 박사가 무언가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며 이들을 드로리안에 다시 태우죠. 박사님의 말에 따르면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이상한 미래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미래를 바로잡은 다음 현재로 돌아오자는 것이죠.
영화의 현재는 1985년 10월 26일입니다. 브라운 박사 일행이 도착한 미래는 2015년 10월 21일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우리가 익히 아는 영화 속 미래 풍경이 영화에서 펼쳐지게 되는 것이죠.
영화가 내다본
과학의 미래
먼저 워낙 유명한 끈 없는 운동화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끈이 없다기보다는 저절도 묶이는(Self lacing) 농구화인 것이죠.
그리고 일단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시대입니다. SF 영화의 어떤 상징과도 같은 존재죠. 날으는 자동차는 지곤 자동차에 비행기 추진기를 장착하는 개조가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비용은 3만 9999달러 95센트. 그냥 새 자동차를 살 비용 아닌가 싶네요. 물론 영화 안에서 가능한 설정인 것이죠.
3D 영화의 시대는 과거에도 이미 있었던 거니까 영화가 미리 내다봤다고 할 수는 없죠. 허나 광고판을 이렇게 활용한 사례는 있었나요? 없었을 겁니다. <죠스>가 무려 19탄까지 이어질거라는 귀여운 예측. 네 그렇습니다.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향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사심이 듬뿍 들어간 예측이었죠.
지금으로 치면 7080 음악다방, 정도 수준의 복고 느낌 풀씬 풍기는 영화 속 '카페 80'의 모습니다. 마이클 잭슨 아바타가 서빙을 하고 여전히 펩시가 건재한 시대.
주차된 자동차의 도난 방지 시스템인가요? 아님 미래의 파워 부스트 휠인가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차량 디자인입니다.
추억의 날으는 호버보드. 물 위에선 뜨지 않아 낭패를 겪기도 하는 설정이 아직도 눈 앞에 생생하죠.
마티와 한바탕 싸운 비프 일당이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에서는 드론 카메라가 등장합니다. 'USA 투데이' 사진 기자를 드론이 대신하는 것이죠. 저렇게만 된다면 정말 사진기자들은 갈 곳이 없겠네요. 지금도 일부 언론사에서 기자들을 프리랜서로 전환하면서 정기자를 줄여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죠? 무인 촬영 시스템이 특종 사진을 대체할지도 모릅니다. 아직 그렇게까지 변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군요.
이 밖에도 영화가 상상한 미래 풍경에는 가상현실(VR)을 볼 수 있는 기계뿐만 아니라 집 안에 앉아서 해고를 당할 수 있는 가택 해고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습니다. 요새는 정부 인사들도 문자 해고 통보를 받는 시대이니 이런 설정은 비교적 영화가 영리하게 예측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이 영화가 정말 특종으로 건져올린 것들이 또 있죠.
시카고 컵스의 승리 예측
비록 1년 이르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이 영화는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컵스가 마이애미 팀을 상대로 싸워서 우승을 차지한다고 예측합니다. 실제로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싸워 지난 11월 3일 우승을 차지했죠. 108년 만의 우승이었다고 하는데 이 영화를 만들 당시에도 시카고 컵스의 우승은 간절한 염원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트럼프'도 예견했다?
그런데 진짜 예측한 건 어쩌면 이것인지도 모릅니다. 마티와 브라운 박사 일행이 타임머신을 발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미래의 비프가 몰래 타임머신을 훔쳐 타고는 과거의 자신을 찾아가 '스포츠연감'을 선물하죠. 거기에는 온갖 스포츠 경기의 승패 정보가 담겨 있었거든요. 그래서 젊은 비프는 경마로 억만장자가 되고 2015년 엄청난 갑부가 되어 세상을 호령하게 됩니다.
바로 이렇게 비프 타워도 건설하고 말이죠. 영화의 설정에 따르면 그는 21세 때 경마로 돈을 벌어 백만장자가 되고, 다시 그 돈을 투자해서 '비프코'라는 거대 기업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1979년에는 성공적인 로비로 낡은 힐 밸리(영화의 주요 배경인 도시) 법원 청사를 카지노 호텔로 바꾸는 만행, 아니 성공적인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고 하는군요. 영화 속 그는 자신의 성공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한 마디만 하죠.
갓 블레스 아메리카!
위대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새 대통령의 말과 묘하게 겹치기도 하죠.
실제 뉴욕 맨하탄에 위치한 트럼프 타워 모습과 영화 속 비프 타워를 비교해보세요. 스포츠 경마로 성공한 비프의 캐릭터와 실제로도 다양한 스포츠 사업에 투자한 부동산 투자자 (이제는 대통령 당선자인) 트럼프의 이미지는 정말 어울립니다. 작년에 이 영화의 각본가였던 밥 게일이 인터뷰에서 직접 트럼프의 이미지에서 차용했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 트럼프 타워의 모습
참고로 작년에 개봉했던 타셈 싱 감독의 <셀프/리스>에는 실제 트럼프 타워 내부에서 찍은 장면이 삽입되기도 했죠. 들어가본 적은 없지만 어마어마하게 호화로운 모습이네요.
그의 대통령 당선을
정확히 묘사한 심슨
참고로 유명 TV 시리즈 만화 <심슨>에서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정확하게 희화화해서 예측한 적이 있었습니다. 무려 2000년에 말이죠. 당시 'Bart To The Future'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에서 이런 장면을 만들며 세태를 풍자할 때만 해도 얼마나 재미있었을까요.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됐으니...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